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향하는 발걸음은 순진했지만, 도착하고 바삐 걸었던 잰걸음은 당황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처럼 하루만 연차를 내도 나흘의 연휴가 되는 이 기회를 놏치지 않으려는 인파가 공항 출국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네요==;;
윤현정 가이드님 합류가 늦어지면서, 대신 오숙희 이사님이 대신 도와주시긴 했지만, 워낙 많은 대기줄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어, 각자 조건이 다른 여러 회원들의 체크인과 수하물 위탁이 각자도생마냥 조바심나는 긴장의 순간이 연속되었습니다...
그래도 각자 침착하게 발권, 수하물 위탁, 출국 심사까지 마무리, 그렇게 우리는 나리타 공항으로 2시간의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하필 오토체크인이 늦어지는 바람에 원래 생각과는 달리 비행기 기내에 골고루 흩어진 회원들끼리 별다른 얘기를 나눌 새도 없었고, 그냥 차분한 2시간여 비행만에 무사히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visit japan web을 써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보아하니, 블로그에서는 qr코드로 심사가 진행되는 줄 따로, 수기로 작성한 입국 및 세관신고 카드로 심사가 진행되는 줄 따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눈에 보였던 심사 부스에는 모두 qr 리더가 다 있었던 듯, 그리고, 가이드분께서 입국심사카드를 죄다 적어오신 덕에 육필 visit japan web까지 두 가지 입국 카드를 구비할 수 있었던 뿌듯함^^;;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미 세시간? 전부터 나리타 입국을 마치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신 양산바우님을 격하게 환영하고, 또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노자와 전세버스 기사님도 격하게 환영하면서 드디어 성원이 된 우리 일행은 드디어 나흘간의 장정에 돌입했습니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를 승리로 이끈 도쿠가와 이에야스 지휘 하의 동군은 이후 400여년간의 정치 중심지, 도쿄를 확정했습니다. 일본 왕실의 정신적 영향력이 여전한 가운데,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중심지로서의 에도에는 산킨코다이라는 기발한 묘수로 일본 전국 각지의 다이묘는 반!드!시! 에도 성에 들러야 했고, 어쩔 수 없이 돈써가면서 고향과 에도를 오가며, 집도 가미야시키 나카야시키 시모야시키 하마야시키 등등 벼라별 별저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집만 둘 수 없어 자그마한(?) 정원이 딸리다 보니, 그 흔적이 오늘날까지 도쿄 곳곳에 도심 공원의 이름으로 점재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흘 돌아다닐 태반의 정원들은 이때에 근원을 둔 정원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첫 코스는 야마모토 테이, 아다치 미술관(足立美術館) 정원, 가츠라 리큐(桂離宮) 정원에 이은 3번째 멋진 정원으로 자타공인 대표적인 일본정원입니다... 비교적 도쿄 시내에서는 떨어져 있는 시바마타 교외에 자리잡은 이 곳은 오히려 나리타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편인 듯하지만, 으례 그러기 쉽듯, 도쿄 도심까지 직행하는 그 속도로 도달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하마리큐나 구 시바리큐와 거의 비슷한 도칙시간이 예상되어 고민했습니다만, 그래도 하루에도 수십번 고민하다가 결국 첫날 첫 일정으로 들르기로 하고 출발!!!
공항에서 중식을 해결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워, 미리 여행사에 부탁하여 준비한 샌드위치를 맛있게^^
탁 트인 시바마타의 둑방 너머의 버스 주차장에서 걸어 제방 건너 야마모토테이로 향합니다. 낮인데도 과연 시내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인지, 바람도 선선하고, 또 그 바람도 자주 불어서 여름과 가을 사이의 딱 그 정도의 쾌적함을 선사한 날씨요정 덕에 우리는 유쾌한 수다를 떨면서 첫 답사의 떨림을 안고, 시바마타의 주택가로 들어섭니다...
평범한 주택가이지만 여전히 깨끗하고 정돈된, 그리고 나름 평온해보이는 얼굴의 시민 몇몇을 지나치면서 우리는 그 기대해마지 않았던 야마모토테이로 향했습니다...
관동대지진은 도쿄 전역의 모든 곳에 상흔을 남겼습니다... 모든 시민과 모든 건물, 모든 것에 영향을 주었고, 당연히 이 정원의 주인 야마모토 에이노스케(山本栄之助)도, 근거지였던 아사쿠사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자, 이 곳 교외의 시바마타로 이사했습니다. 그러고는 정성껏 조성한 정원이 바로 야마모토테이입니다... 꽤 부자였던 것이 짐작될만큼 문도 당당하고, 본채로 들어가는 진입로도 꽤나 구비구비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드디어 서원의 남정을 둘러보는 무대, 발코니로 나왔습니다^^ 서원 안에 앉아 보는 풍경도 좋지만, 그래도 이렇게 발코니에 걸터 바라보는 풍경이 뭔가 더 직접적입니다... 생각보다 더 깊게 느껴지는 공간감, 다채로운 경물을 연못가에 배치하여 옮기는 시선마다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세심한 손길도 엿보이네요..
건물 바깥을 걸어다니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을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불쑥불쑥 솟기도 하지만, 여기는 방에서 앉거나 서서 바라보도록 만들어진 정원입니다... 혹여나 지나치게 가깝게 다가가서 본 풍경, 혹은 바로 옆으로 옮겨가보면 의도하지 않은 각도의 정돈되지 않은, 그냥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경물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성도 있겠고, 아마도 이렇게 난간에 기대어 보거나, 정원에 면한 복도를 일보 일보 걸으며 변화하는 찰나의 화폭을 기억하거나, 아니면 이 날 우리는 못했지만, 적당히 좋은 자리(다다미?)와 책상을 차지하고 앉아 주문한 말차를 음미하며 옆으로 홀낏 바라보는 창문너머의 정지된 화면 속 연못 속 헤엄치는 잉어를 바라보는 정도가 우리가 이 정원을 만든 분의 의도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음미하는 최대치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그 중 우리는 첫번째, 두번째까지 부산하게 다녔습니다... 그게 본의 아니게, 이미 자리를 잡고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던 다른 관광객의 관람을 눈으로 귀로 방해한 것이 좀 미안하긴 했네요@@ 우리가 여기 40여분 밖에 있을 수 없어, 속으로 '죄송합니다~~ 우리가 여기 처음이라, 넘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바쁘게 소란스럽게 헤집고 다닐 수밖에 없네요@@ 이해바랍니다.'라고 까지는 생각안들었을 수는 있겠지만, 여튼 조금 미안했습니다@@
근데, 풍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규모를 보면 과소평가하기 싶고, 위치도 도심을 많이 벗어난 교외의 한적한 주택가에 폭 들어와있는, 그래도 인근에는 가장 큰 저택일법도 하겠지만, 여튼 규모도 어중간한 중대규모의 정원, 그렇다고 소요에 목적을 두지 않아, 한정된 뷰포인트의 한계 (물론 쇼인즈쿠리의 설계의도를 생각하면, 어느정도 정원도 그에 맞게 최적화된 설계를 가져올 수 있긴 합니다.)를 염두에 두면 어쩌면, 장대함을 선호하는 분, 화려함을 더 높이 치는 분의 눈높이에 성이 안찰 법합니다. 만, 딱 느껴지는 오랜 시간 가꾼 장인/주인의 손길, 후손의 손길, 아낌없이 들인 돈 (분명 정원은 생산적이지 않을 겁니다@@ 만드는 데도 관리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드는@@)이 여실히 느껴지는 완성도가 압도적입니다...
거꾸로 이 풍경에 시선을 뺏긴 이후에는, 이후 오히려 저 징검다리를 딛고 나서서 옆으로 걸어나가면, 이 풍경의 풍취가 깨어지는 게 싫어지는, 그런 기분이 드네요^^ 물론 귀찮아서이거나, 나가지 말래서 안나가는 것도 있었겠지만...^^
가만히 보면 문틀과 유리창이 주는 묘한 시대착오적 안정감이 있네요... 우리 팀의 어린 시절 걷고 뛰고 누워봤을 어느 시골 번듯한 양옥집 친척집에 놀러갔을 때의 추억 중에는 이렇게 고동색 문틀과 마루를 디디고 바라본 바깥 안뜰과 흙바닥, 이런 추억이 있으셨을 수도 있지 싶네요... 자료에는 화양 절충식 설계로 집을 지었다고 하니, 아마도 이런 느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었겠다 싶네요.. 앞서 가마도 그렇고, 그 와중에 바닥에는 다다미, 붓꽃(?) 후스마에 등등 일본임을 확 와닽게 하는 여러 장치들, 그렇게 우리는 짧다면 짧았고, 그래도 부지런히 돌아다닌 정신없음을 감안하면 꽤나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추억을 쌓고, 민폐도 적당히 끼치고 (그래도 참다참다 조용히 해달라는 말씀을 듣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던 것에 위안을^^;;;) 그렇게 첫 답사지에서의 추억 쌓기를 마무리 합니다...
아직까지는 성공적 ! 나름의 시간관리가 이후 답사에 지장없을 정도에 다들 적극 협조해주셔서 자부심 가득한 걸음으로 언덕을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저 언덕 아래 첫 집의 야마모토테이 정원을 뒤로 하고 오르는 길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네요... 이후 두 곳 (키요스미 정원과 구 야스다 정원)을, 교통 정체로 못 가게 되리라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