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om/watch?v=GJ7BvWc_jVI&si=ExPUaSko4LeIngz2
두 번째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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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내용도 없는 저예산 영화 한 편이
스무 살을 세 번이나 넘겨 살아온 나를 자꾸만 붙잡는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스무 살 시절을 돌아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밀어내고, 끝내 붙잡지 못했던 이유를
거장들의 작품에 대한 감상평에 빗대어 조심스럽게 꺼내놓는다.
작품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실은 오래 묻어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왜 그랬는지,
왜 마음과는 다르게 서로를 밀어냈는지,
왜 한마디를 하지 못했는지.
젊었을 때는 몰랐던 이유를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야 말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의 대화가
이상하리만큼 크게 가슴에 들어왔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내가 스무 살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의 내가
세 번째 스무 살을 넘어선 지금의 나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그동안 잘 살았느냐고,
그때 품었던 마음들은 어디에 두고 왔느냐고
말없이 묻는 것만 같았다.
돌아보면 내 삶은 그리 슬프지만은 않았다.
웃을 일도 많았고, 재미있게 살았고,
나름대로 세월을 신나게 건너왔다.
그런데도 작은 눈가가 시큰해졌다.
아마 후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즐거웠던 시간조차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그때의 나와 그때의 친구들이
이제는 모두 세월의 저편에 서 있다는 것이
문득 서글퍼졌던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친구들에게서
늙어 간다는 흔적을 하나둘 듣게 된다.
예전 같지 않은 몸, 뜻하지 않은 병,
조금씩 달라져 가는 삶의 모습들.
그런 소식에 마음이 짠해진 하루의 틈에서
우연히 만난 영화 한 편이
내 스무 살까지 데리고 와 버렸다.
오늘은 영화가 슬픈 것이 아니라
세월이 슬픈 날인가 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세 번째 스무 살을 넘겼다고 해서
마음까지 늙어버린 것은 아닐 거라고.
지난 스무 살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남아 있는 시간 속에서
또 다른 스무 살 하나쯤은
조용히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Ps.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어느 순간,
잊고 있던 나를 우리 앞에 데려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