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8-26 8 즉경即景 보이는 경치 그대로 26 효제曉霽 새벽에 개다
삭풍취효설초청朔風吹曉雪初晴 북풍이 새벽에 불어 눈이 마악 개이니
렬학쟁영만수명列壑崢嶸萬樹明 벌려 있는 구렁은 분명하고 많은 나무는 밝다.
부좌포단초수각趺坐蒲團初睡覺 처음으로 자다 깨어 부들방석에 가부跏趺하니
애애일색몰계평皚皚一色沒階平 애매한 흰 빛이 섬돌을 덮어 펀펀하다.
장지언아산지수長枝偃亞山枝垂 긴 가지는 亞字처럼 굽었고 작은 가지는 늘어져
숙조초경설락시宿鳥初驚雪落時 자던 새는 눈이 올 때 처음으로 놀라서 난다.
홍일난첨우가애紅日煖簷尤可愛 붉은 해는 처마 끝에 따뜻하니 더욱 애틋하고
희문융류적모자喜聞融溜滴茅茨 띳집에서 녹는 낙수 떨어짐을 즐겨 듣네.
동운화설말중봉凍雲和雪抹重峯 언 구름 눈과 섞여 重峯을 덮었는데
만수매화작야풍滿樹梅花昨夜風 나무에 가득한 매화꽃은 간밤 바람에 피었네.
점점락시번아이點點落時煩我耳 한 점 두 점 떨어질 때 내 귀를 번거롭게 하니
타창성작박비충打窓聲作撲飛蟲 창문을 치는 그 소리는 나는 벌레가 치는 소리 같네.
►가부跏跌
부처의 특별한 앉는 자세로서 책상 다리처럼 앉는 법이나 두 발이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애애皚皚 (서리나 눈 따위가)희고 흰 模樣. ‘흴 애皚’ (서리나 눈의 빛이)희다
►모자茅茨 모옥茅屋. 띠. 새 따위, 지붕을 이는 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