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왜 어떤 문명은 다른 문명을 정복하고 어떤 문명은 정복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1) 첫 번째는 인종주의적 시각이다. 인종마다 지능이나 부지런함의 정도가 다르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러한 인종주의는 후에 우생학으로 발전하여 제국주의의 논리로 이용되기도 했다. 2) 두 번째는 문화적 차이다. 대표적으로 막스 베버는그의 저작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칼뱅 정신이라는 기독교 문화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위 두 가지 관점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로, 나름의 비판점들을 안고 있다.
앞으로 소개할 세 가지 요소는 현대적 관점에서 국가 간의 차이를 분석하려는 시도이다.
1) 먼저는 지리적 관점으로 보는 입장이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대표적이다. 쉽게 말하면 국가 간의 차이는 인종주의가 아니라 환경에 따른 격차의 발생, 그러니까 식물과 동물의 다양성 및 가축화와 농경화가 수월한 정도에 따라 산업의 발전이나 기술혁신의 속도가달라진다는 것이다. 꽤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지만, 잉카나 아즈텍의 인구가 훨씬 많았음에도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며 지금의 세계적 불평등이나 차이점을 설명하기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경제학자가 아닌 지리학자라는 점에서 경제적 설득력을 부족하다.
2) 두 번째는 역사적 관점에서 보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개발 경제학의 대가인 제프리 삭스 교수의 <빈곤의 종말>이 있다. 그는 오늘날 존재하는 부국과 빈국의 간극은 현대적 경제성장의 시기에 발생한 새로운 현상이며, 1820 년대의 산업혁명 이후 발전된 기술을 얼마나 향유했는지 등 역사적 사건들의 결과물로 본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 식민에 의해 그 간극이 커졌다고 보는데, 이에 제프리 삭스는이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무상원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마지막으로 정치경제학적 관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와 제임스 A. 로빈슨 교수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가 있다. 그들은 국가의 빈부는 그 나라의 경제적 제도와 정치적 제도가 포용적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논리를 단순화하면 '포용적 정치제도- 포용적 경제제도 - 경제발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정치제도가 포용적이라는 것은 사회와 정치권력이 분배되고, 독점과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제제도가 포용적이라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평한 재산권과 기회, 그리고 정당한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예로, 산업화가 영국에서 일어난 것은 1688년에 발생했던 명예혁명을 통해 의회 민주주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한국과 북한 역시 성치경제학적 관점을 뒷받침하는 훌륭한 예시라고 본다. 혹자는 이에 대한 반례로 착취적인 정치제도를 가진 '중국'을 제시한다. 이에 대해 본 저자들은 중국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맞지만 착취적인 정체제도로 인해 한계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후의 책인 <좁은 회랑>에서 '미래 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생각해 내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생각할 자유로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