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 동명 도일길 56 (동면 만천리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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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과 닭갈비의 허허실실> -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닭갈비를 한자로 계륵(鷄肋)이라고 한다.
《삼국지》에서 조조는 유비와 전략적 요충지인 한중 땅을 놓고 전투를 벌인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더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후퇴도 쉽지 않은 진퇴양난의 난감한 심정을
조조는 계륵, 즉 닭갈비에 빗대어 표현했다.
행군주부 양수가 이 말을 듣고는 후퇴 명령이 내려지기도 전에 서둘러서 짐을 꾸려 철수 준비를 했다.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심정을 무심코 내뱉은 것이니
곧 철수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양수의 설명을 들은 다른 장수들도 모두 짐을 꾸린다.
이 모습을 본 조조가 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며 양수의 목을 베어 처형한다.
《삼국지》의 작가 나관중은 닭갈비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 조조의 난폭함과 간교함을 강조했다.
닭갈비, 즉 계륵이라는 말에서
양수가 공격할 수도 없고 철수하기에는 아까운 조조의 심중을 남보다 먼저 알아차렸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진수가 쓴 역사책 《삼국지》의 주석에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조조가 양수를 죽인 이유를 역사책에서는 다르게 해석한다.
후계 구도를 굳건하게 다지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이다.
양수를 처형할 당시 조조는 큰아들인 조비를 태자로 책봉했다.
하지만 셋째 아들 조식이 형의 태자 자리를 노렸는데, 이런 조식에게 지혜를 빌려준 사람이 똑똑하다고 소문난 양수였다.
소설에서는 강조하지 않았지만 양수는 당시 손꼽히는 명문가 출신이었다.
게다가 조조의 견제 세력이었던 원술 가문과 친척 관계다.
그러니 양수가 조식을 도와 조비에게 반기를 들 경우 큰 화근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후계자인 조비의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셋째 아들인 조식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전략을 제공하며 조식의 세력 기반이 될 수도 있는 양수를 제거한 것이고, 그 계기가 바로 닭갈비였다.
닭갈비를 핑계로 자신이 죽고 난 후에 일어날지도 모를 분쟁을 미연에 예방한 것이다.
소설처럼 속 좁은 인물이 아니라 속 깊은 인물이었기에 삼국 통일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당연한 것 같아도 뒤집어보면 새로운 사실이 보일 때가 있다.
닭갈비를 이용해 양수를 처단한 조조처럼 춘천의 명물 닭갈비도 그렇다.
춘천 닭갈비에는 닭갈비가 없다.
음식 이름이 유발하는 최면 효과 때문인지 닭갈비에 진짜 닭갈비는 없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 채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사실 춘천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 파는 닭갈비에도 갈빗살은 없다.
이름이 닭갈비지만 갈비가 아닌 토막 낸 닭의 가슴살이나 다릿살을 도톰하게 펴서 양념에 잰 후
야채와 함께 철판에 볶거나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이 닭갈비 요리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1970년대 어느 선술집에서 안주로 팔던 돼지갈비가 떨어지자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양념해 구워 판 것이 유행하며 지금의 춘천 닭갈비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진짜 닭갈비가 아니라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요리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옛날의 춘천 닭갈비는 진짜 닭갈비구이였다고 한다.
다수의 춘천 출신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닭고기 중에서도 먹을 것이 없어 특히 값이 싼 닭갈비구이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병사들과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지금의 춘천 닭갈비가 됐다고 한다.
다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진짜 먹을 것 없는 닭갈비 대신 지금처럼 가슴살과 다릿살로 대체됐을 뿐이라고 한다.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갈비가
조조의 후계 구도를 굳건히 다진 도구가 됐고 춘천의 명물 음식으로 거듭났으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것도 아니다.
춘천 닭갈비와 조조의 닭갈비에 담긴 허허실실의 내막이다.
춘천명종닭갈비는 두 개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1층은 숯불닭갈비를 먹을 수 있고
2층은 철판닭갈비를 먹을 수 있다.
원래 처음 닭갈비는 숯불닭갈비가 원조다. 철판에 볶는 닭갈비는 70년대부터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것이다.
춘천 낙원동 닭갈비 골목은 숯불닭갈비로 유명하고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은 철판닭갈비로 유명하다.
서로 장단점은 있다. 닭고기 특유의 식감과 숯불의 풍미를 즐기고자 한다면 숯불닭갈비가 좋고
아내와 나처럼 콜라보레이션으로 야채와 버무린 양념닭고기와 우동사리, 그리고 철판볶음밥을 즐기려면 철판닭갈비가 좋다.
우린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갔다.
숯불닭갈비 철판닭갈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규모도 크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닭갈비의 품격도 높였다.
어머니 모시고 가야해서 주차걱정없고 편의성을 고려한 장소선택을 한 것이지만
원래 가던 곳에 비해 맛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비싸다라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바로 옆에는 아이들의 놀이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아이 데리고 식사하려면 이런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아내가 주문을 했다. 철판닭갈비 3인분, 우동사리 추가, 막국수 한그릇
계산할 때 소양강스카이워크에서 받은 춘천사랑상품권을 사용했다.
직접 담근다는 동치미가 시원하고 감칠맛이 뛰어나서 항아리 가득 내어온 동치미를 금방 다 먹어버렸다.
동치미국수가 생각나는 맛이다. 소면 삶아서 넣어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동치미맛에 반해 이러저런 기대감이 생긴다.
혹시 1층의 숯불닭갈비는 어떤 맛일까... 내가 좋아하는 <원조숯불닭불고기집>과 비교해서 먹고싶은 생각도 들고...
소금숯불구이와 간장숯불구이, 그리고 고추장목살숯불구이
하나씩 비교하며 먹어보고 싶다.
오늘은 우선 철판닭갈비에 집중해야지...
내용물을 보니가 300g 기준은 아닌 것 같고 250g 기준으로 3인분인 것 같다.
철판닭갈비의 또 하나의 진리 우동사리가 나왔다.
아내가 잠깐 뒤집게로 요리에 손을 대길래 건들지 말라고 했다. 전문가가 해주는거 먹고 싶다고...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패 건들지마! 손모가지 날아가붕께"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 철판닭갈비가 먹음직스러운 자태로 바뀌어 간다.
다 익어갈 즈음 우동사리가 추가되고...
중간에 입담도 좋으셔서 기다리는데 지루하지 않고 유익한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역시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로 맛있다. 보기보다 간도 세지 않아서 양념으로 고기의 질을 숨기는 식당이 아니었다.
이게 정말 지대로된 닭갈비지... 자극적인 맛은 손님이 알아서 찍어먹으면 되는거지.
그리고 막국수가 나왔다.
막국수 면발에 닭갈비 얹어서 함께 먹으면... 그것도 참을 수 없는 맛이지.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긴 한데...
먹어보니 막국수는 아니다 싶다. 전문적으로 막국수를 만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양념은 매실액을 쓰는 지 깊은 맛은 나는데 면과 어우러지지 않고 특히 면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양념장을 활용해 보려다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불과하다.
어머니는 맛있게 잘 드셨다. 그럼 된거지 뭐...
너무 맛있다고 했더니.. 동치미 항아리를 하나 더 내어 오셨다. 감사합니다.
배부른데...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볶음밥을 하나만 더 먹기로 했다.
간을 세게 하거나 위에 치즈를 뿌려 맛을 덮고자 하는 수고가 필요없다.
콩나물의 아삭아삭 식감과 더불어 고슬고슬한 밥이 양념과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은 극강의 볶음밥이 되었다.
오랜만에 제대로된 닭갈비 볶음밥을 먹어본다.
자극적인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아내도 볶음밥을 맛있게 한다며 인정했다.
닭갈비를 먹으러 서울에서 춘천까지 오지는 않겠지만... 만약 다시 춘천을 오게되면 주차문제나 걷는 것이 싫을 때
다시 방문할 의사가 있는 좋은 대안의 식당이었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긴 한 것 같다. 저녁시간인데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조명이 켜지고 이제 밤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나보다.
닭갈비집이 아니라 도시외곽의 예쁜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서울에서 오후1시에 출발해서 반나절동안 춘천에서 좋은 시간들을 보냈다.
어머니랑은 다음에 강원도 봉평여행을 가기로 했고...
아내랑은 다음주 강원도 양양으로 여행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