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알바를 끝마치고/전성훈
너무나 개운하고 시원한 기분이 든다. 지난 6월 23일부터 시작한 여름 알바가 드디어 오늘 끝났다. 2006년 상계직업전문학교를 10개월 동안 다니면서 어렵게 보일러 운전 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하였다. 함께 자격증을 받은 젊은 친구들은 모두 취업을 하였다. 그러나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과 중늙은이라는 이유로 나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직업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인연을 맺은 곳이 의정부 소재의 KT 빌딩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보일러실 알바가 올해로 벌써 7년째. 하절기 2개월과 동절기 3개월 간 비정규직 계약으로 알바를 하였다. 2013년 여름까지 일하면서 그 곳의 담당자는 세 번이나 바뀌었다. 2013년 겨울에는 담당자에게서 연락을 받지 못하였다. 목마른 사람이 샘물을 판다는 말이 있듯이 일자리가 필요했던 내가 결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사연을 말하지 않고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하였다. 더 이상 보일러실의 알바는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6월 초순에 전혀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KT 의정부에서 처음 알바를 할 때의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KT 마포에서 계약직 사람을 찾고 있는데 이전에 하였던 일과 똑같다는 이야기였다. 이 분의 소개를 받고 KT 마포 사무실을 찾아갔다. 마포의 담당자와 인사를 나누고 서로 몇 마디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은 후 곧바로 알바로 채용이 결정되었다.
보일러실 일은 과거와 같고 급여는 시간급 최저임금이었다. 임무 중에 과거에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전혀 다른 아주 새로운 일이 추가 되었다. 아침에 출근하여 정화조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정화조 모터에 기름을 주유하고 정화조 내의 몇 개 공정 중에서 작업봉에 달라붙은 대변을 호수로 물을 뿌려서 제거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공정에서는 이물질을 찾아서 막대기로 건저 내는 일이다. 제거해야 할 이물질은 생리대이다. 말이 정화조이지 사실은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분뇨 저장실의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곳이다. 어릴 적에 동네의 변소를 청소해주는 ‘똥 장수’ 아저씨가 생각났다. 첫 출근을 하고 이 작업을 하면서 고민스러웠다. 이 알바를 할 것인지 하루 동안 생각을 한 다음에 현실에 적응하기로 하였다.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인데 그 일을 내가 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정화조 작업은 알바가 끝나는 날 까지 더 이상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담당자의 고약스런 말투로 심하게 마음고생을 하였다. 나보다 15살이나 어린 담당자는 반말지거리가 몸에 붙어있는 사람이었다. 한 번은 듣다가 한바탕 강하게 언쟁을 하였다. 그 바람에 담당자는 한동안은 말조심을 하였으나 그래도 고약한 버릇을 못 버리는 모습이었다. 그냥 못 들은 척 넘어가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여 약속된 알바 기일을 채울 것인지 고민을 하였다. 담당자 핸드폰에 내 이름 뒤에 ‘계절공’(季節工)이라고 적혀있었다. 이 사람이 계약직 알바를 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을 그렇게 표현하였다. 공원(工員) 즉 공돌이는 얕잡아보고 상대해도 된다는 의식의 발로였다. 그렇게 공돌이는 속세를 떠나서 자연으로 돌아갔다. (2014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