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원격 수업은 부모 개학, 방송통신 초등학교 되다
최근세 (본지 논설위원, 함께하는 교회 목사)
지난 한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셨습니까? 지금도 어둡고 힘든 긴 터널이다. 세계가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영적으로 생각해도 초비상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팬데믹에 빠뜨리며 유래 없는 공포로 세계를 포위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부하던 유럽이 초토화되었고, 미국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 지구촌 굴뚝이 멈췄고, 거미줄처럼 얽혀있던 항공지도마저 황량하게 되었다. 세계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도심지는 적막만 흐르고 병원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이게 코로나 앞에 드러난 지구촌의 민낯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 늘어 심리적 외상 호소로 정신과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초·중·고등학생이 일제히 온라인 수업을 시작함에 따라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 시대를 맞게 됐다. 코로나19라는 태풍에 휩쓸린 지난해는 4월이 되어서야 ‘온라인 개학식’으로 문을 열었던 학교는 끝내 ‘온라인 종업식’으로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을 했다. 방송통신 초등학생이 된 것이다. 잠시 등교하다가 곧이어 3차 유행이 들이닥치면서 학교는 다시 학생들이 없는 공간이 됐다. 최근 각자의 집에서 꽃다발을 들고 얼굴을 영상에 비춘 졸업생들의 졸업식 모습처럼, 원격수업 등 모든 자원을 총동원 됐다.
원격수업이 도입됐을 때 가장 먼저 우려가 나왔던 것은 학력 손실이었지만, 실제 학교의 빈자리는 학력 손실의 범위를 넘어섰다. 원격수업으로 학습은 어느 정도 때울 수 있지만, 생활, 건강, 관계, 정서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학생을 보살피고 발달시키는 학교의 역량은 대신할 수 없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계획에 따라 규칙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부터, 또래 친구를 만나 관계를 맺는 것 등 그동안 학교를 통해 가능했던 학생들의 성장에 일제히 제동이 걸렸다. 집에서 혼자 견디다 보면 우울감으로 치닫게 되어 상담을 요청하는 사태가 많아지다.
원격 수업은 부모 개학
교사들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1년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을 직접 볼 수 없으니, 문제들도 좀처럼 찾아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극단적 선택과 시도가 늘어나는 등 그 양상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학교의 빈자리가 끼치는 영향이 학생이 속한 가정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에 따라 격차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집이 학교보다 더 불리한 취약계층은 속수무책이었다.
코로나19로 교육 현장에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학생들 사이에서 매일 학교에 간다는 인식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격수업이 수업일수에 포함됐고, 가정학습 등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체험학습 허용 범위도 넓어졌다. 전면 원격수업을 하지 않을 때도 방역 때문에 ‘징검다리’ 형태로 등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1학기 평균 등교일수는 11.6일에 그쳤다는 통계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한동안 전면 등교를 하다가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며 일주일에 한번 등교로 바뀐 적이 있는데, 아이들 대부분이 ‘일주일에 하루인데 그걸 꼭 나와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더라”고 전했다. 장기간의 개학 연기로 인해 등교개학이 어려운 만큼 원격수업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해 보이지만, 학부모의 부담이 과도해 ‘부모 개학’이나 다름이 없다며 전례없는 개학 연기 및 원격수업으로 맞벌이 가정들은 거의 초토화된 분위기다. 원격수업은 등교수업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학습이 이뤄지도록 과중한 과제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원격수업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우선 부모개학이라는 오명부터 벗어야 한다.
지난해 2학기부터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대면지도를 해주는 ‘학습결연119’ 캠페인에 참여해온 한 교사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하고, 학교 안팎의 자원들을 연결해주는 구실을 하는 지원 교사의 배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원격 수업의 단순 영상만 보는 형태로 인한 학습 격차에 대한 불만이 높다.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보조교사 도입이나 안전하게 공부할 환경 제공, 동일한 콘텐츠 제공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