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풍요의 상징인 보름달을 서양에서는 매우 불길하게 여겼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울부짖고 뱀파이어가 사냥감을 찾는다고 했다. 달을 뜻하는 ‘lunatic’이라는 형용사가 ‘미친’ ‘정신나간’이라는 뜻을 갖게 된 것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2018년 1월 31일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궤도에 있을 때 보이는 보름달, 즉 ‘슈퍼문supermoon’이 떴다. 지구와 달의 거리는 평균 38만 4400㎞인데, 이날 35만 8994㎞까지 가깝게 접근했다.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보름달보다 크기는 14%가량 크고, 밝기는 30% 정도 밝았다.
그런데 이날의 달은 단순한 슈퍼문이 아니라 블루문blue moon과 블러드문blood moon이라는 이름까지 추가됐다. 달의 실제 공전주기는 29.5일이지만 양력의 한 달은 2월을 제외하면 30일과 31일이다. 한 달의 초하루쯤에 보름달이 뜨면 30일이나 31일에 다시 보름달이 뜰 수 있다. 한 달에 두 번 뜨는 보름달을 ‘블루문’이라 한다. 색깔 때문이 아니다. ‘blue’와 같은 발음인 옛 영어 단어 ‘belewe’에 ‘배신하다’는 뜻이 있는데, 두 번째로 뜨는 달을 ‘배신자의 달’, 즉 블루문이라 했다.
블러드문은 개기월식과 관련이 깊다. 2018년 1월 31일의 밤하늘엔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나란히 놓이는 개기월식 현상까지 펼쳐졌다. 개기월식이라 해서 완전히 깜깜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구 대기를 지난 태양빛이 산란이 일어나면서 붉게 변해 달에 도달한다. 그때의 보름달이 핏빛처럼 보인다고 해서 블러드문이라 했다. ‘붉은 달이 뜨면 마법의 여신 헤카페가 저승개와 함께 나타나 주술을 부렸다’는 고대 그리스 신화가 있다.
2018년 1월 31일 저녁 7시 49분부터 밤하늘에서 관찰된 보름달이 바로 ‘슈퍼-블루-블러드문’이었다. 서양의 전통관점에서 보면 ‘불길’이 3번이나 겹친 형국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도 요즘에는 슈퍼블루문을 오히려 ‘겹행운’으로 여긴다고 한다. 여기에 블러드문까지, 3가지 천문현상을 동시에 볼 수 있으니 ‘불길의 조짐’은커녕 150년 만의 경사였다는 것. 세 가지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난 이날 슈퍼-블루-블러드 문은 1982년 이후 35년 만이었다. 이 진귀한 풍경을 다시 보려면 2037년 1월 31일까지 19년을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