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말 뒤집기’ 실력에 체리따봉 보냅니다
강재구입력 2023. 5. 10. 15:25수정 2023. 5. 10. 15:35
취임 1년 말 바꾸기 장면들
윤석열 대통령이 3월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년을 맞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 공식적인 연설과 회의 발언에 더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까지 진행하는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적극적으로 발언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후보 시절이나 당선 초기 내세운 약속과 다짐을 스스로 뒤집으며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윤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부정한 세 장면을 꼽아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전 정권 핑계는 통하지 않아”(2022년 8월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좋지 않은 성적표와 국제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권이 출범했지만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 전 정권에서 물려받았다는 핑계가 이제 더 이상은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남 탓하지 말고 당정이 책임 있는 정치에 나서자는 주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7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군용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일을 두고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 준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인기 침범을 막지 못한 기저엔 전 정권의 훈련 부족 등이 있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해가 바뀌어도 지난 정부 탓은 이어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채무가 1천조원을 넘어선 점을 언급하며 “정부 수립 이후 7년간 쌓인 채무가 약 600조원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무려 400조원이 추가로 늘어났다”고 발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취임 1년 하루 전에도 지난 정권 탓을 했습니다. 9일 국무회의에서 전세 사기 피해를 두고 “집값 급등과 시장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했다”고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3월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발언한 뒤 주먹을 쥐어 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당 사무와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다”(2022년 3월10일)
윤 대통령은 20대 대선 이튿날인 지난해 3월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을 가졌습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저는 모든 공무를 지휘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당의 사무와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대선 승리를 거머쥔 직후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밝힌 셈입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당무와 관련된 발언을 자제해왔습니다.
2022년 7월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당무 불개입’ 원칙이 깨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7월26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사진을 보면, 윤 대통령은 권 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거나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는 당시 윤 대통령 측근들과 갈등을 빚어 온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를 뜻합니다. 권 대행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3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에 2월6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한 달에 300만원 당비를 내는데 1년이면 3600만원(이다)”이라며 “(대통령이 당비를 일반 의원보다) 10배는 더 내는데 당원으로서 할 말이 없을 수 없지 않으냐”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시절이던 2021년 9월11일 대구 중구 서문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환담을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일본의 사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2021년 9월11일)
윤 대통령은 대선 예비후보 신분이던 2021년 9월11일 대구 중구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당시 윤 후보자는 일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이 할머니의 말에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고, 할머니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들을 다 (해결) 해드리겠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과거사·주권 문제는 당당한 입장을 견지’ 등의 표현이 적혀있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7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하지만 대통령 당선된 뒤, 윤 후보의 태도는 180도 바뀐듯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진행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장의 주어가 윤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주장했지만, <워싱턴포스트>기자는 윤 대통령의 원문 녹취록을 공개해 주어가 윤 대통령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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