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각이 되자마자 나와 옷을 갈아입고 당동마을로 올라간다.
고리봉에서 일몰을 보자고 서두른다.
스틱을 챙기고 입구를 통과하다가 랜턴 생각이 나 다시 내려와 챙긴다.
4시 55분이다.
부지런히 걸어 휴게 데크에서 한번 쉬고 물을 마신다.
빨간 소나무 기둥을 찍고 다시 오른다.
처음 500m는 10분 남짓이면 되는데 이 이후부터는 15분이 더 걸린다.
당동고개에 도착하니 6시 30초 전이다.
6시쯤이면 고리봉에 닿아 일몰을 기다려야 할텐데---
작은 고리봉까지 몇 번 걸었는데도 거리 짐작이 안된다.
완만한 능선을 걷다 한번 올라가니 앞에 또 봉우리가 버티고 있다.
저 봉우리만 오르면 되겠지 하는데 또 나타난다.
지리표시목 2개를 만났으니 아마 1km가 넘는가 보다.
나무가 없는 고리봉을 오르니 이미 해는 져 버리고 검은 구름 사이오 붉은 기운이 남아 있다.
6시 22분 1,248m 작은 고리봉에 선다.
춥다. 겨울 다운을 꺼내 입는다. 건너 반야봉이 가까이 다가온다.
노고단 아래 종석대는 시커멓고 오른쪽으로 긴 능선이다.
산동과 견두지맥 뒤로 남원시내에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하늘엔 붉은 기운이 남아 있다.
광양 조교육장 일행이 가져 온 기정떡을 꺼내고 캔맥주 하날 딴다.
손이 금방 시려온다. 콧물이 나오고 맥주도 맛이 없다.
그래도 이리저리 어두운 산줄기와 봉우리를 보며 사진을 찍으며
15분 시간을 보낸다.
성삼재 주차장은 물론이고 노고단 끝에도 불빛이 보인다.
구례쪽으로도 저 멀리 광주쪽에서도 불빛이 보인다.
내가 오른 등산로 입구에도 불빛이 하나 보인다.
랜턴을 켜고 다시 당동고개로 돌아오니 7시가 다 되어간다.
겉옷을 벗고 스틱을 짚으며 천천히 내려온다.
7시 50분이 못 되어 가로등 건너에서 혼자 서 있는 차로 들어간다.
이제부터는 아무래도 일몰보다는 일출보기가 더 나을 수도 잇겠다.
퇴근시간 고려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