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실린 '떠돌이 기사'의 이야기는 시리즈 1권인 'A Game Of Thrones' 보다도 100년전의 일들이다.
'떠돌이 기사'
-일곱개의 왕국의 이야기-
by 조지 R.R. 마틴
봄비가 땅을 부드럽게 해줬기 때문에 덩크가 무덤을 파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는 낮은 언덕의 서쪽 비탈을 골랐다. 왜냐하면 노인은 언제나 해가 저무는 것을 즐겨보곤 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루가 갔군." 노인은 한숨을 쉬면서 말하곤 했다. "아침이 뭘 가지고 올지 누가 알겠냐? 그렇지 않은가? 덩크." 라고.
어쨌든 아침부터 뼈속까지 젖을 정도로 비가 내렸다. 그리고 다음날 습한 바람이 불어왔고, 그다음날 아침에는 차가운 기운이 몰려왔다. 노인은 점점 기운을 잃어갔고, 결국에는 말을 탈수도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그리고 그는 죽어, 이곳에는 없다. 삼일전 함께 이곳까지 왔을 때 그는 노래하고 있었다. 갈타운에 예쁜 소녀를 만나러 간다는 옛노래를. "애쉬포드에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러 간다. 하이호. 하이호." 라면서. 덩크는 땅을 파면서 우울한 기분에 잠겨있었다.
` 구덩이가 충분한 깊이가 되자 그는 노인의 시체를 양팔로 안아올려 구덩이가 있는 곳까지 옮겼다. 노인의 몸집은 작고 말랐다. 이젠 사슬갑옷도 투구도 칼도 없는 몸은 낙엽을 넣은 주머니 정도의 무게밖에 안남아있었다. 덩크는 나이에 비해서 매우 키가 크고, 발을 끌듯이 걷고, 털이 많고 뼈가 굵은 16살 혹은 17살의 소년이었다. 키는 6피트보다는 7피트에 가까웠고, 몸에 살이 붙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노인은 곧잘 그의 힘을 칭찬했다. 나이든 사람이 줄수 있는 것은 칭찬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노인의 시체를 구덩이의 바닥에 놓고는 그것을 내려다 보았다. 비가 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비가 내리기전에 흙을 덮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노인의 얼굴에 흙을 덮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노인은 칼과 방패와 창에 대해서는 그가 알고 있는 전부를 가르쳐줬지만 말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못했다.
"당신의 검을 놓고 가고 싶지만, 검은 땅속에서 녹슬 겠지." 이윽고 덩크는 변명과 같은 말투로 말했다. "아마 신들이 새로운 검을 당신에게 주겠지. 노인이여, 당신이 죽지 않았으면 해."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라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 수많은 기도문 중에서 끝까지 할줄 아는 것이 없었다. 노인도 결코 기도를 자주하는 편이 아니었다. "당신은 진정한 기사였다. 그리고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경우에 나를 때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르는새에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메이든풀에서 있었던 일은 예외였어. 그 미망인의 파이를 먹은 것은 내가 아니라 여관의 꼬마애였다고 말했는데, 뭐 나는 괜찮지만. 어쨌든 신들이 당신을 지켜주기를." 구덩이에 흙을 차넣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노인의 시체에서 시선을 옮긴 후 땅을 평평하게 했다. '이사람은 오래 살았다.' 덩크는 생각했다. '60살 정도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적어도 이노인은 이번 봄이 오는 것을 보고 죽을 수가 있었다.
말들에게 여물을 주는 사이에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다. 말은 세마리가 있다. 등뼈가 휜 그의 늙은 말. 노인의 작은 승용마, 그리고 마상창시합이나 전쟁때에 타는 군용마 선더였다. 이 큰 갈색말은 옛날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여전히 눈은 빛나고 야성적인 혼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놈은 덩크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값이 나간다. '이놈과 저늙은 말과 거기에 따라오는 것들을 팔면... 은화가 들어오니까...' 덩크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알고 있는 유일한 생활은 떠돌이 기사의 생활이었다. 성에서 성으로 말을 타며 움직이고 매번 다른 영주들을 섬기며 그들을 위해서 싸우고 전쟁이 끝날때까지 그들의 밥을 얻어먹으며 끝난후에는 다시 이동을 한다. 때때로 마상창시합도 있지만, 그리 자주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먹을것이 별로 없는 겨울에는 도적이 되는 떠돌이 기사도 있지만 노인은 결코 그러한 짓을 하지는 않았었다.
'말들을 돌봐주고 사슬갑옷을 닦아주는 종자가 필요한 떠돌이 기사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혹은 라니스포트나 킹스랜딩과 같은 도시에 가서 경비대에 들어가도 괜찮겠군. 또...'
그는 노인의 소지물을 떡갈나무 아래에 모아놓았다. 스태그 은화 3장과 동화 19장이 든 가죽 주머니, 깨진 부싯돌. 다른 떠돌이 기사들이 그렇듯이 노인의 세속적인 재산의 대부분도 전쟁에 관계있는 것들이었다. 이제 덩크의 소유물이 된 것은 지금까지 몇번씩이나 녹을 닦아온 사슬갑옷, 폭이 조금 넓은 코받임, 왼쪽에 맞은 자국이 남아있는 철제투구, 약간 깨진것이 보이는 가죽혁대, 나무와 가죽으로 되어있는 칼집과 칼, 칼을 갈때 쓰는 돌, 실전용의 8피트짜리 창, 철로 테두리를 두른 방패에는 페니트리의 앨런경 즉 노인의 문장인 날개 달린 은색 성찬배가 빛나고 있다.
덩크는 방패를 보고 혁대를 들어올려 보고는 다시 방패를 내려봤다. 혁대는 노인의 마른 허리에 맞춰 만들어져 있어서 사슬갑옷이 그렇듯이 그의 몸에 맞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는 칼의 손잡이를 노끈으로 허리에 묶어놓고는 장검을 꺼내들었다.
날은 길고 곧으며, 무겁고, 어느 성의 대장간에서 만든 좋은 강철로 만들어져있었다. 손잡이는 나무 손잡이을 가죽으로 감싼 것이고 맨밑은 부드럽게 빛나는 검은 돌이었다. 그 검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손에 잘맞았다. 그리고 덩크는 수많은 세월동안 자기전에 그 칼을 돌로 갈고 기름먹인 헝겁으로 닦아준 칼이기에 그것이 매우 날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칼은 노인의 손에 잘맞았던 것처럼 내손에도 잘맞을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있으면 곧 애쉬포드의 초원에서 마상창시합이 있을 예정이지.'
스위트풋은 늙은 체스넛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지만, 덩크의 몸은 여전히 아프고 피곤했었다. 시냇가에는 나무로된 높은 건물이 서있었다. 그 건물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노란색 등이 그를 불러들이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은화가 3장있다. 이정도 있으면 맛있는걸 먹고 술을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실수가 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말을 내리니까 시냇가에서 벌거벗은 소년이 올라와서 갈색 망토로 몸의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니가 마부냐?" 덩크는 물었다. 소년은 창백한 얼굴을 한 삐적마른 8살 내지는 9살 정도의 소년이었다. 소년의 맨발에는 복숭아뼈 높이까지 진흙이 묻어있었다. 한가지 특이한 사실이 있다면 소년에게는 머리카락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탄 말에는 빗질을 해줘라. 그리고 세마리 전부 오트밀을 주면 좋겠어. 야, 너. 할수 있냐?
소년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답했다. "마음 내키면 해줄수도 있지."
덩크는 얼굴을 찌푸렸다. "싸가지 없는 녀석이군. 나는 기사다. 혼 좀 나볼래?"
"기사 같이는 보이지는 않는데."
"기사들이 모두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냐?"
"아니. 하지만 기사들는 당신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지. 게다가 검에 메달린 끈은 그냥 평범한 노끈이잖아."
"칼집에서 떨어지지만 않으면 괜찮아. 말들을 돌봐라. 잘하면 동전을 몇개 줄께.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귀싸대기를 때릴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문을 어깨로 열었다.
이시간대의 여관은 붐빌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휴게실은 한산했다. 훌륭한 다마카스 직물로된 망토를 입은 젊은 귀족이 식탁에 엎어진 자세로 자면서 흘러내리는 와인에 얼굴을 박고서 조용히 코를 골고 있었다. 그외는 아무도 없었다. 덩크는 어색한 느낌이 들어 점잖지 않게 좌우를 둘러다보았다. 잠시후 그걸보던 키가 작고 뚱뚱하고 혈색이 안좋은 여자가 주방에서 나와서 말했다. "아무데나 앉아요. 맥주? 아니면 식사?"
"양쪽 다." 덩크는 잠자는 남자와는 거리가 먼 창가의 의자에 앉았다.
"향신료를 써서 만든 어린양의 구이도 있고 아들이 잡아온 오리도 있지요. 어느쪽으로 할까요?"
덩크는 반년이 넘게 여관에서 식사를 못했었다. "양쪽 다."
여자는 웃었다. "그체격이면 괜찮겠네. 그녀는 뚜껑이 달린 큰 잔을 가지고 와 맥주를 따라서 그의 식탁으로 가지과 왔다. "잠잘 방도 필요하나?"
"아니." 덩크는 부드러운 볏집이 들은 이불과 머리위에 있는 지붕이 무엇보다도 갖고 싶었으나, 돈에는 주의해야했다. 땅바닥에서도 잘수는 있는 것이다. "얼마간의 식사와 얼마간의 맥주. 그것만 있으면 애쉬포드에 갈수 있지. 얼만큼 가면 되지?"
"말로 하루. 불탄 수차의 옆에서 길이 두갈래로 나뉘어지면 북쪽으로 가야지. 우리 아들은 지금 말을 돌보고 있나? 아니면 또 도망쳤나?"
"아직 저기 있어." 덩크는 말했다. "그런데 손님이 없나보군."
"마을 사람의 절반은 마상창시합을 보러 갔어. 내가 된다고 하면 아이들도 가겠지. 내가 없으면 애들이 이 여관을 지키겠지만, 아들은 병정들이랑 같이 걸어 다니고 싶을 것이고, 딸은 기사가 말타고 지나갈 때마다 그쪽을 바라보면서 한숨 쉬기도하고 웃기도 할꺼야. 하지만 나는 왜그런지 모르겠어. 기사들도 다른 남자들과 똑같고, 마상창시합을 한다고해서 달걀값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덩크를 이상한 것 보듯이 했다. 그의 검과 방패는 그녀에게 하나의 사실을 말하고, 옷차림은 또다른 하나의 사실을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당신도 마상창시합에 나가는건가?"
그는 답하기 전에 앞에 놓여진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약간 누런빛이 섞인 갈색. 진한 맛. 역시 술은 이래야만 한다. "그래 그곳에서 나는 영웅이 될꺼야."
"아. 그러신가요?" 여관의 여주인은 일단은 예의 바르게 답했다.
방의 반대편에서 귀공자가 와인속에서 얼굴을 들었다. 쥐굴과 같이 갈색이 섞인 모래색의 머리카락의 아래에 있는 얼굴은 건강하지 않은 창백한 색이었다. 그리고 턱은 아무렇게나 나있는 금색 수염으로 덮여있었다. 그는 입을 쓱닦고 몇번 깜박거린 다음에 덩크를 보며 말했다. "니놈의 꿈을 꿨지." 그리고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가까이 오지마. 잘들어라. 계속 떨어져 있어."
덩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
여주인은 덩크의 귀에다가 속삭였다. "저 사람에게 신경쓸 필 요 없어. 맨날 술을 마시고 꿈얘기 밖에 안하지. 식사를 차릴께요." 그녀는 주방쪽으로 사라졌다.
"식사라고?" 귀공자는 뱉어내듯이 말하고는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메스꺼워." 그의 튜닉의 가슴에는 오래된 와인자국들이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여자를 사려고 했지만, 여긴 아무도 없어. 애쉬포드의 초원으로 다들 가버린거야. 젠장. 취하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그는 불확실한 걸음으로 휴게실에서 나갔다. 콧노래를 부르며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덩크에게 들려왔다.
'한심한 녀석이군.' 덩크는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왜 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는 맥주를 마시며 그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양고기는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오리는 체리와 레몬을 곁드려서 요리해놔서 다른 오리들보다도 담백하고 그것 또한 맛있었다. 여주인은 버터로 구은 강낭콩과 오븐에서 방금 꺼내온 오트밀빵을 가지고 왔다.
'이런걸 기사라고 하는거지.' 그는 뼈에서 고기조각을 떼어내며 생각했다. 맛있는 식사, 실컨 마실수 있는 맥주. 그리고 머리를 때리는 사람도 없다.' 식사와 함께 두잔째 맥주를 마시고, 입을 씻어내리기 위해 세잔째를 마시고, 말리는 사람이 없기에 네잔째를 마셨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여주인에게 은화를 한장 줬다. 그래도 한웅큼의 잔돈이 돌아왔다.
덩크가 밖에 나왔을 때, 이미 깜깜해진 상태였다. 배는 차고,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그는 기분 좋게 마굿간으로 향했다. 말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소년이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덩크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서둘러 마굿간으로 향했다.
마굿간에는 마부가 노인의 갑옷을 입고 선더를 올라탄 상태로 있었다. 사슬갑옷은 소년에게는 너무나 길었고,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머리에 쓴 투구는 조심하지 않으면 눈마저 가릴 것 같았다. 하지만 소년는 매우 진지했고 동시에 우습게 보였다. 덩크는 마굿간의 입구에 서서, 웃었다.
소년은 고개를 들고, 얼굴을 붉히고, 말에서 뛰어내렸다. "아니, 결코--."
"도둑놈." 덩크는 엄한척했다. "그 투구를 벗어. 그 바보 같은 머리를 선더에게 차이지 않은 것만해도 운이 좋다고 여겨라. 저건 군용말이지 결코 어린애용 조랑말이 아니야."
소년는 투구를 벗어서 밀집 위에다가 던졌다. "나도 너만큼 잘탈 수 있어." 그는 뻔뻔스럽게 말했다.
"닥쳐라. 무례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사슬갑옷도 벗어. 뭘할 생각이였냐?"
"입을 다물고 있으면 말할 수 없잖아?" 소년은 몸을 움직이면서 사슬갑옷을 벗고 땅바닥에 놓았다.
"대답을 할 때는 괜찮아. 입다물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다." 덩크는 말했다. "사슬갑옷을 들어서 먼지를 털고 원래 있었던 곳에 옮겨놔라. 그리고 그 투구도. 시킨대로 스위트풋에게 빗질했냐?"
"응." 소년은 사슬갑옷에 묻은 밀집을 털어내며 말했다. "당신 애쉬포드로 가는 길이지? 날 데리고 가줄수 있어?"
여주인이 말했던 대로다. "그러면 너희 어머니가 뭐라고 말할것 같냐?"
"엄마?" 소년은 이마를 지푸렸다. "엄마는 옛날에 죽었으니 뭐라고 말할리가 없지."
덩크는 놀랐다. 여관의 여주인은 이녀석의 엄마가 아니란 말인가? 그냥 종업원일 수도 있다. 덩크의 머리는 술기운 때문에 약간 어질어질 했다. "너는 고아냐?" 그는 물었다.
"너는?" 소년은 되물었다.
"옛날에는 그랬다." 더그는 말했다. '노인이 받아들여 줄때까지는.'
"받아주기만 한다면 종자가 되어줄수도 있지."
"종자는 필요 없다." 그는 말했다.
"기사에게는 반듯이 종자가 필요해." 소년은 말했다. "누가 뭐랄지라도 종자가 필요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덩크는 겁주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리고 니놈은 당장에라도 맞고 싶다는 얼굴을 하고 있지. 주머니 가득 오트밀을 넣어라. 나는 지금부터 애쉬포드로 갈것이다. 혼자서."
만약 소년이 겁을 먹었다면 효과적으로 먹였다고 할수 있다. 한순간 팔장을 끼고 반항적으로 서있었지만 덩크가 마음을 바꾸려는 순간에 뒤로 돌아서 오트밀을 꺼내러 갔다.
덩크는 한숨을 쉬었다. '데리고 갈수 없는 것은 아쉽지다. 하지만 녀석은 이여관에서 좋은 생활을 하고 있지. 떠돌이 생활보다는 나을거다. 데려가도 녀석을 위한 것이 되지는 않겠지.'
하지만 역시 덩크는 소년의 실망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덩크는 스위트풋을 타고 선더의 고삐를 잡고는 동전을 주면 소년도 기운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꼬마야. 용돈이다." 그는 웃으면서 동전을 던졌다. 하지만 소년은 그것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고, 동전은 두맨발 사이에 떨어졌다. 소녀는 그것을 주으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가버리면 곧 줍겠지.' 덩크는 스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말을 돌리고는, 뒤어 두마리를 끌고, 여관을 떠났다. 숲은 달빛으로 밝았고, 하늘에는 구름이 없어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길을 가면서도 마부의 시선을 등에 느끼고 있었다. 덩크가 넓은 애쉬포드 초원의 가장자리에 말을 멈췄을 때는 이미 오후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잇었다. 이미 초원에는 60개가량의 텐트가 쳐저 있었다. 작은 것, 큰것, 네모난것, 둥근것, 마대로 된것, 면으로 된것등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요란한 색깔이었고, 가운데의 기둥에는 아름다운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들풀의 꽃밭보다 더욱 화려한 깃발들. 진홍, 밝은 노란색, 여러가지 종류의 녹색과 푸른색, 짙은 검정색, 회색, 그리고 보라색.
이들 기사들 중 몇명과 노인은 말을 나란히 한적이 있었다. 그밖에도 덩크가 여려지방의 휴게실이나 모닥불가에서 소문을 들어본적이 있는 기사들도 있었다. 덩크는 읽기와 쓰기라는 마법을 배운적은 결코 없지만, 노인은 문장학을 가르치는 차례가 되면 철저해졌다. 어떨때는 말을 타고 가면서 배우기조차 하였다. 저쪽으로 보이는 새의 문장은 마치가의 캐론공의의 것. 그는 창의 명수이자 견금의 명수이다. 왕관을 안은 암사슴은 '웃는 폭풍우'라는 별명을 갖은 라이오넬 파라시온경의 것. 탈리의 사냥꾼 돈다리온가의 보라색 번개, 포서웨이가의 빨간 사과도 있다. 저기서는 라니스타가의 진홍 바탕의 황금사자가 짖고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에스타몬트가의 짙은 녹색의 바다거북이 옅은 녹색의 바다를 해엄치고 있다. 붉은 숫말 아래의 갈색 텐트에는 오소 블래켄경의 것임에 틀림없다. 이인물은 '흉악한 블래켄'이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3년전에 킹스랜딩에서 있었던 마상창시합 때에 쿠엔틴 블랙우드공을 죽였기 때문이다. 오소경이 언월도로 너무 세게 때렸기 때문에 블랙우드공의 투구가 깨져서 그안에 있었던 머리가 깨지고 말았던 것이다. 또한 초원의 서쪽 끝의 오소경의 텐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블랙우드가의 깃발도 보였다. 마블랜드, 마리스터, 카길, 웨스터링, 스원, 마렌드, 하이타워, 프로렌트, 후레이, 펜로즈, 스토크워스, 달리, 파렌, 와일드. 아마 서부와 남부를 대표하는 명가들 모두가 애쉬포드에 기사를 한두명 혹은 세명 정도 파견해서 그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공주와 만나게하여 그녀를 위한 마상창시합에서 이름을 날리게 하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그들의 텐트가 아무리 화려해 보일지라도 자신이 들어갈 곳은 없다는 사실을 덩크는 알고 있었다. 오늘밤의 밤이슬을 막아주는 것은 한장의 낡은 모포뿐이다. 귀족이나 높은 지위의 기사들이 거세한 닭이나 어린 돼지를 배부르게 먹고있는 동안에 덩크는 딱딱하고 맛없는 소고기의 소금절임만으로 참아야한다는 사실을 충분이 알고있다. 상냥하게 환영해주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으나, 그럴경우에는 좀더 비참한 기분을 맛보게 될것이다.
떠돌이 기사는 자존시을 굳게 지켜야만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으로 묘기를 보여주고 돈을 받는 재주꾼들과 같은 수준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해서라도 저사람들의 사이에 끼여야한다. 잘싸우면 어딘가의 영주가 나를 고용해줄수도 있겠지. 그렇게되면 고귀한 사람들과 말을 나란히 세우고, 매일밤 신선한 고기를 먹고, 마상창시합날에는 내 텐트을 칠수도 있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잘싸워야만해.' 그는 시합장과 반대편을 향해 말을 끌어 숲에 들어갔다. 마을과 성에서 반마일정도 들어간 넓은 초원의 가장자리에 작은 강이 휜곳에 깊은 호수가 생긴 장소를 발견했다. 물가에는 갈대가 자라고 잎이 많은 한그루의 느릅나무가 높게 자라고 있었다. 아름다운 장소였지만 아직 아무도 자리잡지 않았다. 그곳에서 자라는 풀들은 그어떤 기사의 깃발의 녹색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녹색이었고 부드러운 감촉을 갖고 있었다. '여길 내 텐트로 삼자.' 덩크는 생각했다. '나뭇잎의 천장이 달리 텐트. 티렐가나 에스터몬트가의 깃발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녹색이다.'
우선 말들을 돌봐야한다. 그게 끝나면 그는 여행길에서 더러워진 몸을 씻기 위해 옷을 벗고 연못에 들어갔다. '진정한 기사는 경건할뿐만 아니라 청결해야한다.' 노인은 언제나 그렇게 말하면서 냄세가 나건 말건간에 한달에 한번씩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를 씻었다. 자기도 이제 기사가 되었으니 똑같이 하자고 덩크는 다짐하였다. 그는 벌거벗은체로 나무 아래에 앉아 몸을 스쳐가는 따뜻한 봄바람의 감촉을 즐기면서 갈대 사이를 유유자적하게 날아가는 잠자리(Dragonfly)를 보면서 물기를 닦았다. '왜 저걸 Dragonfly라고 부르는 것일까? 전혀 닮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해보아도 덩크가 드래곤을 본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래곤의 이야기라면 수십번도 더들었다. 앨런경이 어릴적 그의 할어버지가 그를 킹스랜딩에 데리고가서 그곳에 있던 마지막 드래곤이 죽기 전해에 그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녀석은 작은 암컷이었고 발육부진이여서 날개가 쪼글아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녀석이 낳은 알중에서 부화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곤왕이 독살했다는 소문도 있지." 노인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건 이곤3세의 일이었을 거야. 디론왕의 아버지가 아니라 '드래곤베인'이다든지 '이곤 불행왕'이라고 불린 사람의 일이지. 그는 드래곤을 두려워했어. 왜냐하면 삼촌의 짐승이 그의 어머니를 먹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지. 마지막 드래곤이 죽은 후로 여름은 짧아지고 겨울은 추워졌지."
태양이 숲의 나뭇가지 사이로 숨게되자, 바람도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덩크는 팔에 닭살이 돋는 것이 느껴지자 튜닉과 바지를 나무에다가 대고 털고는 다시 입었다. 내일은 시합사무국장을 찾아내서 참가신청을 해둬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만약 도전할 것이라면 오늘밤 사이에 해야할 일이 달리 있었다.
물에 비춰볼 필요도 없이 자신의 모습이 기사답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앨런경의 방패를 문장이 보이도록 등에 메었다. 말들에게 풀을 먹이고는 덩크는 시합장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애쉬포드마을 사람의 공유지로 쓰이는 겅건너의 초원은 완전히 변했었다. 하루밤 사이에 새로운 마을이, 돌이 아닌 면으로 된 마을이, 그리고 강건너의 애쉬포드보다도 더크고 아름다운 마을이 생겨났다. 들판의 가장자리에는 수십명의 상인들이 가게를 벌려놓고는 벨트, 과일, 부츠, 짐승가죽, 매, 도자기, 보석, 향신료등 수없이 많은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곡예사, 인형사, 마술사등이 사람들 사이사이에서 쇼를 하고, 창녀와 소매치기들도 장사에 열중했다. 덩크는 조심스럽게 지갑을 붙잡았다.
불위에서 잘익은 소세지의 냄새를 맡으니 군침이 흐르기 시작했다. 덩크는 지갑에서 동전을 한개 꺼내서 소세지를 사고 그걸 뱃속에 밀어넣기 위한 맥주를 한컵 샀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나무로 만들어진 기사와 드래곤이 싸우는 것을 구경했다. 그 드래곤을 다루는 여자 인형사를 보는 것도 눈의 보신이 되었다. 키가 크고 올리브색 피부를 갖었으며 머리카락은 돈지방사람들 특유의 검은색이었고, 창처럼 말랐으며 가슴이라고 할수 있는 가슴은 없었으나 덩크는 그녀의 얼굴과 실 끝에서 입을 뻥끗뻥끗거리거나 몸을 뒤트는 손놀림이 마음에 들었다. 만약 돈이 넉넉했더라면 그녀에게 동전 하나라도 던져주고 싶었으나 그는 동전 한푼도 낭비할 수 없었다.
바라던대로 상인들 속에는 무기상인도 있었다. 두갈래로 기른 푸른 턱수염을 갖은 티로시인이 장식이 달린 투구나, 새나 짐승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후 금은으로된 장식을 박아넣은 호화찬란한 무구를 팔고 있었다. 다른곳에는 값싼 철로 만든 칼을 파는 대장간이 있었고, 또 다른곳에는 좀더 질이 낫은 칼을 파는 상인도 있었으나 그가 찾고 있던것은 칼이 아니었다.
그가 찾던 남자는 노점의 가장 끝에 있었다. 그사람은 훌륭한 사슬갑옷이나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철제 장갑을 진열해놓았다. 덩크는 그것들을 자세히 보았다. "좋은 물건을 만드는데." 그는 말했다.
"누구보다도 잘만들 자신은 있지." 대장장이는 땅딸막하고 키는 5피트정도 밖에 안되었지만 가슴둘레나 팔의 굵기는 덩크와 비슷하였다. 턱수염은 검고 손은 매우 크고 비굴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상창시합에서 쓸수 있는 갑옷이 필요해." 덩크는 그 대장장이에게 말했다. "목과 뺨을 보호할수 있는 큰 투구가 달린 갑옷이 필요하지." 노인의 투구도 머리에 들어가긴하겠지만 코 가리개만으로는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대장장이는 덩크를 살펴보았다. "덩치가 크군. 하지만 난 더 큰사람들을 위한 갑옷도 만들지." 그는 가게의 밖으로 나왔다. "무릎을 꿇고. 어깨너비를 잴테니. 그래. 그리고 그 굵은 목도." 덩크는 무릎을 꿇었다. 대장장이는 일정한 간격으로 묶인 가죽끈을 덩크의 어깨에 대고 신음하고 목둘래를 재보고 다시 신음하였다. "팔을 들고. 아니. 오른쪽." 다시 신음했다. "일어나도 되." 그는 겨드랑이의 안쪽, 허벅지의 굵기 그리고 허리둘레를 재고는 신음했다. "당신에게 알맞을 것 같은 제품이 짐차속에 있기는하지." 남자는 칫수를 다재고는 말했다. "하지만. 금은세공 따위는 전혀 없어. 단지 좋은 강철을 썼을 뿐이지. 튼튼하고 촌스럽지. 나는 투구다운 투구를 만들지. 날개 달린 돼지나 외국과일 같은 모양은 하지 않어. 하지만 내 제품은 창을 얼굴에 맞았을 때 그 진가를 알수 있지."
"내가 원하는게 바로 그런거지." 덩크는 말했다. "얼마지?"
"800 스태그로 하지. 기분이 좋으니까."
"800이라고!" 생각보다 비쌌다. "오래된 갑옷을 넘겨주겠네. 나보다 좀더 작은 남자의 것이다. 투구와 사슬갑옷과..."
"나 스틸리 페이트는 내가 만든것만 판다네." 남자는 딱잘라 말했다. "하지만 재료로 쓸수는 있겠지. 녹슬지 않았다면 그걸 받고 600만 받겠네."
갑옷을 외상으로 넘겨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답이 어떤건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노인과 함께 오랜 세월동안 여행을 해왔기 때문에 떠돌이 기사들을 상인들이 믿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상인들은 떠돌이 기사들을 도둑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은화를 두장 내겠네. 그리고 갑옷과 남은 돈들은 내일 지불하지."
대장장이는 잠시 그를 보았다. "은화 두장으로 하루정도는 기달려주지. 하지만 하루 지나도 안오면 다른 손님한테 팔것이다."
덩크는 지갑에서 은화를 꺼내 페이트의 두꺼운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 "다 주겠다. 나는 이곳에서 영웅이 될 생각이니까."
"그래?" 페이트는 동전 한장을 씹어서 진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네를 응원하기 위해서 왔나보군."
숲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이미 달은 높이 떠있었다. 등뒤에서는 애쉬포드의 들판이 횟불로 비춰지고 있었다. 노래소리와 웃음소리가 초원을 흘러왔지만, 덩크의 마음은 어두웠다. 갑옷값을 버는 방법이 단한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일 지게되면... "한번 이겨보면 되는거지!" 그는 소리를 내어 말해보았다. "그걸 바라는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아무리 그럴지라도 노인이라면 그런 희망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앨런경은 몇년전에 있었던 스톰엔드에서의 마상창시합에서 드래곤스톤의 왕자가 그를 말위에서 떨어뜨렸을 때부터 마상창시합에는 참가하지 않았었다. "7왕국 최고의 기사를 상대로 7번 창을 꺽었다고 말할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노인은 말하곤 했다.
"더이상 바랄 것도 없다. 그런데 왜 도전을 해야하는거지?"
앨런경이 이런 기분이 든것은 그시합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나이 때문이 아닌가라고 덩크는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을 물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노인은 자존심이 강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은 변하지 않았었다. '너는 빠르고 강하다고 노인은 내게 말해주었다. '노인이 그랬다고 나마저도 그럴법은 없지,'라고 생각했다.
머리 속에서 자기자신의 가능성을 되세겨보면서 잡초사이를 지나가다보니 천천히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덩크는 멈추지 않고 칼을 쥔 다음 돌진하였다.
소리를 지르면서 뛰쳐나섰지만 모닥불 옆에 앉아있는 그소년의 모습을 보고는 멈췄다. "니놈이냐!" 칼을 내리고, "여기서 뭐하는거냐?"
"생선을 굽고 있지." 머리카락이 없는 소년이 말했다. "먹고 싶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고 있다. 말이라도 훔쳤냐?"
"화물마차를 타고 왔지. 애쉬포드공의 식탁에 올라갈 어린양을 운반하는 사람과 함께 말이야."
"그러면 그사람이 아직 남아있느지 어떤지 알아보는게 좋을거야. 혹은 다른 짐마차를 찾을수 있는지 없는지. 너를 여기 남겨둘 생각은 전혀 없어."
"나를 쫓아낼 수는 없을껄." 소년은 건방진 말투로 말했다. "그런 여관은 질색이야."
"니 건방진 태도에는 질렸다." 덩크는 경고했다. "나는 지금당장 너를 말에 태워서 니네 집으로 돌려보낼수도 있어."
"그러면 저멀리 킹스랜딩까지 가야할텐데. 그러면 마상창시합에는 나갈수가 없겠군."
'킹스랜딩이라고' 한순간 덩크는 소년이 그를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덩코도 킹스랜딩 출신이라는 사실을 소년이 알고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이녀석도 아마 프리보톰'의 불쌍한 부랑아였겠지.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걸 누가 뭐라고 할수 있겠는가.'
칼을 손에 쥐고 8살짜리 고아를 내려다보는 자기가 한심해졌다. 그래서 헛소리를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칼을 칼집에 넣었다. '적어도 한대 정도는 때려야했다.'고 그는 생각했으나 소년이 너무나도 불쌍해 보여서 때릴수가 없었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가지런하게 놓여진 돌맹이로 이루어진 원 안에서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말은 빗질이 되어있었고, 옷은 가지런하게 개어져 있었고 말려져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씻었다." 소년은 말했다. "그리고 말들도 손봐줬지. 불도 일으키고, 이 생선을 잡았어. 텐트도 칠려고 했지만 안보였어."
"저게 나의 텐트야." 덩크는 머리 위에 펼쳐진 나뭇가지들을 가르켰다.
"저건 나무야." 소년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말했다.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사가 필요로하는 텐트야. 연기가 찬 텐트속에서 자는 것보다는 별이 가득찬 밤하늘 아래에서 자는 것이 훨씬 낫지."
"비가 오면?"
"나무가 막아주겠지."
"나무로는 부족해. 빗물은 샐꺼야."
덩크는 웃었다. "그렇군. 사실 텐트를 살돈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저 생선은 슬슬 뒤집는게 좋을껄. 안하면 아래는 타고 위는 들익은 생선을 먹게 될꺼야. 그러면 결코 현명한 소년이라는 말을 듣지 못하겠지."
"되려고 하면 될수 있어." 소년은 그렇게 말은 했지만, 곧 생선을 뒤집었다.
"머리카락은 어떻게 된거야?"
"마이스터들이 깍아버렸어." 소년은 생각난듯이 짙은 갈색의 후드를 올려서 머리를 가렸다.
이나 기생충 대책 혹은 어떤 병의 치료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덩크는 몇번인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병이냐?"
"아니." 소년은 말했다. "당신 이름은?"
"덩크." 그는 말했다.
그불쌍한 소년은 이토록 이상한 얘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라는 듯이 웃었다. "덩크라고? 덩크경이라고? 기사의 이름이 아니야. 덩컨을 줄인거야?"
그랬나? 어렸을 때부터 노인은 이미 그를 덩크라고 불렀다. 그전의 생활에 대해서는 그리 생각나는게 없었다. "덩컨이라... 그렇다." 그는 말했다. "덩컨경, 음..." 덩크에게는 그밖의 이름 따위는 없었고 집도 없었다. 프리보톰의 슬럼이나 뒷골목에서 부랑아 생활을 하던 무렵에 앨런경을 만난 것이다. 그는 부모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뭐라고할까? '프리보톰의 덩컨경'이라고 말하면 기사답지가 못하다. 페니트리를 써도 괜찮겠지만 그것도 약간 이상했다. 그게 어디냐고 물어봐도 덩크는 페니트리에 가본적도 없고, 노인도 그곳에 대한 얘기를 그리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는 잠시 동안 찡그린 후에 말했다. "키가 큰(tall) 덩컨경." 사실 그는 키가 큰편이었고, 그사실에 대해서 뭐라고 할수 있는 사람은 그리 없었다. 게다가 강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키가 큰 덩컨경 같은 이름은 들어본적도 없어."
"그러면 너는 7왕국의 기사들의 이름을 전부 외고 있냐?"
소년은 덩컨의 눈을 보았다. "훌륭한 사람들은 모두."
"나도 그들만큼이나 훌륭하지. 마상창시합이 끝나면 모두들 알게될꺼야. 니한테는 이름이 있냐?"
소년은 거침 없이 말했다. "달걀(egg)"
덩크는 웃지 않았다. '이녀석의 머리는 사실 달걀처럼 보이긴하지. 어린 아이들은 잔인해질 수 있고, 어른들도 그렇지.' "달걀아." 그는 말했다. "너를 두들겨 패고, 좇아내야만 하겠지만, 내게는 텐트도 없고 종자도 없어. 내 명령을 듣는다고 맹세한다면 마상창시합 때 종자로 써주지. 그다음일은 그다음에 생각하자고. 너를 데리고 다닐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니 등을 옷이 덮어주고, 뱃속에 먹을 것이 들어가겠지. 아무리 옷감이 거칠고 식사는 소금에 절인 소고기와 물고기가 될지라도, 때때로는 다른 동물의 고기가 될지라도 너가 굶는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나는 너를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에그는 빙긋 웃었다. "네. 주인님."(Yes, My Lord!)
"Sir면 충분해. 나는 그냥 평범한 떠돌이 기사일 뿐이니까." 천국에서 노인이 내려다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내게 가르침을 줬듯이 나는 이애한테 무술을 가르치겠습니다. 이녀석은 유능해 보이군요. 언젠가는 기사가 되는 날이 올수도 있겠습니다."
생선은 아직 덜익었었다. 게다가 뼈가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하지만 딱딱한 소고기의 소금절임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그는 꺼져가는 모닥불 옆에 누워 곧 잠에 빠졌다. 그옆에 덩크도 머리 밑에 손을 넣어 하늘을 바라보며 누웠다. 반마일 가량 떨어진 시합장에서 가늘게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하늘 가득히 별들이 보이고 수천수백의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다보니 어두운 하늘을 가로지르는 한줄기의 녹색 빛이 보였다. 별이 하나 흘러간 것이다.
'유성을 본 사람에게는 행운이 온다. 하지만 지금쯤 다른 녀석들은 모두 텐트속에 들어가서 밤하늘이 아니라 텐트천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러니까 이 행운은 나만의 것이야.'
닭울음소리에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에그는 노인의 두번째로 좋은 망토를 둘러입고 자고 있었다. '녀석이 밤새 도망치지는 않았군.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네.' 그는 아이를 발로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할일이 있다." 소년은 눈을 비비면서 곧 일어났다. 스위트풋에게 안장을 얹는 것을 도와라."
"아침밥은?"
"소고기의 소금절임이지. 일을 다하면 줄께."
"말고기를 먹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시키는대로 안하면 주먹맛을 보여주겠어. 빗을 꺼내. 안장옆의 가방에 들어있어. 맞아 그거야."
두사람은 힘을 합쳐서 그 승용말의 갈색 털을 빗었다. 앨런경이 갖고 있던 것 중에서 가장 좋은 안장을 올려놓고 벨트를 조였다. 에그는 한번 마음을 먹으면 최선을 다한다고 덩크는 생각했다.
"오늘은 아마 늦게 돌아올거야." 그는 말에 탄 상태로 소년에게 말했다. "넌 여기에 남아서 뒷정리를 해. 다른 도둑놈들에게 뺏기지 않도록 말이야."
"그놈들을 해치우기 위한 칼을 줘." 에그는 말했다. 그의 눈은 검은색이 약간 들어가서 보라색에 가까운 푸른색이었다. 머리카락이 없었기 때문에 눈이 커보인다.
"안돼. 단검으로 충분해. 그리고 내가 돌아왔을 때 반듯이 여기 있어야한다. 알겠지. 내물건을 훔치면 너를 찾아내고야 말꺼야. 개를 써서라도."
"개 같은 거 없으면서." 에그가 아픈 구석을 찔렀다.
"살꺼야. 너를 찾기 위해서." 그는 스위트풋의 머리를 경기장 쪽으로 돌린 다음에 그의 협박이 소년을 얌전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면서 빠른 걸음으로 말을 몰았다. 입고 있는 옷과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갑옷과 그리고 엉덩이 밑에 깔린 말을 빼면, 세상에서 덩크가 갖은 모든 것을 캠프에 놔두고 오게되는 셈이었다. '이렇게 그녀석을 믿다니. 나는 바보야. 하지만 이게 노인이 나한테 해준것이지. 아마 내가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성모님께서 저녀석을 내게 보내준 것이 틀림 없어.'
초원을 가로질러가보니 강가에서 망치소리가 들려왔다. 목수들이 시합장의 울타리와 높은 관람석을 만들기 위해서 못을 박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텐트도 두세개 생겼다. 한편으로 일찍 도착한 기사들이 어젯밤의 술기운을 풀기위해서 한숨 더 자둔다든지 그냥 아침을 먹는다든지 하고 있었다. 덩크는 나무가 타는 냄새 뿐만이 아니라 베이컨을 굽는 냄새도 맡을 수가 있었다.
초원의 북쪽에는 코쿨즈웬트강이 흘렀다. 이건 큰 만다강으로 흘러가는 지류이다. 나루터 건너에 마을과 성이 있다. 노인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많은 마을과 시장을 봐왔지만, 이 마을은 특히 아름다웠다. 초가지붕을 갖는 흰색 집집들에게는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매력이 있었다. 그런 곳에서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어릴적에 생각하곤 했었다. 매일밤 머리위에 지붕이 있는곳에서 잠이 들고, 매일 아침 같은 벽에 둘러싸여서 잠이 깨는 생활.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 에그도 알게 될것이다.'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기한 일이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애쉬포드성은 삼각형 모양을 띈 돌구조물이었다. 세각의 끝부분에는 높이가 30피트 정도인 원형의 탑이 서 있었고, 탑들의 사이에는 두꺼운 성벽이 있었다. 성벽 위에는 오렌지 색의 깃발이 몇개씩이나 휘날리고 잇었고, 그 깃발에는 영주의 '태양과 산'의 하얀 문장이 그려져 있다. 문밖에는 오렌지와 흰색으로 된 옷을 입은 병사들이 창을 들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지만 본래의 임무보다는 지나가는 처녀들과 농담을 즐기는 것에 더욱 열정을 쏟고 있는 것 같았다. 덩크는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키가 낮고 턱수염을 기른 남자 앞에서 말을 멈추고 시합사무국장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건 프라마씨군. 이곳의 집사지. 따라와라."
가운데 정원에 들어가니 마부가 와서는 스위트풋을 데리고 마굿간으로 향했다. 덩크는 앨런경의 흠집투성이 방패를 등에 지고는 대장을 따라서 마굿간의 뒷편으로 돌아서 성벽에 세워져 있는 작은 탑으로 들어갔다. 가파른 계단이 성벽 위의 통로로 이어져 있었다. "마상창시합에 출전할 주인님의 이름을 등록하러 왔나?" 대장은 계단을 올라가면서 물었다.
"등록하는 것은 내 이름입니다."
"그러냐?" 그남자가 왜 웃는지 덩크는 알수가 없었다. "저 문이다. 잘 말해봐라. 나는 원래 위치로 돌아갈테니."
덩크가 그문을 열어보니 집사는 책상에 앉어서 양피지에 깃털펜으로 뭔가를 쓰고 있었다. 머리에는 흰머리가 약간 남아있었고, 얼굴을 마른편이었다. "뭐냐?" 그는 고개를 들었다. "뭔일 있냐?"
덩크는 문을 닫았다. "당신이 이집의 집사인 프라마입니까? 마상창시합에 참가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프라마는 입술을 오무렸다. "주인님의 마상창시합은 기사들을 위한 것이다. 자네는 기사인가?"
그는 귀가 빨개지지 않았을까 걱정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꽤나 이름을 날린 기사나보군."
"덩크." 왜 그걸 말해버린 거지? "키가 큰 덩크경이라고 합니다."
"대체 어디 출신이지? 키가 큰 덩크경."
"어디냐고 물으시면... 저는 대여섯살 때 페니트리의 앨런경의 종자가 되었습니다. 이게 그의 방패이지요." 방패를 꺼내서 보여줬다. "그분은 이 마상창시합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추위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 대신에 오게 된것입니다. 주인님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그의 검으로 저를 기사로 만들어 주셨지요." 덩크는 롱소드를 꺼내서 두사람 사이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시합사무국장은 그 롱소드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확실히. 그건 검이다. 하지만 페니트리의 앨런이라는 이름은 들어본적이 없군. 너는 그사람의 종자였던 게 맞지?"
"그분은 저를 그분과 같은 기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곤 하셨습니다. 그분은 돌아가실 때, 이 롱소드를 가지고 오라고 말씀 하신후, 무릎 꿇은 저의 오른쪽 어깨에 한번, 왼쪽 어깨에 한번 칼을 대고는 말을 하셨습니다. 제가 일어서자 그분은 제가 기사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음." 프라마라는 남자는 코를 문질렀다. "기사라면 누구나가 기사를 임명할 수 있지.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선서의 전날밤에는 자지말고 일을 하고 신관이 붓는 성스러운 기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지. 당신의 기사작위수여식에는 증인이 있었나?"
"새가 한마리. 가시나무 위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분이 말을 하시는 동안 새울음 소리가 들렸지요. 그분은 제게 훌륭한 진짜 기사가 되어라, 일곱기둥의 신들을 섬겨라, 약한자, 친족이 없는 사람을 지켜라, 주군께 충성을 다해라, 온힘을 다해서 나라를 지키라고 말씀하시고, 저는 그대로 하겠다고 맹세한 것입니다."
"정해진대로군." 프라마는 결코 덩크를 'Sir'라고 부르지 않았고, 덩크는 그사실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애쉬포드공과 얘기를 해봐야겠네. 자네나 자네 주인은 이곳에 모인 훌륭한 기사들과 친분을 갖고 있나?"
덩크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곳에는 돈다리온 가문의 깃발이 휘날리는 텐트가 있지요. 검은색 바탕에 보라색 번개가 그려진 깃발이."
"그건 그가문의 만프레드경의 것이라네."
"앨런경은 돈에서 그의 아버님을 섬긴 적이 있습니다. 3년전이군요. 만프레드경이라면 저를 기억해주실 수도 있습니다."
"그와 말을 해보는게 좋겠군. 만약 보증인이 되준다면, 내일 아침 이시간에 이곳에 그를 데리고 와주길."
"그러지요." 그는 문으로 향했다.
"덩컨경." 집사는 그를 불렀다.
덩크는 뒤돌아 보았다.
"알고 있겠지. 마상창시합에서 진 사람은 무기도 갑옷도 말도 이긴 사람에게 빼앗기고 배상금을 내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상금을 낼만한 돈을 갖고 있기는 한가?"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그말이 사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번 이기면 된다. 처음 시합에 이기면 상대편의 갑옷도 말도 그리고 돈도 내것이 된다. 그다음부터는 내돈으로 처리할 수가 있겠지.'
그는 다음에 해야할 일 때문에 기분이 약간 상했다. 가운데 정원에서 마부를 한명 붙잡고 말을 걸었다.
"애쉬포드공의 마굿간 담당자와 할말이 있는데."
"따라오시지."
마굿간 안은 어둡고 선선했다. 그가 걸어가다보니 거친 회색 숫말 한마리가 그를 물려고 했다. 하지만 스위트풋은 점잖아서 그가 코앞에다가 손을 올려보니 손바닥에다가 코를 비볐다. "너는 말을 잘듣는 착한 애지, 그렇지?" 그는 속삭였다. 노인은 항상 기사는 말을 사랑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기사는 죽어가는 자기 말을 몇마리씩이나 봐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은 그자신의 충고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노인이 마지막으로 남은 동전을 털어서 체스넛에게 사과를 사준다든지, 스위트풋이나 선더에게 오트밀을 사주는 것을 덩크는 몇번씩이나 봐왔다. 체스넛은 앨런경의 승용말이다. 체스넛은 피로를 모르는 듯이 앨런경을 태우고 7왕국의 끝에서부터 반대편 끝까지 모든 지방을 수천마일이 넘는 거리를 걸어왔다. 덩크는 오래된 친구를 배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체스넛은 너무나 늙어서 아무런 가치도 없었고 선더는 시합장에서 싸워줘야만 했던 것이다.
마굿간 담당자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덩크가 기다리고 있다보니 성벽쪽으로부터 나팔소리가 들려왔고, 곧 가운데 마당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덩크는 이상히 여겨서 스위트풋을 끌고 문까지 나와봤다. 많은 기사들과 말에 탄 궁병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적어도 백명은 되어보였다. 그들은 지금까지 덩크가 본적이 없는 훌륭한 말들을 타고 있었다. '위대한 왕이라도 왔나?' 그는 지나가던 마부를 붙잡고 물었다. "저사람들은 뭐야?"
그소년은 이상한 것을 보듯이 그를 봤다. "깃발이 안보이냐?" 그렇게 말하고는 팔을 풀고 달려가버렸다.
'깃발이라.' 덩크가 살펴보니 긴 장대 위에 검은 비단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가리엔 가문의 세개의 머리를 갖은 무서운 드래곤이 날개를 펼친 상태로 불을 뿜는 그림을 볼수 있었다. 기수는 키가 큰 기사였다. 그는 금으로 장식된 흰색 갑옷을 입고는 흰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 다른 기사들 중 두사람도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된 갑옷을 입고 있었다. '왕가의 깃발을 든 근위기사이군.' 애쉬포드공과 그의 아들들이 내성으로부터 허겁지겁 뛰어나오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또한 아름다운 공주님도 나타났다. 노란 머리에 핑크빛을 띈 둥근 얼굴을 갖은 작은 소녀였다. '내게는 그리 아름답다는 느낌이 안드는데.' 덩크는 생각했다. 그 인형사가 더 예쁘다.
"야. 그 쓸데 없는 말을 치우고 내말을 돌봐라."
말을 탄 사람들 중의 하나가 덩크에게로 다가와 말했다. '나한테 그러는가 보군.' "저는 마부가 아닙니다."
"그리 눈치가 좋지 않군." 남자는 가장자리가 붉은색으로 처리된 검은색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빨강 노랑 금색으로된 불꽃과 같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마치 단검과 같이 마르고 곧은 몸매였지만 키는 보통이었고 나이는 덩크와 비슷해 보였다. 약간 바랜 금빛 곱슬머리였고, 눈코가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이마가 높고 광대뼈가 돋보였으며 코는 곧게 서있었고 희고 부드러운 피부에는 주근깨 하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는 깊은 보라색이였다. "말을 못돌본다면 와인과 예쁜 여자애들이나 데려와라."
"저는 하인이 아닙니다. 명예로운 기사입니다."
"기사도 별볼일 없게 됐군." 그 젊은 왕자는 말했다. 하지만 그때 마부가 한명 뛰어왔다. 그러자 왕자는 그족을 바라보고 그의 말 -훌륭한 순수혈통의 갈색말- 의 고삐를 넘겼다. 한순간 덩크는 잊혀졌다. 덩크는 마굿간으로 돌아가 마굿간 담당자를 기다렸다. 이곳저곳의 텐트에 귀족들이 있다는 사실만을 떠올려도 긴장되는데 직접 왕자와 말을 나눈다는 것은 덩크에게 안어울리는 일이었다.
그 아름다운 애송이는 의심할바 없이 어딘가의 왕자이다. 다가리엔 가문은 바다 건너의 멸망한 바리리아의 후손인 것이다. 그리고 그의 색바랜 금빛의 머리카락과 보라색 눈동자는 그들이 평민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덩크는 비라 왕자는 좀더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젊은이가 그의 아들 중 한명이여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때 그의 아버지와 구별하기 위해서 젊은 왕자님이라고 불리는 봐랄이나 혹은 스원공의 피에로가 옛날에 더욱 젊은 왕자님 이라고 부른 마탈리스인가. 왕자들은 더 있었다. 바랄이나 마탈리스의 사촌형제들이다. 딜론 선량왕에게는 4명의 왕자들이 있었고 그들중 3명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드래곤킹의 혈통은 그의 아버지의 세대에서 거의 끊겼지만 딜론 2세와 그의 아들들이 그 혈통을 지켰다고 일반적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야. 너. 내게 볼일이 있다고?" 애쉬포드공의 마굿간 담당자의 붉은 얼굴은 오렌지색옷 때문에 더욱 붉어보였고 말투는 건방졌다. "뭔일이냐? 바쁜데..." "이녀석을 팔고 싶습니다." 덩크는 쫓겨나기전에 말을 꺼냈다. "좋은 암말이고 다리는 쓸만하고"
"바쁘단 말이야." 남자는 스위트풋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애쉬포드공에게는 그따위 말은 필요 없다네. 마을로 나가면 헨리가 은화 한두닢으로 사주겠지." 그는 서둘러 나가려고 했다.
"감사합니다." 덩크는 그가 나가기 전에 물었다. "왕이 오셨나요?"
마굿간 담당자는 덩크를 비웃었다. "아니. 틀려. 젠장, 왕자들이 이렇게 모이다니! 이 많은 말들을 위한 마굿간이 어딨다고. 또 사료는 도대체 어디서 구하면 되고..." 그는 마부들에게 고함을 질러대며 사라졌다.
덩크가 밖으로 나왔을 때 애쉬포드공은 넓은 방에 고귀한 손님들을 모셨다. 하지만 흰색 갑옷에 눈처럼 흰 망토를 걸친 근위기사 두명이 가운데 마당에 남아서 성의 수비대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덩컨은 그들 앞에 서서 말을 꺼냈다. "실례지만. 제 이름은 키가 큰 덩컨경이라고 합니다."
"오오. 덩컨경." 몸집이 큰 기사가 말했다. "제 이름은 롤랜드 크레이크홀경입니다. 이쪽은 제 형제인 던스켄데일의 돈넬경이고요."
근위기사단의 일곱명의 용사는 아마 황태자인 블레이크스피어 비라 한병을 빼놓고는 '7왕국' 전체에서도 가장 센 전사들이였다. "당신은 이시합에 출전하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까?" 덩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지켜드리기를 약속한 상대에게 창을 겨누는 일은 있을수가 없지요." 머리카락도 수염도 붉은 돈넬경이 답했다. "봐넬 왕자님은 애쉬포드공의 공주님의 용사가 될만한 명예를 갖고 계시지요." 롤랜드경이 답했다. "또한 그분의 사촌동생 두분도 도전할 생각이십니다. 그외의 우리들은 모두 그분들의 시합을 구경하기 위해서 온거지요."
덩크는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흰색 갑옷을 입은 기사들의 예의바른 대접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는 다른 왕자가 다가와서 말걸기전에 말을 타고 성 밖으로 나갔다. '젊은 왕자가 세명씩이나.' 그는 말을 애쉬포드의 시내로 몰면서 생각에 잠겼다. 봐랄은 황태자 비라의 장남이고 철의 옥좌의 계승순위는 두번째이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의 소문난 검술과 창술의 솜씨가 얼만큼 유전 되었는지는 알수 없었다. 그외의 다가리엔 가문의 왕자들의 실력은 더욱 알수가 없었다. '왕자 중 한명과 싸우게 되면 어떻하지? 아니. 우선 그런 고귀한 태생의 사람에게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할까?' 답은 알수가 없었다. '너는 성벽과 같이 우둔하다'고 노인이 말한적이 있다. 그리고 덩크는 그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핑하다가 찾아낸건데...물론 아직 안끝났고요..여러가지 이름같은 고유명사들이 잘못된게 많아서 바꾼것도 있어요..
;끝이 궁금..
첫댓글하하, 역시 떠돌이 기사로 번역돼었군요 - 저도 떠돌이 기사나 방랑 기사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 작품의 원제는 The Hedge Knight이고, 언젠가 3부 번역을 다 마치면 번역할 생각을 하고 있었죠. 전체 길이는 얼음불 3부의 ~6장 정도입니다. 뭐, 어쨌든 전 수고를 덜은 셈이군요 ^^
첫댓글 하하, 역시 떠돌이 기사로 번역돼었군요 - 저도 떠돌이 기사나 방랑 기사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 작품의 원제는 The Hedge Knight이고, 언젠가 3부 번역을 다 마치면 번역할 생각을 하고 있었죠. 전체 길이는 얼음불 3부의 ~6장 정도입니다. 뭐, 어쨌든 전 수고를 덜은 셈이군요 ^^
그런데 아쉽게도 이 다음 번역부분을 찾을수가 없답니다. :(
물론 3부의 번역을 다 마쳤을 때까지도 다 끝나지 않았다면, 그 땐 제가 마저 번역하지요 ^^
3부에 보면 이 떠돌이 기사가 킹스가드의 로드커멘더가 되는것 같던데..맞는가요?-(스포일러다..-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