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연기는 현대 과학의 정수입니다. 무아·연기가 아니면 현대 과학은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무아라는 것은 "이 세상에 상주불변하며 변하지 않고 항상 존재하는 실체가 없다."는 그런 이론입니다.
연기론은 생명이건 무생명이건 일체 현상 모두 여러 가지 인연이 화합돼서 생길 뿐이지, 따로 그걸 주재하는 실체가 없다는 이론입니다. 무아나 연기론을 알게 되면 거기서 자비심도 나오게 됩니다. 왜냐하면 내세울 자기가 없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요.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더불어 살기’도 저절로 가능해지겠지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이상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앨리스가 어떤 고양이와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서서히 희미해지더니 사라져 버립니다. 신기하게도 허공에 이빨만 드러내고 웃는 모습으로 딱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앨리스가 굉장히 신기해하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나. 자기는 지금까지 웃지 않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지만 고양이 없는 웃음은 본 적이 없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없는데 사람 모습만 남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내지는 전등은 없는데 전등불만 남아 있다든지, 초는 없는데 촛불만 남아 있다든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대웅전에 초는 없는데 촛불만 남아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좀 더 과학적으로 얘기하자면 ‘물질은 없는데 중력만 있을 수 있는가’ ‘자석은 없는데 자력만 있을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 무아론이나 연기론에 의하면 절대 그런 일은 없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사람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사람이 없으면 그림자가 없는 것처럼 절대로 원인이 되는 것이 없이 결과만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것을 설명한 것이 바로 무아·연기론입니다.
<강병균 – 국회 정각회 강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