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1934년 첫 기적을 울린 지 8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기적 소리를 울리며 달리던 기차는 부산과 인근 울산이나 경남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간직한 채 역사로 사라졌다. 덜커덩거리며 달리던 기차는 또 다른 누군가에겐 만성의 아픔이자 고통이었다. 그래서 동해남부선 폐선은 80년 단절과 금단의 땅에서 돌아온 소통과 치유의 공간이어야 한다.
미국을 상징하는 세계적 도시인 뉴욕에는 자랑거리가 많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을 상징했던 세계무역센터가 9·11테러로 무너진 자리에 다시 선 그라운드제로 빌딩. 맨해튼을 상징하는 타임스스퀘어 광장과 100만 평에 이르는 센트럴파크 그리고 허드슨 강 하류에 위치한 자유의 여신상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뉴욕 최고의 자랑거리는 하이라인이 아닐까 싶다.
이곳의 설계는 부산시민공원을 설계했던 제임스 코너가 소속된 팀이 맡았고, 이 팀의 수석 건축가는 우리나라 사람이다. 뉴욕의 하이라인도 철거 위기에 몰렸던 적이 있었다. 철도 운행이 중단된 직후 슬럼화된 마을을 바꾸기 위해서 철거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여행작가와 출판사에 일했던 두 명의 남자가 공원화를 주장하며 험난한 여정은 시작됐다. 주민을 설득하고 시 정부와 정치인을 끊임없이 만나고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하이라인 친구들'이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했다. 9·11사태를 겪은 뉴욕 시민들은 공화당 출신 블룸버그 시장을 선택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같은 당의 전임 시장이 고가 철도를 철거하겠다는 입장과는 반대로 이곳을 공원으로 조성했다. 주 정부와 연방정부에 요청한 예산도 확보돼 끝내 고가철도는 뉴욕의 새로운 자랑거리인 '하이라인'으로 탈바꿈했다.
지금 부산의 동해남부선 폐선은 대규모 민간자본이 투자돼 상업공간으로 개발되려고 한다. 서병수 시장은 후보 시절 약속한 사회적 협의기구로 시민계획단을 운영 중이지만 이 조직은 이미 상업개발 성토장으로 변했다. 시민들의 합리적 의견 개진이나 여론 수렴의 장으로서 기능은 상실됐다. 판을 다시 짜고,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는 장이 열려야 한다.
그럴 때만이 뉴욕의 하이라인보다 더 훌륭하고 멋진 명품의 해안공원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80년 단절과 아픔에서 치유의 공간으로 온전하게 시민의 품에 안겨야 한다. 동해남부선의 안녕(Hi)을 기대하며 세계적인 부산의 자랑거리(Line)를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