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노란빛으로 변하고 있는 제주의 숲들
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제주는 11월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는 제주도 가을에서 벗어나 겨울이 온다는 이야기다. 겨울이면 제주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한라산에는 하얀색 눈이 소복이 쌓여 겨울왕국을 연상시키고, 마을 곳곳엔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동백이 빨갛게 피어 예쁘게 장식한다. 제주의 생소한 겨울, 그 겨울이 오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푸르렀던 한라생태숲을 다녀왔다.
한라생태숲의 메인이 되는 수생식물원은 사계절 아름답다.
겨울이 온다는 것은 어쩌면 내겐 이제 숲을 향할 일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더위보다 추위에 약한 나기에 겨울이면 늘 실내 여행지를 찾곤한다. 그런 내게 10월은 마지막으로 숲을 향할 수 있는 달이었고, 그렇기에 10월 끝자락 한라생태숲을 찾았다. 한라산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라생태숲. 나는 이곳에서 10월의 마지막 추억을 쌓았다.
한라생태숲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516로 2596
숲이 훼손되어 방치되었던 야초지를 원래의 숲으로 복원 조성한 곳으로 난대성 식물에서부터 한라산 고산식물까지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평안한 휴식공간, 다양한 자연생태계의 자연현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런 한라생태숲은 휴식과 함께 자연생태계의 다양한 현상을 관찰하고, 즐길 수 있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연구하는 곳이다. 또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도의 온 난대 수종 및 한라산 고산대 희귀수종에 대한 유전자원 보급이 시급한 시점에 이르렀고 또, 한라산의 식생파괴가 확산 됨에 따라 훼손지 복구르르 위한 식물 증식 및 내한성 적응시험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내게 한라생태숲은 꽤나 특별한 장소다. 내가 처음 제주를 내려왔던 6월. 가장 먼저 떠난 여행지가 이곳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생소할 법한 한라생태숲. 이 숲은 나에게도 생소한 숲이었다. 그런 이곳이 첫 번째 여행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인 덕분이다. 아는 지인이 한라생태숲을 추천해주었고, 그분을 따라 한라생태숲을 여행했기에 가능했다. 작년 6월의 한라생태숲은 내게 보랏빛으로 기억된다. 이 숲은 봄에 수국이 피는 아름다운 장소인데 특히, 산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내가 찾았던 작년 6월도 그 모습으로 서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머릿속에 좋은 기억으로 저장해두었다.
조금은 차분한 초록색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제주의 숲
이런 한라생태숲은 물론 여름, 가을은 심심한 숲이 될 수도 있다. 꽃들은 찾기 힘들고, 대부분이 초록빛으로 서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 숲은 그 어떠한 숲보다 평화롭고, 사랑스럽다. 거닐기 쉽게 잘 닦인 산책로와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은 산림욕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힐링을 선사했고, 봄처럼 화려하지 않기에 찾는 사람이 적어 더욱 평화롭다. 특히 가을날 따뜻한 오후에 이곳을 찾는다면 책 한 권을 들고 가 이곳을 즐겨보자. 그 어떤 곳보다 사색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이 숲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라생태숲은 꽤나 큰 숲이다. 총 17개의 테마로 나뉘어있고, 그 코스마다 군락이 정해져 있다. 순서대로 정렬을 해보자면 이렇다.
1. 목련총림 2. 참꽃나무숲 3. 수생식물원
4. 난대수종적응시험림 5. 야생난원 6. 암석원
7. 벚나무숲 8. 구상나무숲 9. 꽃나무숲
10. 양치식물원 11. 산열매나무숲 12. 천이과정전시림
13. 다목적경영시험림 14. 단풍나무숲 15. 유전자원보전림
16. 지피식물원 17. 숫모르숲길
총 17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이 코스들은 각자만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가을 하면 14번의 단풍나무숲을 꼭 가보라 말하고 싶다. 11월 초에서 중순이면 단풍이 아름답게 필 것으로 예상된다.
단풍나무숲
다채로운 빛깔로 가을을 물들이는 단풍이 아름다운 단풍나무숲(37,499㎡)이다. 단풍은 가을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잎 속의 옆록소 생산이 중지되면서 카로티노이드, 크산토필 그리고 안토시아닌 등의 색소에 의해 다양한 빛깔로 나타나는데 이곳 숲은 단풍나무, 사람주나무, 팥배나무, 비목 등 29종의 식물들이 각양각색으로 아름답게 피어 단풍 본연의 느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라생태숲을 나오는 길, 곧 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듯 아주 잠깐 비가 내렸다.
숲을 한 바퀴 크게 돌고 나왔다면 입구의 전망대에 서보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모습은 마치 한라생태숲 안에 걸려 있는 액자처럼 아름답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이제는 곧 하얀 설산으로 변할 한라산. 한라생태숲에 서서 단풍에 물들 한라산과 눈으로 뒤덮일 한라산을 조망해 보자. 한라산을 가장 한라산답게 담는 곳이 바로 이곳일 테니.
또, 이 한라생태숲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마방목지를 여행하자. 516도로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 말할 수 있는데, 그곳에 한몫을 한 것이 바로 마방목지기 때문이다. 한라생태숲에서 산책하며 산림욕을 즐기고, 한라산의 정기를 느꼈다면, 마방목지에선 백 마리가 넘는 말들이 뛰노는 모습을 구경해 보자. 토종 제주말들이 멋지게 뛰노는 모습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