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쪽 산마루로 천천히 스며들면,
시골의 여름밤은 고요한 숨결로 찾아옵니다.
논두렁 사이로 번져가는 짙은 풀향기 속에 풀벌레들이 작은 현악기를 켜듯 노래를 시작하고, 멀리 마을 어귀에서는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장작 타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스칩니다.
하늘엔 별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은하수는 마치 하얀 강물처럼 마을 지붕 위를 흐릅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나기 후의 개울물 졸졸거림과, 밤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잎사귀의 속삭임은 하루의 더위를 식혀줍니다.
이곳의 여름밤은 소란스럽지 않지만, 마음을 깊게 적시는 정겨운 풍경 속에 있습니다.
마치 시간마저 쉬어가는 듯, 고요 속에 숨겨진 따뜻한 이야기들이 별빛처럼 반짝이는 곳.
애향 상주 곡실입니다.
첫댓글 곡실의
여름 밤의 여러 풍경을
물 흐르듯 그려내는 한 편의 서사시가
마음을 평온의 세계로 이끄는 듯합니다.
진심 어린 애향심에 고개가 숙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