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왜 그렇게 가기 싫을까. 건강검진에서 사랑니를 발치하라는 말을 듣고 3년만에 치과를 찾았고 어제 사랑니를 뽑았다. 3개 중 하나를 뽑았다. 잘 안뽑히나 했는데 금새 실로 봉합을 한다. 인사할 새도 없이 선생님이 휙 나가버렸다. 거의 신의 손길을 느꼈다. 깨끗하게 뿌리까지 잘 뽑혔다고 했다. 2시간 동안 거즈를 물고 있다가 뱉어내니 피가 잔뜩 스며있었다. 마취기운이 남아있어 한동안 얼얼했고 한쪽 뺨에 열감이 느껴졌다. 피가 간간히 고이는 듯 했는데 마취가 풀리면서 살짝 통증이 느껴지나 싶었다.
입을 많이 움직이면 안될 것 같았는데 왠지 모르게 기도를 하면 더 빨리 나을 것 같았다. 잠시 입을 놀려 염불을 했는데 염주 열 번을 돌리고 나니 더 안하는게 좋겠다 싶어 염불을 마치고 거실로 나섰다. 일어서서 움직이니 피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밥을 먹고 진통제를 먹은 후에 법화경을 읽었다. 이번 2월달은 가장 한가한 달인데 독경도, 염불도 하지 않은 게으른 달이었다. 이제 2일 남았는데 법화경 읽어오면서 최악의 실적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몇 장 안읽었는데 몸의 기운이 꼬이는 듯 불편했다. 11시가 안된 시간이었는데 사랑니 발치건도 있었으니 자야겠다 싶어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꿈을 꿨다. 어떤 행사에 합창단 일원으로 참석하여 노래를 하기로 했다. 함께 외쳐야 하는 구호가 있는데 외워야 되는 것이라 무대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뒷사람이 너무 떠들어서 다른 자리로 옮길까를 고민하는데 스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찰 주지스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눈 앞에 아이가 두 명 나타났다. 그 중 한 아이가 불편해하고 있었고 주지스님(스님이라고 알아차려지는데 모습은 스님복색도 아니었고 내가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이 그 아이가 어떤지 봐주겠다며 아이 쪽으로 왔다. 그 때 불편해하던 아이가 나를 보더니 내 쪽으로 달려왔다. 엄마하면서 와서 안긴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주며 잘하고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더 따뜻하게 안아줄까 고민했다. 아이가 나에게 우리 엄마냐고 물었는데 순간 스님은 혼자인 내가 곤란스러할까봐 말리는 말을 하려는 듯 했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친구같은 엄마야.' 아이는 안심하는 듯 했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사라졌다. 꿈을 깨기 직전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안좋은데 엄마같은 친구라고 할 걸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아이의 말을 받아들여주고 싶었고 친구같은 그런 존재가 되어주겠다는 의지를 말함이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을 깼다. (글을 적고나니 거짓말을 했다는 염려가 착각이란 생각든다. 왜냐하면 인연 속의 내 아이지 싶기 때문이다. 여전히 어리석지만 나중에라도 알아차리니 다행이다.)
그저 내 멋대로 생각이다. 사랑니를 뽑았고 아침에 꿈을 꿨다. 마음에 담고 살았던 하나의 업(안좋은 업)이 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을 세워 발원하고 부처님 법을 배워 선업을 쌓고 공덕으로 장엄해나가는 삶이라도 그 덕이 쌓이고 쌓여 만족한 시점이 되어야 각각의 업이 좋아지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입장을 생각해준 스님도 고맙고 시끄럽단 소리에 호응해준 동료와 조용히 해준 뒷사람도 고맙고 엄마라고 안기고 편안하게 떠나간 아이도 고맙다. 모두 밝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부처님 법을 배워 이루는 선업의 공덕으로 모두 밝아지기를 발원한다. 사랑니 발치부분에 통증이 없다.
업에 대해 쓰다보니 생각나서 덧붙이려 한다. 직장생활하면서 누군가를 폄훼하여 곤란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기도하면서 참회해왔지만 시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살면서 한 번씩 생각나는데 그냥 나의 삶을 살아왔고 그 잘못으로부터 자유로운지를 사실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일방적으로 내가 괴롭혔고 그 괴로움이 상대에게 남아있을 것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기도로 그의 삶이 밝아지기를 바라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런데 며칠 전 홀연히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 과보였나보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터무니없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이 떠올랐고 과거에 저지른 잘못의 과보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남을 답답하고 괴롭게 만들었으니 나 역시 그렇게 겪고 넘어가는구나 싶다. 그러니 악업 짓지 말았으면 한다. 다 나의 것으로 돌아온다. 참회하고 업장이 소멸된다고 해도 스스로 받아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_()_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