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To A Moth Seen In Winter
Here’s first a gloveless hand warm from my pocket,
A perch and resting place ’twixt wood and wood,
Bright-black-eyed silvery creature, brushed with brown,
The wings not folded in repose, but spread.
(Who would you be, I wonder, by those marks
If I had moths to friend as I have flowers?)
And now pray tell what lured you with false hope
To make the venture of eternity
And seek the love of kind in wintertime?
But stay and hear me out. I surely think
You make a labor of flight for one so airy,
Spending yourself too much in self-support
Nor will you find love either nor love you.
And what I pity in you is something human,
The old incurable untimeliness,
Only begetter of all ills that are.
But go. You are right. My pity cannot help.
Go till you wet your pinions and are quenched.
You must be made more simply wise than I
To know the hand I stretch impulsively
Across the gulf of well nigh everything
May reach to you, but cannot touch your fate.
I cannot touch your life, much less can save,
Who am tasked to save my own a little while.
Circa 1900
repose : 휴식
begetter : 아버지
pinion : 새의 날개의 끝 부분
nigh : 1.가까이에 2.거의 가깝게 3.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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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본 나방에게
장작과 장작 사이에 달아맨 횃대 겸 쉼터에,
다갈색 살짝 스친, 밝고 까만 눈의 은백색 나방,
나는 우선 장갑 안 낀 따뜻한 손을 주머니에서 뺀다,
그러나 나방은 날개를 편안히 접기는커녕, 쫙 폈다.
(꽃이 내 친구인 것처럼 나방도 친구라면
그런 몸짓의 너는 누구인지? 잘 모르겠구나.)
무엇이 거짓 희망으로 너를 유혹해서
하필 겨울에 한없는 모험을 감행하여
사랑의 짝을 찾으려 하는지 말해다오.
그러나 꼼짝 말고 내 말을 들어라. 내가 생각하기에
분명히 너는 그렇게 연약한 몸으로 힘든 비행을 하면서,
네 몸을 지탱하느라 기력이 너무나 많이 소진되었구나.
네가 사랑도, 또한 사랑이 너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동정하는 것은 너의 인간적 속성,
예로부터 고질병이 돼버린 때 아닌 도전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불행의 유일한 산실(産室)이다.
그러나 가라. 네가 옳다. 나의 동정은 도움이 안 된다.
너의 날개 끝을 적시며 기진맥진할 때까지 가라.
네가 나보다 훨씬 더 현명하여 꼭 알아야 하기는
내가 하늘과 땅에 버금하는 차이를 가로질러
충동적으로 손을 내밀어 너에게 다다를 수는 있겠으나,
너의 운명을 건드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너의 생명을 건드릴 수도 없는데, 어찌 구원할 수 있으랴.
나 자신의 생명을 잠시 구하는 과제가 주어진 내가 아닌가.
-신재실 옮김-
단상(斷想): 때 아닌 겨울에 나방이 나왔다. 화자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지만, 나방은 거절한다. 오히려 나방은 사랑의 짝을 찾아서 날개를 편다. 하필 겨울에 사랑의 짝을 찾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무엇이 거짓 희망으로 너를 유혹해서/ 하필 겨울에 한없는 모험을 감행하여/ 사랑의 짝을 찾으려 하는지 말해다오.”
나방이 겨울에 사랑의 짝을 구하는 것은 “한없는 모험”이다. “네가 사랑도, 또한 사랑이 너도 발견하지 못할 것” 아닌가? “때 아닌 도전”이야말로 “모든 불행의 유일한 산실”이다. 나방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 것이다. 인간과 나방은 진화론적으로 “하늘과 땅에 버금하는 차이”가 있는 존재지만, 똑같이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취약한 존재이다. 사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의 연속일지 모른다. 그러기에 나방처럼 무력한 생물에 대한 인간의 동정(同情)은 인간 자신의 취약성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 아닐까? 죽을 것이 뻔해도, 모험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모든 피조물의 운명 아닌가?
인간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속성을 가진다. 마찬가지로 화자의 따뜻한 손을 뿌리치는 나방의 행위 또한 옳을 것이다. 사실 화자는 나방의 생명을 구원하기는커녕,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는 존재다. 화자 역시 자신의 “생명을 잠시 구원하는 과제가 주어진” 슬픈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의 과제 또한 나방의 과제 못지않게 힘들다.
-신재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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