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와 극단 풍경 공동제작 김윤희 작 박정희 연출의 아버지의 집을 보고
공연명 아버지의 집
공연단체 남산예술센터&극단 풍경
작가 김윤희
연출 박정희
공연기간 2013년10월2일~20일
공연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관람일시 10월9일 오후3시
남산예술센터에서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풍경의 공동제작, 김윤희 작, 박정희 연출의 <아버지의 집>을 관람했다.
<아버지의 집>은 제2회 벽산희곡상 당선작이다.
무대는 정면에 창호지를 바른 네 개의 창틀을 가진 커다란 창이 있고, 그 왼쪽에는 장독대가 보인다. 창 오른쪽에는 좁은 통로가 있고 그 오른쪽에 위로 오르는 계단과 함께 역시 창호지를 바른 문이 있고, 문과 벽 사이로 캔버스에 그린 풍경이 보인다. 무대 중앙에는 건축 모형을 만들어 오른쪽이 하늘을 향하도록 비스듬히 놓여있고, 그 앞에는 평상이 한 개 자리를 잡았다. 무대 오른쪽으로 평상과 나란히 문틀과 녹이 슬은 문짝이 떼어진 채로 문틀 안쪽에 기대어 쓰러뜨려 놓았다. 문틀 옆으로 돌 한 무더기를 대야보다 커다란 원통으로 덮어놓았다.
무대 왼쪽과 오른쪽 전체를 등퇴장 로로 사용을 하고, 장면이 바뀌면 무대 중앙의 건축 모형물은 똑바르게 놓이고, 일꾼들이 지붕과 창틀을 해체한 후에, 녹색의 지붕을 새로 가져다 얹어 놓고, 녹슨 문짝도 치운 후 새로 녹색의 문을 만들어 역시 문틀 안쪽에 쓰러뜨려 놓는다. 대단원에서 정면의 커다란 창문이 천정으로 올라가면, 그 안쪽으로 녹색 문틀과 함께 새로 지은 실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극의 내용은 화가인 어머니가 일찍 저세상으로 간 오래된 가옥을 재건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가옥은 서울에서 머지않은 곳에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아버지는 건축기사이고, 여 제자와 가옥에서 함께 지낸다. 여 제자가 화가로 설정된 것으로 보아, 대학 제자는 아닌 듯싶다. 여 제자는 모친이 중환자라 생명이 위독한데, 병원에서 보호자 역할을 마다하고, 선생 집에 머무르는 것으로 보아, 선생과 두터운 친분관계이거나, 연극의 제목대로 아버지처럼 여기고 있는 것으로도 생각된다. 여 제자는 선생의 큰 딸에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움을 받는다. 큰딸은 여 제자에게 “네가 미워”라는 소리를 여러 차례 하지만, 그 이유는 전혀 밝힘이 없이 종반까지 되풀이 된다. 둘째 딸은 고등학생인데, 학교를 자주 빠지고, 가까운 급우가 죽었는데도 학교에 결석해 담임 여고사가 오랜 가옥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결석이유도 “그냥 학교 가기 싫어서”라고 할 뿐 이유가 명확치 않다. 둘째는 아버지의 여 제자를 첫째처럼 “이 집에서 나가”라는 말로 박대하지 않고, “함께 살아요.”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여 제자에게 다정한 마음씨를 보인다. 이 가옥에 부근에 사는 소년인지, 청년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여 제자가 혼자 있을 때 등장을 해, 녹슨 대문에 돌을 던진다. 그 소년이 던진 돌무더기를 모아 커다란 원통 철제 함지박으로 덮어놓은 것임이 객석에 알려진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돌을 던지는 지는 함께 돌을 던지는 여제자도 그 까닭을 밝히지 않는다.
이 가옥에 일본에서 자랐다는 교포 청년이 첫째 딸을 찾아 등장한다. 영상작가라는 이 청년은 객석 가까이 카메라를 삼각 발 위에 고정시키고 가옥촬영을 시작한다. 일꾼이 도착을 하고, 젊은 일꾼과 나이든 일꾼이 건축 모형의 지붕과 창틀을 해체하는 광경을 촬영한다. 재일동포청년도 아버지를 찾아 왔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아버지가 한국에 생존해 있는지는 소개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자신의 자녀 뿐 아니라, 여 제자, 재일동포 청년, 이웃 소년, 집을 지으러 온 일꾼들에게까지 너그럽게 대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빈자리로 인해
생긴 마음의 공간이 아버지 혼자의 힘만으로는 채워지기가 부족하다. 이것은 어머니의 방을 잠시 사용하는 아버지의 여 제자에게 “그 방에서 나와”라고 소리치는 큰 딸의 입장, 학교를 무단결석하는 둘째 딸의 행동을 통해 어머니라는 구심점에서 일탈한 딸들의 심리를 극 속에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아버지의 비중도 마찬가지로 표현된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여 제자가 스승에게 아버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극 속 장면이나, 아버지를 찾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청년이나, 돌을 녹슨 문짝에 던지는 소년이나, 그리고 젊은 일꾼이 자신의 아기가 아빠를 대하는 이야기, 그리고 나이든 일꾼이 오랜 세월 말없이 지낸 이유 등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를 극 속 언어 이상으로 상황전개마다 또는 장면변화마다 관객의 마음속에 접근시킨다. 어머니의 자리가 빈 아버지만의 공간을 심리적으로 극적으로 적절하게 구현해 낸 작가의 기량과 이를 살려낸 연출가의 기량이 충분히 감지되는 연극이다.
김학선이 아버지로, 김정은이 여제자로 출연해 출중한 호연으로 기량을 드러낸다. 조선주가 큰딸, 임성미가 둘째딸, 김승철이 재일동포청년, 김민하가 이웃소년, 신철진이 나이든 일꾼, 박지환이 젊은 일꾼, 그리고 전유경이 담임선생으로 출연해, 각자 성격창출과 연기에 기량을 제대로 발휘해 관객을 극에 시종일관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성미림, 조명어시스트 정주연, 조명팀 치인수 김소현 정호진 정하영, 음악감독 김은정, 의상디자인 김경인, 분장디자인 백지영, 분장팀 김정연 정지윤, 소품디자인 김현민, 소품팀 김성경 시수빈, 영상감독 신성환, 조연출 윤복인, 조연출보 김종수 김준원 그 외 스텝 모두의 기량이 잘 드러나,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풍경 공동제작, 김윤희 작, 박정희 연출의 <아버지의 집>을 고차원의 예술세계로 인도하는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0월9일 박정기(朴精機)
첫댓글 이번 토요일에 보러갑니다~기대만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