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전도하시느냐고..
애들까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나를 굉장히 대단한 사람처럼 대하시는데 민망해서 혼났다
전도하는 것이 뭐가 대단한 거라고..
사실 그렇게 대단하게 여길 것도 없는데..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받아보는 치켜세움은
잠시 잠들어 있던 교만의 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무례하고 교만한 자를 이름하여 망령된 자라 하나니 이는 넘치는 교만으로 행함이니라"(잠 21:24)
한 때 지하철에서 전도하는 것을
이 시대 보기 드문 의라며 나팔 불고 다닐 때가 있었다
수시로 교회에서 초청해 주시는 간증 집회를 통해
그곳에서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에 취해 정말 내가 잘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인천방주교회 박보영 목사님을 만나
마가다락방에서 간증 집회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곳과는 냉랭한 분위기에 이상하다 싶어
목사님과 상담하던 중 그제야 십자가의 좁은 길을 알게 된 것이다
... 2012년 9월 20일 일기 참조
당시 기복 신앙에 물들어 있던 내가
계속해서 내 의만 자랑하고 다녔다가는
분명 예수 이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삯꾼이 될 요지가 충분했다
그래서 철저한 회개를 통해 모든 간증 집회를 끊고
그 이후부터는 특히 교인들에게 내 전도 행위에 대해 일체 입을 다물고 다녔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받지 못하느니라"(마 6:1)
그렇게 교회에서만큼은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주님께 서원한 것을 지키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교회 다니는 한 분께서
내가 얼마 전 아이들과 지하철에서 전도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몇몇 교회 분들에게 전한 것이었고 말이다
아마도 이 날이었던 모양이다
방학은 했지만
십자가에 매인 몸인지라
그 흔한 물놀이 한 번 못 가고 노는 거라곤
지하철 전도를 하다가 잠시 쉬면서
숨바꼭질 놀이 하는 것이 전부인 순진한 내 아이들
... 2015년 8월 12일 일기 중에서
또래 친구는 자가용을 타고 좋은데 놀러 가는데
내 아이는 하러 간다는 것이 기껏(?) 지하철 전도였으니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미안하고
내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오늘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왜 주님께서 그날따라 지하철 전도를 시키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고전 3:7)
나는 단지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당장은 전도지가 휴지통에 버려지고
사람들이 받지 않아 아무런 반응이 없었을지라도
그 안에는 반드시 복음을 필요로 하는 영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분께서는 열차에서 성경을 읽고 계셨다고 한다
그때 한 청년이 성경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봐서
대답해 주던 중이었는데
마침 내가 그곳에서 복음을 전하면서
나누어 준 전도지로 그 청년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다
"심는 이와 물 주는 이는 한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고전 3:8)
비록 이번에 같은 교회 다니는 분에게
내 전도 행위가 탄로가 나
앞으로 교회에서 좀 더 조심히 행동해야 하겠지만
지하철 전도의 행위가 결코 헛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