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 잔뜩 흐려 있던 날씨는 진안에 도착하니 비까지 내린다.
매번 금요일까지만 해도 쾌청하던 날씨가 토요일만 되면 흐리거나 비가 내리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푸닥거리라도 해야 되나?
많은 비만 아니라면 어떤 때는 촉촉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고 싶은 날도 있지만,
탐방하는 날 흐리고 비까지 내리면 우선 찝찝해서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탐방길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출발점인 '동향면사무소'를 벗어나니 길 건너 주유소 앞에 서 있는 '행복버스'라 쓰인 빨간 차량이 눈길을 끈다.
진안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행복버스'란다
진안군 행복버스
진안군은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겪는 산간벽지·오지마을 주민이 탑승 1시간 전에 콜센터로 전화예약을 하면 승합차를 제공하여 마을에서 환승거점이나 목적지(면소재지)까지 운송해 주는 '행복버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용대상 : 관내 주소를 둔 군민, 이용요금 : 편도 1,000원)
고원길 탐방로는 면사무소 앞에서 좌측 방향으로 1백여 미터를 진행하다 노란색 간판의 '우리슈퍼'를 끼고 우측길로 이어진다
면 소재지가 있는 시내길?을 벗어나니 탐방로 좌우로 제법 널찍한 들판이 펼쳐지고, 들판 건너편에는 '동향중학교'와 '창촌마을'이 있다
(지도상에는 진행방향의 왼쪽이 '대평들', 오른쪽이 '동향들'이라 표기되어 있다)
마을를 품고 있는 산은 문필봉(598.6m)일 것이다
시야를 10시 방향으로 돌리면 대평들 건너편에 대량리 '보촌(保村) 마을'이 보이고...
다시 시야를 2시 방향으로 돌리니 '동향들' 건너에 전봇대를 따라 이어지는 고원길을 걷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09:18) 동향중학교
1973년에 개교한 동향중학교는 2024년 3월 기준 전체 재학생 수가 29명이란다.
내가 졸업한 중학교는 1971년에 개교하였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전국에는 1970년을 전후해서 개교한 (중)학교가 많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5~6십 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국가의 교육정책 차원에서 학교를 많이 설립하지 않았나 싶다
출발점인 면사무소 방향으로는 우뚝 솟아 있는 두억봉의 품안에 양지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두억봉도 해발 5백 미터가 넘는 산인데 평균 고도가 높은 진안고원에서는 그저 자그마한 뒷동산 처럼 작아 보인다
다행히 빗방울은 잦아들고 한적한 들길에 보이는 것은 고원길을 걷는 우리 일행의 모습뿐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이제 서서히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양지마을을 감싸고 있는 두억봉(斗億峰)은 모양이 곡식을 쌓아 올린 노적(露積)처럼 생겼단다
우리나라에 '노적'이라는 이름을 딴 산 이름도 많은데 왜 '노적봉'이라 하지 않고 '두억봉'이라 하였을까?
진안군 동향면 소재지 부근에 형성된 동향들은 무주의 남덕유산 자락에서 발원한 구량천이 감입곡류를 흐르면서 형성한 충적 평야다
들판 건너편에 자산리 '대야마을'이 보이고, 마을 뒤로 높게 보이는 산은 지난 구간에서 눈 덮인 자태를 보았던 고산(鼓山, 875.8m) 일 것이다
동향중학교에서 대야교 굴다리까지 약 1km 구간은 동향들길(창촌로)을 따라 이어진다
멀어져 가는 양지마을
벌목을 하여 대머리가 되어 있는 산소가 무덤 속의 무덤처럼 보인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농촌의 향기(두엄 냄새)는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일행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
고원길은 들판이 끝나는 지점(대야사거리)에서 49번 지방도를 건너 구량천 제방 옆 좌측 방향으로 휘어 들어간다
(09:34) 13번 국도의 대야교 굴다리 아래로 통과하고...
구량천 둑방길에 올라서서 보는 건너편의 자산리(紫山里) '대야(大野) 마을'
대야마을은 마을 앞에 큰 들이 있어 대평(大坪)으로 부르다가 언제부터인가 평(坪)이 야(野)로 바뀌어 '대야'가 되었단다
대야마을 앞 구량천을 가로지르는 '대야교'
대야마을 뒷산에 왜가리 서식지가 보이는데... 멀리에 있어 백로인지, 왜가리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백로는 하얀색 깃털을 가졌고, 왜가리는 회색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서식하기도 한다
남덕유산 자락에서 발원한 구량천은 진안읍 가막리의 죽도에서 장수군의 신무산 자락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물과 합류하여 용담호로 유입된다
정류장도 아닌 길가에 서 있는 진안의 정기노선버스인 '무진장여객'
과거에 북적대던 시골버스는 이제 농어촌 인구 감소로 인해 운행 노선을 많이 줄이는 바람에 정작 농어촌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이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자치단체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진안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행복버스 서비스'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차도를 걷고 있으나 차가 다니지 않아 인도를 걷고 있는 기분...
한적한 고원길을 걷는 일행들의 모습이 더없이 한가롭다
쌈박하고 특별한 볼거리가 없더라도 2주마다 한 번씩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며 번잡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이 아니겠는가?
대야교 굴다리를 지나 포장도를 따라 6백여 미터를 이어오던 고원길은 다시 구량천 제방길로 들어선다
구량천 건너편으로 자산리(紫山里)'용암(龍岩) 마을'이 보인다
고산(鼓山)의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용암마을은 원래는 마을 앞에 범 모양의 바위가 있고, 마을 뒷산이 호랑이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서 '범바우(虎岩)'라 불렀단다
하향교
하향교는 구량천 남쪽의 성산리(聖山里) 하향(下杏) 마을과 북쪽의 자산리(紫山里) 용암(龍岩) 마을을 이어주고 있다
고원길은 하향교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하향마을로 향한다
하향교에서 1백여 미터를 진행하다 고원길은 다시 포장도에서 벗어나 느티나무가 보이는 들길로 내려가라 한다
하향마을 맞은편 멋진 소나무 숲에 기와집이 한 채 있어 검색해 보니 '충렬사'란다
충렬사(忠烈祠)
하향마을 입구 도로변 소나무숲에 있는 충신 열사를 배향한 사당으로, 사당 안에는 구한말 이후 일제에 항거한 오충(五忠, 송병선·최익현·민영환·조병세·홍만식)과 오열사(五烈士, 이준·안중근·윤봉길·이봉창·백정기)의 위패가 배향되어 있다
1948년에 하향마을 출신인 '성선호'에 의해 세워졌다
하향마을 입구에는 느티나무 노거수 2그루가 서 있다
과거에는 이 마을의 기(氣)가 약하여 참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었으나 1980년경에 없어지고 현재는 이 느티나무 2그루가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하는 '마을숲'을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보호수
이 느티나무는 1982년 보호수 지정 당시 수령이 298년으로 소개되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 돌탑은 과거 새마을 운동 때에 제방을 쌓으면서 없어졌으나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많이 발생하여 2007년에 마을 사람들에 의하여 다시 복원되었다고 한다
숨은 두꺼비 찾기... 자세히 보면 상단 두 개의 돌탑 사이에 한 마리의 두꺼비상 있다
하향마을 쪽에서 본 느티나무 노거수
느티나무 건너편에는 소나무 숲 속에 '충렬사'가 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
하향(下杏) 마을... 한자로 '행(杏)'으로 쓰고 '향'으로 읽는다
하향마을 경로당
'진등재'로 오르며 뒤돌아 본 하향마을
하향마을을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이다. 천반산 등성이를 넘어가는 '진등재'와 '먹재'로 올라서는 길이다
(10:08) 동향면사무소로부터 3.8km 지점
'성주봉'인가?
하향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10여 분쯤 오르다 보니 나무 틈새로 '상향마을'이 보인다
(10:20) 진등재
하향마을에서 진등재까지의 거리는 1.7km
'진등재'는 '상향마을'과 '섬계마을'을 잇는 고개이다
다시 '먹재'로...
진등재에서 먹재까지의 거리는 1.2km
계곡에 이끼가 끼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꽤 깊은 골짜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와~~~ 고원길 맞네~
'진등재'에서 '먹재'로 오르는 길은 제법 빡세네~ '하향마을'에서 '진등재' 오르는 길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10:46) 먹재 (출발점으로부터 6.2km 지점)
'먹재'는 동향면 성산리에서 천반산을 끼고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 북쪽을 거쳐 진안읍 가막리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천반산 정상을 포함하여 먹재 능선을 기점으로 가막리 금강 줄기와 만나는 지점까지는 행정구역상 '장수군'에 속한다
(10:47) 먹재에서 7백여 미터 거리에 있는 천반산 정상에 올랐다 가기로 하고 하산하는 일행과 눈물겨운 작별을 고한다.^^
함께하는 일행은 3명
조금 오르다 먼저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선두 그룹과 조우하고...
와~ 근데 천반산 오르는 길 짧지만 경사가 장난 없네~ㅠ
(11:17) 천반산 능선 삼거리. 먹재에서 이곳까지 6백 미터 거리를 오는데 30분이나 걸렸다
(11:22) 천반산 정상
산 정상에 올라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천반산 정상에서 당겨 본 '마이산'
진안고원길을 마이산에서 시작하여 다시 마이산에 가까워졌으니 이제 고원길 탐방도 종착역에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정상주
술은 역시 정상주가 최고.^^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가막마을로 내려가느냐, 먹재로 되돌아가느냐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초행길인지라 알바가 두려워 먹재로 되돌아가기로 한다
첫댓글 정상에서 골고루 먹어본 간식도 좋았고
최고로 좋은건 막걸리 한잔!~~~~~^^*
둘레길에서 멀지 않은 천반산길, 좀 경사도가 있어서 힘들었으나 힘든 만큼 보상을 받았네요....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곱고 아름다운길 담아서 이렇게 정리까지 깔끔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