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시간에 따라 흐른다-0001, 90.9x65.1 cm, Oil on Canvas
너의 색으로 물든 시간 0129, 100x100 cm, Oil on Canvas
그래 넌 봄이다 002, 162.2x130.3 cm, Oil on Canvas
그대를 향한 연가 I, 116.8x80.3 cm, Oil on Canvas
<Artist Statement> 나의 정체성
나의 작품은 동적인 색채를 강조하며 이것이 나를 지탱시켜주는 원동력이다. 즉 단순한 서정적 표현을 초월하며,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에 내 개인적 감정을 입히는 것이 주목적이다. 더 나아가 더 이상의 재현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허구를 거부하며 직관에 의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내 작업에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동안 나는 독자적인 풍부한 색채표현을 되찾아 원색대비에 의한 모습을 확립하려고 노력하였고,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의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강열한 색채를 사용하여 색채자체에 중요성을 부여하였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표현이다. 표현의 강한 의욕으로 빨강과 노랑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청색과 흰색을 들러리로 하여 대상의 뉘앙스를 관능적으로 묘사하기도 하였고, 재현적인 색채에서 벗어나 상징적 색채를 사용하여 색 자체의 자율성과 힘을 강조하였다.
- 나는 이성보다는 직관과 감정에 의해 감각의 해방을 추구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감정과 내재된 관념을 찾으려 한다 -
너는 시간에 따라 흐른다-0009, 100x75 cm, Oil on Canvas
약한 가슴에 묻었다, 72.7x53 cm, Oil on Canvas
동반자의 노래 I, 72.7x53, Oil on Canvas
<작품을 이해하는 바로미터> 장미꽃ㆍ화병 그리고 하늘
내가 장미를 작업의 소재로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그림은 즐거워야 하고 아름다워야 하며 신비로워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모든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장미이며 또한 장미는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인’을 형상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오브제라 생각하였고, 이를 통해 나는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을, 혹은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이렇듯 나의 그림에 등장하는 모든 ‘장미꽃’은 ‘여인’을 상징한다. 장미꽃을 받치고 있는 화병도 여성의 몸을 의인화해서 표현하였다. 허리에서부터 엉덩이, 허벅지까지 유연하게 이어지는 바디 라인을 통해 강렬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을 더 하도록 하였다. 장미꽃과 화병이 여인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라면, 작품 제목은 여인의 마음과 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도구로 이용하였다. ‘기억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너의 색으로 물든 시간’등의 제목에는 각기 사랑을 추억하거나, 사랑을 떠나 보내거나,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여인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간혹 작품명 옆에 숫자가 쓰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작품속의 시간을 표시한 것이다. 가령 0001은 새벽 00시 01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좋은 시간인 새벽이 되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한편 나의 작품 속 배경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배경을 위해 나는 주로 하늘과 우주 그리고 추억속의 장소를 이용하는데 이것을 통해 시간성과 공간성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하늘과 우주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의 신비스러움을 나타낸다. 특히 장미는 가시가 있음으로써 품위를 지키며 함부로 다가가게 할 수 없게 한다. 즉 매혹적인 장미처럼, 신비로운 여인처럼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나는 배경을 하늘과 우주로 하였다. 그리고 구름을 통해 몇 가지를 표현하려고 하였다. 먼저, 나에게 구름이란 시간이다. 하늘 속의 구름은 항상 일정하지 않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여인의 과거, 현재, 미래가 존재한다. 둘째, 구름은 푸른 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해주기도 하지만 여인의 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여인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변하여 그 변덕을 알 수 없다. 또한 그 깊이도 헤아리기가 힘들다. 때로는 하얀색의 양의 모양을 한 맑은 구름으로, 때로는 짙은색의 악의 모양을 한 혼탁한 구름으로 여인의 마음 변화를 표현하려고 하였다. 셋째, 구름이니까 마음대로 이리저리 날아다닐 수 있는, 혼자 훨훨 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여성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많은 속박을 느끼고, 아무도 모르게 자유인으로서의 모반을 꿈꾸는 여성을 구름을 통해 설명하려고 하였다. 이번 전시가 강렬한 자태로 사랑과 그리움의 메시지를 전하는 장미꽃송이와 함께 문화적 감상을 깨워보는 시간이기를 기대해 본다.
“나는 장미를 그린다”
“나는 긍정만을 그린다. 그래서 내 그림은 밝고 채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