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하다.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일본 대표선수 하야타 히나(일본)는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신유빈을 누르고 동메달을 땄고, 여자 단체전 금메달 결정전에서 부상 투혼을 떨쳤지만 분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은 승자인 하야타를 끌어 안아주며 격려했고, 중국 여자 탁구 선수들도 패자인 하야타를 아낌없이 위로했다.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일본 선수를 축하하고 위로하는 모습은 올림픽의 의미를 새롭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런데 하야타가 79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가고시마 특공대 자료관에 가서 살아있는 것과 탁구를 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고 공영 NHK 방송이 보도한 일로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1975년부터 '가고시마 특공대 자료관'이란 명칭이 붙여졌고, 1987년부터 '지란 가미카제 조종사를 위한 평화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수백 차례의 특수 공격을 했던 가미카제가 출발한 훈련 장소였다. 가미카제는 폭탄이나 어뢰가 실린 항공기를 적 군함에 충돌시켜 자폭하는 전술로 '자살 특공대'로 불린다.
그런데 가미카제 조종사와 평화를 연결 짓는 일본인들의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또 일본 우익은 애국심과 자기희생의 예로 가미카제를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불복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자살 임무를 강요하고 밀어붙였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이들 중에는 강제 징용된 조선인도 소수 포함돼 있었다.
중국 탁구 여자 단식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쑨잉샤와 남자 단식과 단체전 2관왕 판젠동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 하야타를 즉시 언팔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가미카제 조종사는 일본 우익 활동가들의 추악함과 잔인함을 상징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침략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두 선수가 재빨리 행동에 나선 것을 반겼다.
국내에서 누구보다 발빠르게 역사 바로 세우기에 열심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무엇보다 이번 일은 가미카제, 욱일기, 일본군 '위안부' 등 젊은 일본 세대가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못 받았기에 생긴 결과"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분노하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하야타에게 가미카제의 올바른 역사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기에 개인 계정으로 즉각 알려줬다. 가미카제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군비 부족으로 미군의 상륙을 막을 힘이 없던 일본이 마지막 수단으로 택한 자살특공대라고 참교육을 시켜줬다"고 덧붙였다.
파리올림픽 폐막 다음날, 하야타는 웨이보에 본인과 중국 탁구 대표 선수들이 함께 찍은 사진들을 공유하며 판젠동이 자신과 배지를 교환했다고 자랑하며 "그는 내가 항상 좋아했던 선수이며 난 올림픽에서 그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며 들떠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 누리꾼들은 실망스럽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야타가 부상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 모습을 보며 감명을 받았는데 어떻게 그런 인터뷰를 할 수 있는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는 이가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일본인은 일본인일 뿐이며 어떤 기대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서 교수가 지적한 대로 젊은 세대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무관심해 역사 교육을 등한시한 결과는 아닌지 돌아볼 대목이다. 하야타의 개인사나 가족사로 가미카제 대원과 인연이 있을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