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명수상 무혐극(燈明水上 無嫌隙)
주사고형 역유여(柱似枯形 力有餘)
오순수천명(吾順受天命)
여고비원주(汝高飛遠走)
燈明水上無嫌隙 柱似枯形力有餘
(등명수상무혐극 주사고형역유여)
등불이 물 위를 밝게 비추니 싫은 틈이 없고,
기둥은 마른 형상 같으나 힘은 남음이 있다
그대 마음이 곧 내 마음이어라
우리의 죽음은 오히려 지붕 떠받드는
기둥으로 영원한 것.
나는 고이 하늘의 뜻에 따르려노니
그대는 내일 위해 어서
먼 땅으로 피하라.
燈明水上無嫌隙 (등명수상무혐극)
柱似枯形力有餘 (주사고형역유여)
吾順受天命 (오순수천명)
汝高飛遠走 (여고비원주)
등불이 물 위에 밝으니 틈이 없고,
기둥은 마른 듯하나 힘이 남아 있다.
나는 하늘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이니
너는 높이 날아 멀리 가거라'
세부 풀이:
燈明水上無嫌隙 (등명수상무혐극):
등불이 물 위에 밝게 비추니 싫은 틈이 없고, 장애물이나 틈이 없어 막힘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柱似枯形力有餘 (주사고형역유여):
기둥은 겉으로는 말라 보이는 듯하나 속에는 여전히 힘이 남아 있다
겉모습은 초라해 보여도 내면에는 강한 힘이 있음을 비유합니다.
吾順受天命 (오순수천명):
나는 하늘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자신의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순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汝高飛遠走 (여고비원주):
너는 높이 날아 멀리 가라는 뜻으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는 격려와 함께, 개인의 삶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구절은 동학 사상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늘의 뜻에 순응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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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앞 달인 2월에 해월 최시형은 옥리(獄吏)의 급식 담당 하인으로 위장하고 수운을 만나 탈옥을 도모하였으나, 수운의 유시(遺詩)만을 받게 된다.
동학 연구가인 윤석산 교수는 이 유시를
"등불 환희 비추는 물위, 아무런 혐의의 틈이 없구나. 기둥은 마른 것 같으나 아직 그 힘이 남아 있도다"
라고 직역하고는 "첫 구절 '燈明水上 無嫌隙'은 수운 자신의 결백을 노래한 것으로 여기서 '틈'은 혐의의 틈, 즉 혹세무민의 혐의로 취조받고 있지만, 그 혐의는 결코 사실이 아님을 강변하고 있다.
나아가 수운선생의 삶이 아무런 혐극이 없듯이 한울님의 도(道) 역시 세상의 모든 것을 밝혀주는 참된 진리라는 의미다.
그래서 자기가 펼친 무극대도가 지금은 죽은 나무와 같이 보일 수 있으나(柱似枯形), 힘이 남아 있으므로(力有餘), 뒷날 겨울나무가 봄을 맞아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듯이, 세상에 한울님의 도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또 '高飛遠走' 와 '力有餘' 곧 남아있는 힘은 바로 해월을 지칭한다"고 해설했다.
우리의 시인 석림은 '혐극(嫌隙)'을 의미 그대로 '싫어서 생긴 틈'이라고 보았는지,
수운과 해월의 마음은 물 위에 비친 등불 빛 같아 그 틈이 없이 하나로 통하여 스승이 먼저 죽고 제자가 따라서 죽게 될 것이지만, 지붕 곧 한울님을 떠받드는 기둥이 되어 영원한 것이라고 시어로 옮겼다.
또 '고비원주'를 '그대는 내일 위해 어서 먼 땅으로 피하라'라는 고운 말로 번역했다.
해월 최시형. 동학 2대 교주인 해월은 그의 나이 34살 때인 1861년 6월 고향 인근인 경주 용담을 찾아가 동학에 입도하였고, 꼭 2년만인 1863년 8월 수운으로부터 도통(道統)을 전수받았다.
1861년은 6월은 수운이 본격적인 포덕(布德)을 시작한 때이며 관의 지목과 영남 일대의 유생들의 동학 배척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을 즈음이었다.
이 대목을 천도교 교사는 "이때 대신사(大神師)께서 최경상(崔慶翔)에게 해월당(海月堂)의 도호(道號)을 내리시고 북접주인(北接主人)에 특정(特定)하시고…"라고 기록하였다.
또 수운은 해월에게
용담수류사해원(龍潭水流四海源)
검악인재일편심(劍岳人在一片心)
'용담의 물이 흘러 네 바다의 근원이 되니,
검곡에 사람이 있어 그 마음은 일편단심이라
는 전법게(傳法偈)를 주었다. 도를 해월에게 전했다는 것을 알린 것이다.
경주 용담에서 시작된 동학의 교화가 온 세상에 퍼질 것인데, 검곡에 사는 사람인 해월이 변치 않고 도를 전할 것이라는 의미다.
옥중의 유시(遺詩)와 전법게에서 수운이 가르친 대로 해월은 곧바로 관의 추적을 피해 '높이 날아야(高飛)'만 오를 수 있는 태백산맥의 오지로 '멀리 달아난다(遠走)'.
신동엽 시인의 <금강> 제3편
수운은 왕명으로 체포되어 1864년 3월 10일 대구 노들벌에서 순교했다.
해월(海月)이 옥리를 매수하여 수운을 탈옥시키려고, 옥안에 들어섰을 때, 수운은 담뱃대 하나 해월에게 쥐여 주며 / (중략) 선사(先師)에게서 받은 담뱃대를 쪼개니 종이심지에 깨알 같은 붓글씨,
그대 마음이 곧 내 마음이어라 /
우리의 죽음은 오히려 지붕 떠받드는/
기둥으로 영원한 것. //
나는 고이 하늘의 뜻에 따르려노니 /
그대는 내일 위해 어서 /
먼 땅으로 피하라. //
등명수상 무혐극(燈明水上 無嫌隙)
주사고형 역유여(柱似枯形 力有餘)
오(吾)순수천명(順受天命)
여(汝)고비원주(高飛遠走)
수운은 1863년 12월 10일 경주 용담에서 제자들과 함께 조선 조정의 선전관인 정운구에 의해 체포되고 대구 감영에 구금됐다. 다음 해 2월 가혹한 심문을 받았다.
그달 20일 순찰사와의 심문내용은 이러하다.
"너는 어찌하여 당(黨)을 모아 풍속을 어지럽히는가?" 하니 수운이 답하여
"사람을 가르쳐 주문을 외게 하면, 약을 쓰지 않고도 스스로 효험이 있고, 아동들에게 권하여 글을 쓰게 하면 스스로 총명해집니다. 그런 까닭에 이것을 업(業)을 삼아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풍속이 어찌 어지럽게 되겠습니까?"
● 隙 : 틈극, 間隙(간극)
■ 혐극(嫌隙)
"혐극(嫌隙)"은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이나 감정, 원한, 악감정 등을 뜻합니다. 즉, 사이가 좋지 않아 서로 멀어지거나 꺼리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의미:
혐극은 단순히 싫어하는 감정을 넘어, 서로 간에 생긴 거리감이나 원한, 반목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예시:
"두 사람 사이에 혐극이 생겼다" 와 같이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두 사람이 서로 꺼리고 싫어하는 감정으로 인해 사이가 멀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혐극이 발생했다" 와 같이 사용될 수도 있으며, 이는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인해 서로 간에 적대감이나 반목이 생겼음을 의미합니다.
유의어:
혐오(嫌惡), 반목(反目), 불화(不和)
이는 동학의 주요 사상 중 하나인 '무극대도'와 관련이 있으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겉모습과 실제 힘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자세한 설명:
燈明水上無嫌隙 (등명수상무혐극):
등불이 물 위에 비치면 틈이 없이 밝게 빛난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흠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柱似枯形力有餘 (주사고형역유여)
기둥이 마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힘이 남아있다
겉모습은 초라해 보여도 내면에는 큰 힘과 가능성이 숨겨져 있음을 비유합니다.
무극대도:
동학에서 말하는 무극대도(無極大道)는 우주 만물이 무극에서 비롯되어 다시 무극으로 돌아간다는 원리를 뜻합니다.
이 시구는 무극대도의 이치를 자연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최제우: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가 지은 시로, 동학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구는 다음과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내면의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서로에게 틈이 없어야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내면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