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을 보면, 버섯을 마치 마트 가서 사오듯 쉽게 구한다. 귀한 송이를 비롯하여, 내가 좋아하는 능이도 흔하게 구한다.
송이는 젊은 시절 친구과 같이 따러 갔다가 뱀에 물려 고생한 적도 있고, 말벌에 쏘여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적도 있다.
금진항 뒷산 기마봉에도 제법 송이가 있었다.
묵호 동문산에는 밤버섯이 많았다.
외갓집 뒷산은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비가 내리고 나면 늙은 참나무 둥치와 그 주변에 각양각색의 버섯이 비밀을 발설하는 것처럼 돋아났다.
외할머니를 따라 버섯을 따러 뒷산에 자주 올라갔다. 외갓집에서는 칼국수를 끓일 때 버섯을 넣었다.
나는 애호박, 부추와 함께 밀가루를 풀어 넣은 걸쭉한 버섯국을 특히 좋아했다.
그 숲에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먹을 수 없는 독버섯이 있었다. 이웃 마을의 어떤 노인이 버섯을 잘못 먹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도 있었다. 버섯은 무서운 거라고 했다.
싸리버섯이나 애기꾀꼬리버섯을 독버섯과 구별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식용 중에는 회색 삿갓을 쓰고 하얀 자루가 훤칠한 버섯도 있었다.
이것과 비슷한 버섯을 자칫 잘못 알고 바구니에 담았다가는 외할머니의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삿갓 안쪽에 붉은빛이 돌거나 버섯을 찢었을 때 뜨물 같은 진물이 나는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고. 외할머니는 버섯을 삶아서 늘 차가운 물에 하루쯤 담가두셨다.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야생버섯의 나쁜 독을 그렇게 해서 우려내려고 했던 것일까?
김성호의 책 <나의 생명수업>에 나오는 이런 문장은 얼마나 멋진가.
“버섯의 벗이 되려면 버섯보다 많이 큰 내가 먼저 버섯의 높이로 땅에 엎드리면 된다는 것.”
나는 야생버섯의 맛과 추억에 취하기만 했지 엎드려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