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저는 허세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저는 여의도에서 대학생 선교회가 개최한 《80 세계복음화대성회-‘나는 찾았네’》에서 목회자가 되기로 서원하였습니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평상시에는 성경공부에 열을 올렸고, 저와 뜻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짝을 부지런히 구했습니다.
저는 경희대학교의 중앙도서관 입구에서 학생증을 검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찾으려 했습니다. 또한, C.C.C(대학생 선교회)의 정동 채플에 드나들기도 했고, 여의도 순복음교회 대학생 그룹을 기웃거리며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구로동에 있는 상업 은행의 야간 경비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첫눈에 반하여 적극적으로 대시하였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저녁에 은행으로 오는 길에 호떡을 사서 가져오면서 전화를 걸어 지금부터 10초 후에 맛있는 선물을 드리겠다고 말하고 시계를 보면서 제시간에 맞춰 호떡을 건네주었습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서무부여직원의 중매로 처음으로 데이트가 실현되었습니다. 저는 설레는 마음에 당시 아르바이트의 일당이 5천 원이었는데 무려 3만 원의 거금을 들여 콤비 양복을 평화시장에서 바지와 함께 사 입고 조선 호텔의 <페니슐라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젊어서 허세가 다분히 있었습니다. 은행에서 근무할 때도 제 손에는 영문판 <Time> 지가 들려 있었고, 커피숍에서도 영문 잡지를 읽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연애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는 모습에 제 아내는 무척 당황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살며시 위기감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를 과시하여 마음을 잡아 놓고 싶었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회관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입구부터 여는 식당하고는 현저하게 다른 분위기로 두툼한 빨간 카펫이 깔려 있고,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긴 드레스를 입은 웨이트리스와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는 웨이터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맞아 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다 웨이터가 갖다 주는 메뉴판을 보고 어찔해졌습니다. 최고 싼 음식이 35,000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무게 잡으려고 한 달 아르바이트하고 받은 10만 원에서 이것저것 제하고 5만 원을 큰맘 먹고 가지고 왔는데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쭈뼛댈 수는 없어 메뉴를 고르라고 넌지시 밀었습니다. 제 아내 역시 예상외로 비싼 음식에 쉽사리 고르지 못하고 있더군요.
눈치 빠른 웨이터가 음료수도 있으니 그것만 시켜도 된다고 하여 한잔에 3,000원 하는 주스를 시켜 먹고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허세 덩어리였던 제가 하나님의 절대 주권으로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모습으로 추락하고 말았으니 하나님의 솜씨도 보통은 아닙니다.
제 개인의 생각으로는 최고의 축복은 만남의 복이요, 그것도 후회 없는 좋은 아내를 만나 살 수 있다면 이것이 최상이라 여겨집니다. 주제 파악을 못 하였던 저의 못남을 하나님께서 용서하여 주시고 믿음대로 구한 것을 주셨으니 이제는 허세를 떨지 않아도 마음이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잠 18:22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는 자니라”
잠 5:18 “네 샘으로 복되게 하라 네가 젊어서 취한 아내를 즐거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