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약 15평) 남짓한 전기석(가명·47)씨의 작은 아파트 안은 어두웠습니다. 그 내부에 층층이 쌓인 짐들은 전씨가 짊어진 근심만큼이나 무거워 보였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전 전씨는 농자재 판매업을 하며 두 아들을 둔 보통의 가장이었습니다. 큰돈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쪼들리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10년 전 농자재 판매대금이 회수되지 않으면서 시련이 닥쳤습니다. 외상매출금의 회수 부진으로 부도를 맞게 됐고 수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짊어지게 됐습니다. 그동안 네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집은 물론 다른 재산도 모두 처분해야 했습니다. 꼭 꿈을 꾼 것만 같았습니다.
사업 부도…처형집 더부살이
당뇨 합병증에 치아 다 빠져갑자기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전씨 가족은 처형이 조카를 위해 마련해 두었던 작은 빌라에 염치 불구하고 들어앉았습니다.
하지만 남의 도움에 익숙하지 않은 전씨는 꼭 하루가 천년 같습니다. 하루 빨리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순번이 돼 옮겨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동안 큰일을 겪은 때문인지 전씨는 지금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습니다. 약물 치료를 하고 있지만 운동 삼아 집 뒤편 산에 오르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만큼 몸이 많이 망가졌습니다.
부인도 식당일이라도 해보려 하지만 심한 고혈압으로 자주 쓰러지는 바람에 일자리를 얻기가 힘듭니다. 요즘은 심한 두통과 우울증까지 겹쳐 거의 바깥출입을 삼가고 있습니다.
"아직 저는 젊고, 이것이 내 인생의 끝은 아닐 것입니다"라며 애써 힘을 내고 있는 전씨. 당뇨 합병증 때문에 치아가 거의 없는 전씨는 다른 사람들 앞에 서면 행여 입모습이 보일까봐 손으로 입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워합니다.
하루하루 생활비도 빠듯한 형편에 의치를 해 넣을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음식을 마음껏 씹을 수도, 사람들 앞에서 시원하게 크게 웃을 수도 없는 전씨는 그래도 걱정할 것 없다며 스스로 주문을 외우듯 살아갑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불어넣고 있는 주문이 '용기'가 되어 전씨의 '환한 웃음'을 되찾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조향희·부산 사상구 주례3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 051-310-3226.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사랑의 열매 051-441-9423-4.
△지난 21일자 박현삼씨 이야기 43명의 후원자 169만원.
↓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 3월 2일자 김익환씨 이야기
김익환씨의 사연에는 모두 372만원의 성금이 모였습니다.
그외 아이들 옷이나 장난감, 생필품 등 현물로 후원을 해주신 곳도 많았으며, 인근 복지관에서는 결연으로 매달 후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김씨는 자신에게 전달된 후원금 372만원과 구청의 지원금 300만원으로 그동안 밀린 병원비를 계산했습니다.
이후 부산의료원으로 병원을 옮겼으나 김씨는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만 있어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남편 간병에다 자녀 양육까지 홀로 해야 하는 외롭고 힘든 아내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민들과 이웃들의 도움에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앞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배려에 더욱 가족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랑의 징검다리'는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9시15분에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