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외 1편
추프랑카
썩는 물
내 몸의 외로움 다 받아먹고 썩는 물
물고기를 던져주던 발소리마저 사라지는 물
물속으로 파고드는 텅 빈 시간을 돌아보는 물
파도가 없다
넘어설 물이 없다
이 작은 풀장에 갇힌 물
물을 안고 가만히
하루치의 금을 낸다
먼 옛날,
드넓은 바다
수평선까지 갔다가 오는 물결
윤슬이 받아먹던 우리들의 딸깍 소리 휘파람 소리
물의 금으로 가득 차는
獨房
*일본 지바현(千葉県)의 폐관한 아쿠아리움에 버려져 홀로 남겨졌던 돌고래 ‘허니’
— 계간 《문예바다》 2022년 여름호
헌옷의 감정
수십만 원짜리 새 옷 내놓고 천 원짜리 남의 헌옷을 고르네
내 마음 알뜰매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지 누군가의 온기 품던
무엇이라도
하나, 들여놔야 한다는 것이지 온기를 꽉 쥐어짜면
아름다운 하늘과 공기의 색깔, 수수께끼가 흘러내리지 풀리지 않는
헌옷을 매만져 봐도 수수께끼는 내일처럼 늘어만 지고
채웠다 풀었다 나를 깨워보네 흩날리는 잎처럼 페이즐리 패턴을
왜 마음에도 안감을 대야하나 치마에 내려앉는 배색 잎
나의 지평선을 뒤집으면 분홍노을이 가르르 지고
어제까지의 이목구비가 기척도 없이 구석구석을 끌어 모아 거짓이 되는 오늘
어지럼과 어지럼 속의 어지럼을 다 빨아들일 때까지
헌옷의 감정(感情)을 바라보네
ㅡ계간 《시와문화》 2022년 봄호
추프랑카
경북 달성 출생.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