[인터뷰]동북아평화연대 김종헌 국장은 말한다
“조선족학교 민족문화교육, 왜 중요하냐구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04C9F3A4F4875410F)
“조선족학교가 갖는 문제는 민족문화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민족문화교육은 조선족농촌공동체가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지만 조선족농촌이 붕괴되면서 민족문화에 대한 교육을 조선족학교에서 해주어야할 상황이 되었지요. 하지만 조선족학교도 무너져가고 한족학생들과 조선족학생들이 섞이는 비율도 많아지면서 조선족학교에서 민족문화교육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조선족학교 교사들도 공감하고 있죠.”
지난 1월 9일부터 14일까지 동북3성 조선족학교 교사 30명을 초청해 전라남도 광주교육청과 함께 민족문화교육 연수를 펼친 (사)동북아평화연대 김종헌 국장의 말이다. 이 행사에 참여한 조선족학교 교사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그래서 민족문화교육 초청연수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동북아평화연대가 조선족학교에 관심을 두고, 조선족학생 교육문제에 뛰어든 것은 우연히 아니다. 여기에는 동북아평화연대가 2001년 발족할 때부터 발기인이자 실무자로 참여한 김종헌 국장의 끊임없는 조선족사회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8일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동북아평화연대 사무실에서 김종헌 국장을 만나 조선족학교와 교육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북아평화연대 김종헌 국장은 누구인가?
김종헌씨는 한국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북한문제에 관심을 두다 북한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면 인접해 있는 중국지역의 조선족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판단되어 연변대 한어계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연변대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한국에 오려다 사기피해를 입은 연변조선족동포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동포활동가로 나서게 되었다.
연변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종헌씨는 <우리민족서로돕기>에서 중국동포문제만 전담하게 될 <동북아평화연대>를 발족할 때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실무자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동북아평화연대>에 몸담고 활동하면서, 먼저 연변사기피해자 중국동포 3천명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오게 되어 이들을 지원해주는 활동을 펼쳤고, 2004년 2월 재외동포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재외동포법개정특별대책위원회 사무국장으로 활동을 펼쳤다.
그후 러시아 연해주 동포 문제에 관심을 갖고 2004년 이후 '연해주새물결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2005년부터 KFT의 지원으로 조선족학교 민족문화교실 세워주기 운동을 펼쳐오게 되면서 조선족학교와 교육문제에 관심을 두고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북아평화연대가 조선족학교에 관심 갖고 활동해온 일들은 무엇이 있나?
“2005년 당시 조선족학교에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때 학교교사들을 상대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같아서 한국IT봉사단을 조직해 조선족학교 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조선족학교 현황과 실태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요. 무엇을 지원해주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동북아평화연대는 2001년 당시부터 조선족학교에 도서보내기운동을 펼쳐왔다. 2005년부터는 재외동포재단 후원으로 2009년까지 매년 1만권의 책을 조선족학교에 보내주었다. 그때 동북아평화연대를 통해 통신기업인 KTF에서는 ‘한민족사랑요금제’를 만들어 조선족학교 돕는 기금을 조성하는데 앞장 서기도 하였다.
-KTF와 함께 펼쳤던 조선족학교에 민족문화교실 만들어주기 운동은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같은데, 어떻게 진행되었나?
“동북아평화연대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조선족학교의 민족문화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하게 되었는데 그때 KTF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KTF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10여곳 조선족학교에 민족문화교실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곳에서 조선족어린이들은 전통문화와 예절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 우리학교 사이트 개설을 하는데 지원하여 10여곳 조선족학교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온라인 독서대회, 교사파견 및 연수, 조선족청소년과 한국청소년 결연과 캠프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KTF의 이런 지원활동은 조선족학교에 희망을 주고 활기를 되찾게 해주었지요.“
- KTF가 조선족학교를 위해서 좋은 일을 펼쳤다고 보는데 왜 지원 활동이 중단되었나요?
“ KTF가 KT에 합병되면서 지원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KT는 관심이 국내 아동 공부방에만 관심을 두어 KTF의 조선족학교 지원 사업이 중단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뜻이 있는 기업이 나타나 KFT가 진행했던 조선족학교 민족문화교실 만들어주기 지원사업이 계속 추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헌 국장은 KTF의 지원사업이 중단되어 조선족학교의 민족문화교육이 또다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지성이면 하늘도 감동받아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이 있듯이, 조선족학교에 대한 관심이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김종헌 국장의 말을 들어보자.
“교육감 민선시대가 되면서 동포문제에 관심을 갖는 교육감이 당선되어 교육청이 조선족학교에 관심갖고 지원하도록 유도하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지난 1월 9일부터 14일간 실시한 동북3성 조선족학교 교사 30명 초청 연수는 전라남도 광주교육청에서 관심을 두어 이루어지게 되었고, 또 2월달에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관심을 두어 조선족 유치원 교사들을 초청해 연수를 하게 된다. 서울시 교육청도 도서보내기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왕복 비행기표는 자부담이긴 하지만 조선족교사들이 한국에서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가르치는지 관심이 많아 초청연수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김종헌 국장은 설명했다.
김종헌 국장의 설명에 의하면 “조선족학교는 1500개에서 현재 300개로 줄어들었고, 이대로 가면 상당수 학교가 통폐합되어 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족학교를 살리는 일이 왜 중요하다 보는가?
“ 조선족학교가 민족유대감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것을 모른채 방치해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조선족사회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중국동포의 고향으로서 조선족학교는 바로 그 고향입니다. 조선족학교를 돕고 살려나가는 일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 생각합니다.”
-조선족학교가 갖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학교수가 줄어드니 경쟁력이 약해져, 중국 정부의 지원도 적어지고 통폐합되어갑니다. 현재 남아있는 학교도 시설이 낙후된 학교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것은 교육의 질, 교원의 질 저하로 이어지죠. 조선족교사 지원자가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조선족학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 첫째, 학교에서 한글 사용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글로 된 책을 보내주는 일이죠. 둘째, 한국학교와 조선족학교 교사들 간의 교류와 경험을 나누게 해주는 초청연수프로그램을 펼쳐주는 일입니다. 조선족교사들은 한국 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는가에 관심이 많아요. 셋째, 편부 편모 가정 아이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해주는 일입니다. 넷째, 한국학교와 조선족학교 간의 자매결연과 교류를 활성화 시켜주는 일입니다.“
또한 김종헌 국장은 “조선족학교에 대한 지원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족학교와 학생, 교육에 대한 지원이 여러 단체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찾아보면 지원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학교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마스터플랜을 짜서 학교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인터뷰= 김경록 기자
한국기업 KTF와 동북아평화연대가 지원한
조선족학교 민족문화교실 교육현장
![](https://t1.daumcdn.net/cfile/cafe/18221D3B4F48762424)
한국 KTF가 후원하여 만든 심양시조선족학교 민족문화교실에서 어린이들이 풍물교육을 받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1EF83B4F4876252A)
KTF가 후원하여 만든 흑룡강성 오상시 조선족실험소학교 민족문화교실에서
어린이들이 돌상차리기 전통예절교육을 배우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학교는 1990년대 이후 1,500여개에서 300여개로 줄어드는 위기에서도 한족학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민족의 예절, 전통, 언어, 민속 등을 교육하며 민족교육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들의 힘겨운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부터 (주)KTF와 동북아평화연대에서 조선족학교 10곳에 민족문화교실을 설치해주었는데 지금까지 이 민족문화교실이 민족교육, 예절교육, 전통교육의 구심점이 되어 왔다.
@동포세계신문 제263호 2012년 2월15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