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마태복음 5:3)
코로나19 팬데믹도 여름을 막지는 못합니다.
여름이 왔습니다.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자란 제게 여름은 특별합니다.
어렸을 때 여름이 다가오면 마음부터 들떴습니다. 봄부터 여름성경학교를
기다려왔기 때문입니다. 많은 성도가 여름성경학교 교가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아침 해 명랑하게 솟아오른다
손에 손을 마주 잡은 우리 어린이
발걸음 가벼웁게 찾아가는 길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
저는 부모님께서 영등포로 이사하셔서 영락교회를 떠나 도림교회로 교적을 옮긴 후,
일곱 살 정도부터 여름성경학교를 혼자 다녔습니다.
집에서 교회까지 어린 제 걸음으로는 삼십여 분은 걸어야 하는 제법 먼 길이었는데,
중간에 복잡하고 위험한 철길 건널목도 건너야 했습니다. 그때는 숙박 형태의
여름성경학교는 생각할 수 없었고, 새벽에 갔다가 집에 와서 아침 먹은 후
오전에 갔다가 집에 오고, 오후에 다시 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니 여름성경학교만 열리면 수도 없이 교회를 오가야 했습니다.
모든 시간에 개근하면 공책이며 연필 등을 상으로 주었는데, 저는 한 번도
빠지는 일이 없었습니다. 새벽에 가기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섯 시 삼십 분에 교회 도착하려면 그보다 일찍 출발해야 하니,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그래도 기를 쓰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다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 말씀도, 친구들과 노는 것도, 오고 가는
것까지 재미있었습니다. 교회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선생님을 빙 둘러싸고
앉아서 성경을 배우던 기억이 납니다.
단 하루라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록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기는 했지만, 주님 앞에서는 여전히 어린아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아이의 순진함으로, 기다림으로 주님께 모여들면
됩니다. 어린이답게 주님께로 가면 됩니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어린이다움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산상수훈 팔복
마태복음 5장부터 7장까지는 산상수훈입니다. 그중에서 5장 앞부분의 팔복의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 모여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은 제자들이었습니다. 마태복음 5장 1~2절은 이렇습니다.
‘1.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2.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
예수님께서 많은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앉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성경학교가
시작되는 참이었지만, 정작 예수님께 온 사람은 소수의 제자들뿐이었습니다.
무리는 산에 오르지 않았고, 예수님께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을 앞에 앉히시고 성경학교를 시작하셨습니다.
그 첫 말씀이 팔복의 첫 번째였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왜 이 말씀이 팔복의 첫째가 되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많은 무리가 당신께로 오지 않는데 반하여, 산에 올라 당신 앞에
모여 앉은 제자들에게서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 빈 마음, 채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보셨을 것입니다. 예수님께 오지 않은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미 다른 것으로 마음을 가득 채운 사람들,
자신은 부자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자신을 채우길 갈망했습니다. 그들은 배고픔을
느꼈고,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심령이 가난했습니다. 다른 말로 바꾸면
그들은 영적 갈증으로 예수님께로 찾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들이 천국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코로나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중에도 올여름 영락교회에도 예수님께 모여올
자리들이 열립니다. 교회학교의 여름성경학교, 중·고등부와 대학부, 청년부의
수련회와 각종 훈련의 자리가 열릴 것입니다. 일반 성도들을 위해서는
제61회 산상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상기도회 1차에는 장로회신학대학 총장서리이신 김운용 목사님,
2차에는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님께서 주옥같은 말씀을 전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산에 올라 은혜의 보좌 앞에 모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심령이 가난한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
마음의 그릇을 크게 준비합시다. 주님께서 충만하게 채우실 줄 믿습니다.
자녀들을 성경학교와 수련회에 잘 챙겨 보냅시다. 비록 완전한 대면 모임은
어렵겠지만, 온·오프라인으로 주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얻길 원합니다.
오래전 부르던 여름성경학교 교가를 다시 부르는 마음으로, 예배당에 가던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예수님을 따라 산에 오르던 제자들의 마음으로
올여름을 맞이하길 원합니다. 코로나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도
풍성하게 내려주시는 주님의 은혜로 기억되는 올여름이 되길 원합니다.
- 김운성 위임목사님, 영락교회 발간 월간 ‘만남’ 7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