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 시와 감각적 시 분석 감상평/이명희
멀리서 빈다/나태주(사실적 시)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봄은 고양이로소이다/이장희(감각적 시)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서론-문학에 다양한 장르가 있듯이 시인이 추구하는 심상도 다양하다. 시의 세계를 정의하자면 1930년부터 순수 서정시, 모더니즘, 리얼리즘이 현대시의 틀을 마련했고, 1950년대는 전쟁시. 아방가르드. 자연시가 소개되었다. 1960년대는 세상 풍파를 고발한 시가 맥락을 이루면서 1990년대는 민중시. 생태시가 발표되었고, 2000년대 이후는 서정과 낭만을 아우르는 사실적 시와 감각적 시가 창작의 지경을 넓히고 있다.
*참고문헌-오세영 [한국현대시사]
본론-사실적 시는 편안하게 읽히는 나태주 시를 선택했고 감각적인 시는 친밀한 이장희 시를 선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들의 심상에서 나오는 시적 표현, 즉 시어 구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나 관심을 가져 보았다.
‘꽃처럼 웃는 너 하나로 인해 세상은 눈부신 아침이 되고,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하나로 인해 세상은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간결한 귀납적 대입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 독자들에게 편히 다가온다. 1연과 2연은 삶의 의미에 힘을 주는 시구다. 존재감 없이 살기보다 서로에게 희망을 주는 인간관계를 강조한다. 마지막 연에 주제가 있는데 타인을 염려하는 메시지다. 나태주 시인은 대부분 쉬운 언어로 노크한다. 너와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꽃과 풀잎이 되어 희망을 준다는 시구로 우리를 평안하게 해준다. 사람은 인간미가 있는 사람과 냉정한 사람이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표출된다. 성품은 타고나지만, 후천적으로 다듬어진다. 삶이 팍팍하면 남을 헤아릴 겨를이 없다. 시인이 학생들을 돌볼 때처럼 사람을 존중하는 호호 아저씨의 마음이 담긴 훈훈한 시다.
고양이를 만져 본 사람은 손끝으로 전달되는 부드러움을 안다. 고양이의 털과 꽃가루를 봄의 향기로 병치시켰다. ‘고양이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이 시구는 공감각적 표현이다. 실제로 고양이의 눈은 요기가 있어 빨려 들어갈 정도다. 봄에 지천으로 깔린 붉은 꽃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시각화를 은유로 구사했다. 어린 강아지의 눈이 경계심이 없다면 어린 고양이의 눈은 예민함이 있다. 고양이의 입술에서 봄의 졸음을 느낄 만큼 고양이들은 동적이기보다 정적이다. ‘꽃가루와 같이’ ‘금방울과 같이’‘봄의 향기가’ ‘봄의 불길이’는 직유와 은유를 살린 부분이다.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 시인의 은유적 시구들을 통해 시인의 감각적 세계를 알 수 있다.
시인들이 넘쳐나니 시집도 홍수를 이룬다. 대개 시인들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시의 평가를 떠나 주인이 쓴 시는 나름 귀한 시다. 의사전달만 되면 문장은 문장이고 시어는 시어다. 글을 쓸 때 평론을 이성적으로 쓴다면 수필은 감성과 이성을 교차하여 쓴다. 시는 두 개의 감성을 넘어서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시 쓰기가 어려운 일 같다. 개인적 소견인데 평론가들치고 시를 잘 쓰는 걸 못 봤다. 분석에 몰두해서인지 사실에 강하나 감각에는 약한 것 같다. 요즘 시인들은 감성지수가 높아서인지 언어 표현이 뛰어나다. 문제는 자칫 특출난 시어에 휘말릴 수가 있다. 감각적 묘사를 위해 인위적 시어를 쓰다 보면 주제에서 멀어지고 시어의 해석도 난감해진다. 감각적 언어를 구사하는 건 뛰어난데 주제는 명확히 전달되어야 한다.
결론-마음을 움직이는 언어와 화려한 기술의 언어는 다르다. 나태주, 류시화 시집이 서점가의 단골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시를 쓰기 때문이다. 글이나 시는 읽는 순간 핍진성이 있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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