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청문회? '졸업 후 학폭기록 삭제'는 진보교육감들의 작품이었다
곽노현-김상곤 등 진보교육감들, 학폭 생기부 기재 반대하고 기록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
글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사진=뉴시스
야당이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및 기록 삭제 사실을 맹렬히 공격하면서 청문회까지 열기로 했지만, '학폭 기록 삭제'를 주도한 주체는 진보교육감들이라는 점에서 야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오는 31일 열기로 했다. 교육위는 이날 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청문회 채택건을 처리했다. 청문회 증인 명단에는 정 변호사와 서울대·민사고·반포고 관계자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민사고 재학 당시 학폭 가해자로 지목돼 고3때 반포고로 전학했고, 서울대에 정시로 합격했다.
민사고-반포고-서울대 모두 위법 사실 없어
쟁점은 학폭 사건의 사후 처리와 대학진학 과정이다. 야당은 민사고와 반포고, 서울대에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세 학교 모두 처리과정에 위법사실이 전혀 없었던 만큼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억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사고는 학칙과 법령에 따라 사안을 처리했고, 반포고 역시 법령에 따라 졸업 2년이 지난 후 기록을 삭제했으며, 서울대는 입시요강에 따라 입시를 진행했다.
반포고 고은정 교장은 21일 학부모총회에서 "4년 전 사건과 관련,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3월에 두 번 학교를 방문해 관련 자료를 조사했지만 위법이나 문제될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야당은 반포고가 정 변호사 아들의 강제전학 기록을 삭제한 것에 대해 외압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학교가 기록을 삭제한 것은 '졸업 후 학교심의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경우 삭제할 수 있다'는 교육부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야당 "학교가 기록 삭제했다"지만... 왜 삭제했나?
주목할만한 점은 '졸업 후 생활기록부(생기부) 기록 삭제' 규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며, 이는 진보교육감들의 주장과 일치했다는 점이다. 진보교육감들은 인권을 토대로 학폭의 기록을 생기부에 기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학폭 사실을 생기부에 기재하고 초·중등은 졸업 뒤 5년, 고등은 졸업 뒤 10년이 지나면 기록을 삭제하기로 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학폭 기록 생기부 기재에 대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고, "청소년기 일시적 문제 행동으로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하는 심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진보교육감들도 나섰다.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트위터에 “징역 3년의 중죄도 5년 후면 형을 실효시킵니다. 주홍글씨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것. 그렇다면 비행수준의 폭력마저 5년간 기록하는 게 타당할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곽노현-김상곤, "학폭 기록 남기는 것은 주홍글씨"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은 "장래의 기회까지 박탈하거나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또다른 폭력"이라며 교육부 방침을 거부하고 각 학교에 “생기부에 학교 폭력 가해 사실 기록을 보류하라”는 지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광주·강원·전라북도 등의 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동참했다. 교육감들이 가해자의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인권위의 권고와 진보교육감들의 주장이 이어지면서 교육부는 2014년 ‘현장 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조치사항 1(서면사과)·2(피해, 신고학생에 접촉, 협박, 보복 등 금지)·3(교내봉사)·7(전학)호는 졸업 직후 삭제, 4(사회봉사)·5(특별교육, 심리치료)·6(출석정지)·8(퇴학)호는 졸업 2년 뒤 삭제로 변경했다. 4·5·6·8호 조치를 받은 학생들이 졸업 뒤 삭제를 원한다면 심의를 거쳐 바로 삭제도 가능하다.
한 전직 교육부 고위 공무원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대구에서 심각한 학폭 사건이 터지면서 학폭 기록을 생기부에 기재하기로 했지만, 좌파 단체와 교육감들이 일제히 '주홍글씨'라며 반발하고 나섰다"며 "진보교육감들에 인권위까지 나서면서 삭제 기한이 짧아진 것인데 야당이 이를 공격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