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을 글씨에 담아
'Awesome Korea' 해성국제컨벤션고등학교 동아리
광화문광장 옆 세종로공원에 오는 10월 중 '한글 글자마당'이 생긴다. 한글초성 19자, 중성 21자,
종성 28자로 조합이 가능한 1만1천 172자를 새겨 넣은 사각형 돌들을 배치하는 한글 글자마당은
시민들의 참여로 화제다.
1만1천172명이 직접 쓴 손글씨체 그대로를 돌에 새겨 만들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전농동 해성국제컨벤션고등학교 1학년 친구들(조유지, 주희현,김민정, 최지은, 이원정)로
구성된 대한민국 알리기 동아리 'Awesome Korea'도 함께 참여했다. "우리나라를 알리는 동아리인만큼
우리 한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는 이들은 "의미 있는 일에 우리만 신청하는 것이
아쉬워서 친구들, 가족들에게 알리고 총 123장의 신청서를 모아 우편으로 접수했다" 고 한다.
우리나라가 좋아서 우리나라를 올바르게 알리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열혈 여고생들.
호기심 가득한 총총한 눈빛이 빛난다. 컨벤션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이니 만큼 한글과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길 기대해 본다.
자음과 모음이 손에 손 잡고
손민정 - 한글 우산 디자이너
알록달록 우산에 한글 자음모음이 내려앉았다. '꽃보다 아름다워', '행운을 빌어요' 등 다양한 문구들은
읽는 재미가 있다.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살려 우산을 디자인하는 손민정(47) 씨는 "뒤늦게 대학교를
다시 다니면서 한글 타이포 그라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 한다. 졸업 작품으로 한글을 활용한 우산과
스카프를 디자인했고, 지난 5월에는 이들 작품으로 특허청에서 주최한 '세계여성발명대회' 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손씨는 "한글에는 'ㅇ,ㅁ,ㅅ' 등 동그라미, 네모, 세모의 기하학적 패턴의 기본형이 들어 있기에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고 설명한다. "한글이 가진 가독성 때문에 이미지보다는 글자로 읽혀 작업하기를
꺼려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는데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며 한글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창의적인 영감을
준다고 강조한다.
아름다운 시 구절을 우산에 담기도 하고, 한글날을 맞아서는 한글날 노래로도 우산을 제작했다. 언뜻 보면
읽히지 않는 글자를 퍼즐 맞추듯 읽는 재미가쏠쏠하다. "자음과 모음이 손에 손을 잡은 듯한 모양인데,
다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자는 소망을 담았다" 고 한다.
샘플 하나를 만드는 데도 맞춤 제작을 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지만, 자신의 디자인 작품을 상품화하기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외국인 손님에게 마땅히 선물할 것이 없다고들 하는데, 한글 우산이 어떠냐" 며
웃는 손 씨는 "한글의 아름다움은 물론, 한글에 담긴 의미도 세계인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고 덧붙였다.
한글과 한국을 알리는 얼굴
윤영 - 이화여대 언여교육원 한국어 강사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우리 한글과 한국을 알리는 일" 이라고
말하는 윤영 씨는 11년째 한국어 강사로 외국인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한국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유학생과 결혼이민자들이 늘고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초급, 중급, 고급 등 수준별로 코스가 다양하고, 결혼 이민자반과 직장인반 등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와 목적에 맞게 원하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어 교재도 예전에 비해 무척 세분화 됐다고.
초급반 학생들은 한국어 발음을 어색해하고, 중급과 고급 코스로 올라갈수록
우리말의 다양한 어미 변화나 언어에 담긴 문화적인 의미를 어려워한다.
"예를 들면 '괜찮아요' 라는 표현에 담긴 의미는 말하는 상황에 따라 다 달라지는데 문화권이 다른 외국인은 이해하기
힘든 것" 이라고 덧붙인다. 어느 나라 출신인가에 따라 공부하는 방식도 다르다.
독일 사람은 철저하게 모르는 것을 이해할 때까지 질문하고, 일본 사람들은 꼼꼼하게 설명해 줘야 좋아한다고.
윤씨는 "한국어를 한국 사람보다 더 사랑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외국인들을 볼때마다 에너지가 샘솟고,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 말한다.
한글은 소통과 조화의 문자
김슬옹 - 또물또 세종식 국어교육연구소 대표
"자음과 모음, 음양이 조화를 이룬 우리 한글은 어울림의 문자이자, 세대간 계층간
갈등을 풀어낼수 있는 도구이지요."
한글사랑운동으로 하루 24시간이 바쁜 김슬옹 '또물또' 대표는 직함이 많다.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의 정신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한글이 잘 쓰이나 감시를
하는가 하면 한글을 알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글에 관심을 갖게 된 김 대표는 당시 교복에 순 우리말
이름으로 이름표를 달고 다니다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다고.
82년 연세대 국문학과에 진학한 후 한자 이름 대신 순우리말 이름으로 호적도
바꿨다. 당시 한글 운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서클' 이라는 명칭 대신
'동아리' 라는 말이 대중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흔히 한글을 과학적이라고 하는데, 한글처럼 자음과 모음이 골고루 발달한 문자가
없다" 고 강조하는 김대표는 "쉬운 예로 우리처럼 오른손 왼손 균형 있게 타자를
칠 수 있는 문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 며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덕분에 건강한 디지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한다.
공공기관에서도 영어식 표현을 의식 없이 쓰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하는 김슬옹 대표. 커팅식을 '색줄 자르기',
대합실을 '맞이방' 이라고 고쳐 부른 예는 높이 살만하다고 평가했다.
세계 속의 한글 "우리도 한글을 사랑해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사람들
독창성과 과학성이 세계 어느 문자보다도 훌륭하다는 한글. 이제 한글은 세계 속의
한글이다. 지난 2009년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것. 인구 6만 명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문자로 표기하는 데는
'된소리' 등이 발달한 우리 한글이 제격이라고 한다. 한글 도입과 문화예술 교류를
위한 서울시와 바우바우시의 협력이 활발한 가운데 지난 9월 15일 서울을 찾은
바우바우시와 찌아찌아족 교육공무원과 교사 일행을 만나봤다.
한글을 통해 좋은 친구가 되길 기대
"서울의 첫 인상은 참 놀랍다" 고 말문을 연 라오드 부하유(바우바우시 교육공무원)씨는 "서울 사람들의 친절함과
환대가 무척이나 고맙다" 며 "한글을 더욱 친숙하게 경험하고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 인사를 건넸다.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하기 전 찌아찌아족 언어는 그동안 라틴어로 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라틴어와는 발음
체계가 너무 달라서 표현의 한계가 많아 어려움이 컸다. 찌아찌아족 교사인라 바푸씨와라 자루비씨는 "한글은
놀랍게도 찌아찌아족 말을 표기하는데 너무 편리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글 문자 도입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처음에는 1개 학교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6개 학교에 한글로 표기된
교과서가 도입되어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고 한다. 말을 글로 표기하는데 문자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크다고 할 수있다.
보다 많은 찌아찌아족 학생들이 편리하게 한글로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할수 있도록 선생님들도 애쓰시고 있다고.
찌아찌아족 방문단 일행은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후 찌아찌아족과 서울시가 문화교류의 물꼬를 튼 것도 의미 깊게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도 역사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아 한국과 서울을 더욱 친숙하게 느낀다는
이들은 "한글을 통해 서로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 말한다. "한글사랑해요" 라고 크게 외치는
찌아찌아족 사람들.
한글을 통해 우리와 친구가 된 셈이다.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우리 한글이 더욱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