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3신 Four Trees
비탈길에 서 있는 네 그루의 나무를 그린 낯익은 풍경화! 운도 지지리 없었던 화가 에곤 쉴레의
그림이죠
1918년, 고생 끝에 처음으로 대성공을 맛본 전시회.. 그 기쁨을 만끽하지도 못 한 채 28살의 젊은 화가 에곤 쉴레는, 당시
전 유럽을 강타한 스페인 독감으로 눈을 감습니다 임신 6개월의 부인 에디스가 같은 병으로 죽은 지 사흘 뒤였지요
요즘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탄 화제의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표지에 쓰인 그림인데요 그 중 말라비틀어진 한 그루는 소설의 주인공 영혜를 상징합니다
어릴
때 집에서 기르던 개가 영혜를 무는 망발을 행하자, 아버지는 이 참에 그 놈을 잡아 동네잔치를 하겠다며.. 기세등등 오토바이에 개를 묶어
달립니다 (고기를 더 연하게 한다나요?)
피를 토하며 비참하게 죽은 개, 어른들이 억지로 먹이던 보신탕의 기억이 20년도 더 지나 매일 밤
악몽으로 그녀를 괴롭힙니다
갑자기 극단적 채식주의자가 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게 되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예술적 영감과 성적
매력을 아울러 느끼는 비디오 아티스트 형부.. 스토리는 점입가경 (궁금하신 분은 사서 보시도록^^)
3편의 중단편이 퍼즐처럼 모여 이야기를
이루게 되는데요 끔찍한 장면이 무지 많으니 어린이나 임신부들은 절대 보지 마시길
세련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는 장인급이지만, 소재가
하도 에로틱하고 기괴하다 보니.. 읽고 난 뒷맛은 쓰디 쓴 한약 같은 소설입니다요
탐미주의의 극치라, 번역을 통해서도 전달에 하등 지장이
없다는 점이 맨부커상 수상에 일조한 듯 합니다
폭력이 싫어서 차라리 나무가 되길 원하는 주인공, 하지만 식물도 약육강식이란 자연법칙은
피해갈 수 없으니.. 삶이란 다 투쟁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