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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갈아먹는 사람-조명희
분야: 어문 > 소설 > 중·단편소설
저작자: 조명희
원문 제공: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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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들어가나 보다. 들창 밖 골목길에 빠드득빠드득하며 다 젖은 눈을 밟고 오가던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조차 뜸하여 진다. 삐걱 털컥하고 주인집 안대문 닫는 소리가 몰아쳐 부는 바람소리를 가로질러 때려누르고 요란스러이 울린다.
이 문 닫는 소리에 신경이 갑자기 더 날카로워진 삼득이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와 귀를 잠깐 그쪽으로 기울이고 나서는, 까막거리는 석유 등잔불로 눈이 가다가 다시 누더기로 둘둘 싸 안은 어린딸의 얼굴로 향하여 오며,
"네기, 거진 올 때가 되었겠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앉은 몸을 굽혀 걸레쪽으로 틀어막았던 문구멍으로 와짝 눈을 대고 바깥을 내다보다가 문구멍을 다시 막고는 몸을 돌이켜 앉으며,
"사람이 죽지 이 노릇을……."
또 중얼거린다. 앞 벽을 바라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그의 눈은 노기가 띠어 있다. 자기의 아내가 그 어떤 놈하고 서로 ○○○○○이 떠오른다. 아내의 살을 그놈이 마음대로 주무르겠다? 질투의 불길이 혈관마다 사무침을 깨닫겠다. 미칠 듯싶다. 정신이 끔벅하며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 어느 곳인지 모르지마는 당장에 쫓아가 그놈을 자기 아내의 몸으로부터 떼어놓고 멱살을 쳐들고,
"네가 이놈 돈푼 가진 탓으로 내 아내를 가지고 이 짓을 하다니!"
하며 한차례 들고 치고 싶다. 쓸데없이 이는 괴로운 생각을 피하려고 아무 생각도 말자 하고 눈을 딱 감고 중이 참선하듯이 애를 쓰고 앉아 있다.
그 언제인가 이집 행랑으로 들어온 뒤에 이 집 젊은 주인이 제 아내를 보고 꾀는 수작으로 턱없이 정답게 굴고 눈짓을 살살하더라고 제 아내가 전하는 말을 듣고는 까닭없이 강짜를 부리고 눈을 부리고 하였더니 아내가 보기에 해롭지 않은 홀게눈을 보내며
"아따 네미……. 걱정말아 걱정!……. 남의 집 행랑방으로 끌고 다니지 아니하면 그런 창피한 꼴을 안 보지……."
하고 말할 때 말끝은 흐리고 목이 메었다.
아무 말 없이 입을 꽉 다물고 앉았던 삼득이는,
"별 수 없다. 다시 쫓겨나면 시골로 가자! 굶어 죽더라도 고향에 가서 굶어 죽지."
하던 생각이 다시금 지나쳐 간다.
실상 이 말을 한 때도 겨우 두어 달 전 일이다. 그 아내가 그 주인의 수욕(獸慾)을 채우자 하는 요구에 응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뒤로는 주인 나리의 미움이 더하여지고 주인 아씨의 까닭없는 질투까지 생기고 하여 행랑을 나가라는 명령을 받은 지도 십여일 전이요, 안에 가서 드난 일을 하며 밥그릇이나 얻어다가 주린 배를 채워가며 그날 그날 때워 보내던 일도 오래 전이다. 이틀 사흘에 한두 끼 얻어 먹기도 여간 요행이 아니다. 행랑방을 얻으러 다녀도 얻을 수가 없고, 일자리를 붙잡으려 헤매이어도 일을 얻을 수 없다.
산 짐승이 여러 날을 굶고 눈을 멀뚱멀뚱하고 앉았다. 눈 앞에 아무 것도 없다. 오직 밥이다!
밥 밥 밥…….
게다가 네 살 먹은 어린 것이 백일해에 걸려 지금은 숨이 깔딱깔딱한다.
약 한푼 어치도 못 사 먹였다. 오직 눈에는 돈이 보인다.
돈! 돈!…….
오늘 아침에 아내가 무엇이나 얻어 걸릴까 하고 이웃집 노파의 집에 놀러 갔다가 찬밥 한 그릇 얻어가지고 와서 하는 말이,
"그 집에 갔더니 웬 쏙쏙 뺀 젊은 여편네들이 그리 많이 오는지. 이야기 들으니까 모두 노는 여편네들 이래여. 그 짓을 하면 모두 돈이 그렇게 잘 생기는지."
이 말을 들은 삼득이는 미운 마음이 불쑥 나서 비꼬는 말로,
"너도 그러한 짓이나 하려무나."
하고는 싸서 안고 앉았던 어린아이를 내밀으니까 아내는 원망스러운 눈을 힐끗 한번 보내고서는 아무 소리없이 어린아이만 받아들고 숨이 그렁그렁하고 얼굴이 죽은 것같이 핼쓱한 어린 딸을 들여다보는 눈에는 눈물이 텀벙텀벙 떨어진다.
배고픈 끝에 식은 밥이나마 달게 먹고 난 삼득이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가며 이런 말을 집어 던졌다.
"네미를 할, 참말이지 지금 당하여서는 아무 짓이라도 할 것 같다."
이날도 또한 온 날을 돌아다니며 행랑방이나 일자리를 얻으려 했으나 또한 헛걸음이다. 저녁에 돌아오니까 난데없는 밥과 찌개가 밥상에 올려 있다. 물론 이웃 노파집에서 가져온 것이다.
어린 아이 옆에 쪼그리고 앉았던 아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툭 내 놓는다.
"나 오늘 저녁에 나가 자고 올 터이야……."
이 말에 웬 셈인지 모르나 반은 짐작이 난 듯이 눈을 휘둥그렇게 뜬 삼득이는 그 아내를 얼결에 쳐다보고 말은 아니 나왔다.
그 아내의 얼굴에는 어떤 처참한 결심의 빛이 나타났다.
"까딱하면 이애 죽이게……."
무거운 말을 거듭내는 아내의 두 눈, 내려 감은 그 눈 밑에는 두 줄기 눈물이 비쳤다.
밥을 반쯤이나 먹었던 터에 이 밥숟갈에는 목이 꽉 메어 내려가지를 않는다. 밥상을 물리고 나서는 무서운 눈찌로 방바닥만 바라다보고 앉았을 따름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러니 저러니 통히 말이 없었다. 까딱하면 번쩍 뒤집혀질 검은 눈빛 같은 침묵이 위태위태하게 계속하여 갈 뿐이다.
한참 동안이나 죽은 듯이 앉았던 아내가 손싸게 밥상을 치고 나서는 놀란 듯이 벌떡 일어나며,
"자정 안으로 와요……."
하고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들창문 밖에서 이웃집 노파의 말소리가 나며 수군수군 하더니 발자국 소리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렁그렁하며 숨을 쉬고 자던 어린 아이가 잠을 깨어 눈도 채 뜨기 전에,
"엄마 ─, 으애 ─."
하더니 ‘쿨룩’하고 기침 소리를 한번 내고는 경련적으로 ‘흐, 흐, 흐’하는 목구멍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쉴 새 없이 잇따라 낸다. 그것은 실낱같이 붙은 목숨이 죽기 전 악을 써보는 것 같았다.
애석한 듯이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는 삼득이는 그 ‘흐, 흐’하는 소리의 마디마디가 자기의 신경을 바늘 끝으로 대단히 아프지는 아니하나마 쉴 새없이 찌르는 것 같았다.
‘흐, 흐’소리는 점점 더 잦아진다. 시계가 없어 시간을 꼭 따질 수는 없어도 오 분 팔 분 십 분 이 모양으로 끌어 나가는 셈이다.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은 삼득의 등에는 이 추운 방에서도 진땀이 날 지경이다. 머리털 구멍마다 또 얼굴까지 따끔따끔 하여짐을 깨닫겠다.
"아 이게 왜 그저 아니 오나?"
침이 마른 입에 말을 굴리며,
‘어서 약이라도 사 가지고 들어와서 그 약을 먹여서 당장에 병이 낫게 하여 주었으면 좋겠다…….’, ‘그 지경은 못 가더라도 제발 우선 급한 불이나 좀 꺼 주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하며 그 아내가 약과 먹을 것을 한데 싸 가지고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꼴이 눈에 떠오른다. 그러는 동안에 어린아이는 기침할 기운도 없어서 까부러진 셈인지 기침이 끝난 셈인지 입만 들썩하다가 죽은 듯이 그대로 늘어져 있다.
아가 아버지도 이제 숨을 좀 돌린 듯이 고개를 번쩍 쳐들어 가지고 벽을 바라다 보고만 있다.
‘이런 네미, 사람놈이 이렇게도 지지리 칫들어질 수가 있나, 똥에가 자빠져 죽은 놈보다 더욱 더러운 놈이다. 제 계집을 시켜서……?’ 이렇게 생각을 하며,
‘세상에 나 같은 놈은 둘도 없다. 더러운 놈! 못된 놈!’하고 잇따라 생각할 때에 옆에서 누가 자기를 보고 외치기를,
"이놈아! 이 못난 놈아! 네가 차라리 ○○○○ ○○○○○○사람답게. 사내답게……. 이 지질한 놈아!"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옳다 그렇다. 차라리 그 짓을 하는 것이 떳떳하지!’
‘이제 알았다! 진작 깨닫지 못한 것이 병이다. 이 고비를 닥쳐서 무엇이 겁날 게 있단 말이냐? ○○○○ ○ ○○ ○○○ ○○○○, 그렇지. ’한참 동안 무의식.
‘그러나 내가 제 속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마는 저도 글렀어……. 여북해서 그런 생각을 냈을꼬마는 그런 속에도 딴 속이 좀 있는 게지.’
하고 의심하는 생각이 뒤섞여 가며 미운증이 펄쩍 난다. 들어만 오면 죽어라 하고 때리고 싶은 생각까지 난다.
‘만일에 마음이 딴 데 들떠서 그렇다 하면 경을 칠 년 저 죽고 나죽지!’
‘그러나 그것이 딴 놈에게 몸을 더럽히고 오다니…….’
그 아내의 ○○○칼로 ○○낸대로 시원치 못할 온 몸을 불로 태워도 더럽힌 것을 씻지 못할 원통함과 어디다 대고 하소연하여야 옳을지 모를 억울함이 가슴에서 미어져 나온다. 그 연놈을 한 자리에서 그만 모두 꺼엎어 죽이고 싶었다.
한참 무의식.
이웃집 시계가 한 점을 ‘땅’치는 소리가 들린다.
"허어 ─ 이거 웬일야? 한 시인데……. 열 두 시 안에 온다더니……. 무슨 딴 일이나 생기지 않았나?……."
그 언제인가 밤에 종로를 지나다가 순사 파출소 앞에 사람이 삑 ─ 둘러선 것을 보고 자기도 그 틈에 끼어서 구경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에 어떤 젊은 여자를 붙들어다 놓고 매음을 하였으니 어쩌니 하며 순사가 데리고 시달리는데 그 여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가지고 말 대답도 잘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다가 나중에는 경찰서로 끌려가는 뒷모양을 우두커니 바라보고는 잘 잘못없이 걸리기만 하던 생각이 문득 나며 그 아내가 또한 그 망신을 당하는 모양, 새파랗게 질린 얼굴 발발 떠는 꼴이 눈에 번쩍 떠오른다. 이제는 무엇보다 불쌍한 생각이 났다.
"설마 그럴라구……?"
괴로운 생각을 툭 끊어 던지려고 애를 썼다. 어린 아이 옆에 쭈그리고 누웠다.
눈을 감았다. 모든 공상을 없애려고 이를 꽉 다물었다. ‘나를 잡아 먹어라!’ 하고 괴로움 앞에 몸을 던진 듯이 기진한 몸과 마음을 되는 대로 집어던지고 만 셈이다.
그러나 괴로운 생각을 잊으려는 내가 괴로움을 생각하는 것보다 못지않게 괴로웠다.
억지잠을 자려고 버둥질을 하여 보았다.
그러나 아내의 얼굴이 훅 ─ 지나가고, 그 어떤 놈의 얼굴이 훅 ─ 지나가고, 순사의 얼굴이 훅 ─ 지나간다.
이 모든 그림자가 어서 생각에서 달아나고 말라는 듯이 경련적으로 손짓을 까닥까닥 하여 보았다. 고개를 부르르 떨어 보기도 하였다.
또 이것 저것이 뒤바뀌어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손짓 곤댓짓 곤대짓 손짓……. 억지잠을 자려고 버둥질을 친다.
괴로운 정신이 얇은 꿈길로 끌려 들어가면서도 이 얼굴, 저 얼굴, 곤댓짓……!
"아! 이년아, 왜 그저 안 와? 한 시가 지났는데두…… 그예 무슨 일이 있나 보다…… 무슨 일이…… 에끼이 어떤 연놈이 죽든지…….“
하고는 밖으로 튀어 나가는 길에 부엌에 있는 식칼을 집어들고 나섰다.
다짜고짜로 이웃집 노파의 집을 찾아가서 대문을 발길로 냅다 걷어차니 문짝이 뚝 떨어지며 자빠진다. 문을 발로 디디매 썩은 나무쪽같이 밟히는 발 끝마다 바싹바싹하고 부스러져 버린다. 그것도 또한 마음에 시원하였다.
방문을 열고 쫓아들어가 이불을 폭 뒤집어 쓰고 누운 노파의 손목을 냅다 잡아끌며,
"이년! 내 계집 가져다가 어떤 놈에게 주었니! 당장 가르쳐라! 어서 일어나 앞서라. 가자! 말 안 들으면 이 칼로 대번에 찔러 죽일터이야.“
하며 ○○○○○○, 노파가 다 죽은 양으로 벌벌 떨며,
"여봅시요 제발 살려주십시요. 제 잘못한 죄는 없습니다."
잡아끌어도 앉은 대로 대롱대롱 매어달리며,
"저는 이 모양으로 다리도 펴지 못하는 앉은뱅이외다. 걷지도 못하는 앉은뱅이외다. 제발 살려줍시요."
"이런 망할 년! 초저녁에도 펄펄 뛰어 다니더니 엄살을 해도 분수가 있지……."
"아니올시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럼, 어디냐? 가 있는 곳이? 어서 말해라."
"예, 예, 저 배전병문……. 청인의 집입니다. 요릿집 옆 수통박이 막다른 골목 대문집……."
그 길로 줄달음질을 쳐 나온다. 눈인지 달빛인지 햇빛인지 큰 길 바닥이 훤하여졌다. 캄캄하여졌다…… 발이 바퀴같이 싸다. 배전 병문으로! 배전병문으로!
주린 승냥이 같은 뭇 청인놈들이 자기 아내를 ○○○○ ○○○○○○ ○○, 나중에는 그만 쭉지 부러진 새 모양으로 ○○○○ ○○○○눈에 떠오른다.
"이놈들을 어서 가서 ○○○지, 어서 가서 ○○○○."
아니나 다를까! 배전병문 어귀를 닥치자마자 자기 아내가 발가벗은 알몸으로 머리를 풀어 흩이고는,
"사람 살리유!"
하며 달음박질을 하여 나온다.
그 뒤에는 뭇 청인놈이 쏴ㄹ거리며 무엇이라고 싯걸덩덩하며 아내를 붙들러 쫓아온다.
닥치면 대번에 앞엣 놈을 ○○○○○. 고꾸라졌다. 그 뒤에 따르던 뭇 놈들은 빈대떼 달아나듯 우 ─ 몰려 뿔뿔이 달아나고 만다.
옆 골목에서 난데없이 ○○○○○○○, 자기는 본체만체하고, 발발 떨고 섰는 아내만 가서 붙들고 발○○○○○○○○○○○○ ○○○○ ○○○○.
아내가 마치 발버티며 목이 컹기어 늘어지며 억지로 끌려가는 목매인 염소새끼 모양으로 애처러이 끌려가며,
"○○○○○……."
"○○○○○……."
쫓아가 ○○○ ○○○○○.
"여봅시요, 그 계집은 아무 죄도 없습니다. 아무 죄도…… 이놈을 잡아가시요, 이놈을 이놈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으니 이놈이 죄진 놈이오, 이놈을 잡아가시요, 사람까지 죽인 놈이요."
"○○○○○○○○○○○○○○○○○○○○○○."
"○○○○○○○○○○○○○○○○○○○○○○○○○○○○○○○○○."
"○○○○○○○○○○○○○하고 마지막 ○○○○○○."
"여보, ○○○○○○○○○○○○○○○○○○○○○○○○○○○○○○○○."
"○○○○○○○○○○○○○○○○○○○○○○○○○○○○○○○○○○."
"○○○○○○○○○○○○○○○○○○○○"
"○○○○○○○○○○○○○○○○○○○○○○○○○○○○."
"○○○○○○○○○○○○○○○○○○○○."
"응. 응.……아이구!……."
하며 나중에는 ‘엉엉’ 울었다.
울다가 펄쩍 잠을 깨었다. 꿈이다.
이것보아, 어느 결에 아내가 들어와, 어린 딸 옆에 엎드려져 있다. 그것이 눈에 번쩍 뜨이자 속이 찌르르 하도록 걸린 마음이 난다. 그 순간을 넘기고 나서는 갑자기 미운 마음이 펄쩍 난다. 주먹으로 냅다 때리고 싶다. 다만 우두커니 그 쓰러진 꼴을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나중에는 주먹으로 직신직신하며,
"여봐, 언제 와?"
하며 내붙이는 말로 말을 던졌다.
죽은 듯이 정신없이 쓰러져 있을 따름이다. 다시 주먹으로 허리를 지끈지끈 누르며,
"언제 와?"
또한 볼이 멘 소리다.
고개를 푸수수하고 쳐들며 쳐다보는 그 눈에는 아무 표정이 없다. 맥이 풀린 눈이다. 다만 눈깔이 부숙부숙할 따름이다. 얼굴을 대었던 어린아이 포대기 위에는 침일 리 만무하겠는데 눈물인지 흠뻑 젖어 있다.
무표정한 눈으로 바라다보며 그는 ‘날 주여주 ─’ 하듯이 다시 고개를 푹 파묻고 쓰러진다.
‘대체 이게 무슨 괴물이야!’하고 바라다보며 생각하던 삼득이는 무거운 입을 떼어
"죽어야 옳으냐? 살아야 옳으냐?……?."
"죽읍시다! 죽어…….죽어도 다시 그 노릇은……."
하고 아내는 힘 없는 소리로 말 끝을 흐리고 나서는 길게 떨어 내쉬는 한숨 소리도 들을 수가 있었다.
이러고 나서 몇 달이 된 뒤이다. 사글세나마 조촐한 기와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 아내의 몸에는 향수 뿌린 비단옷이 감기고, 삼득이는 평생에 처음인 명주안 넌 두루마기를 걸치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듬해 되던 가을이다. 한강철교 수선공사 모군꾼 가운데 중대가리로 남루한 옷을 입은 삼득이도 끼어 있음을 볼수 있었다. 동무들은 그를 ‘계집 잃은 사람’이라는 별명을 지었다. 그 소리가 귓결에 스칠 때마다 삼득이의 눈에는 세상을 미워하는 또는 ○○하는 ○○○○○이 번쩍거린다. ○○빛은 ○○○○○○○○○○○○지?
<재편집: 오솔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