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회와 문화,
사고의 산물입니다. 각 나라의 언어는 문화에 따라 다르게 발달한 것일 뿐,
몇 가지 예를 들어 한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논리적이고, 명료하며 더 나아가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예라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 아는 범위에 있는 아주 편협하고 지엽적인 예일 뿐입니다.
몇몇 분들이 영어가 더 논리적이고 분명한 언어이며 한국어는 모호한 언어라고 단언 하셨는데,
그렇다면 거꾸로 영어도 모호한 부분이 얼마나 많은 지,
몇 가지 예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설에서 My uncle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삼촌, 작은 아버지, 큰 아버지, 당숙,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 무슨 단어로 번역을 해야 정확할까요?
brother는요? 큰 오빠,
작은 오빠,
형, 남동생, 아니면 아는 사람을 친근하게 부르는 걸까요?
인간 관계, 가족 관계에 대한 호칭은 한국어가 영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어는 한국어보다 덜 발달된 언어일까요? 아닙니다. 문화 자체가 ‘관계’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큰 언니인지, 작은 언니인지, 시누이인지 시숙인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위계나 가족 호칭이 덜 발달된 것이죠.
언어가 사회와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2. 시제와 단어 사용
한국어는 가는 중입니다/
가겠습니다. 정확히 현재 진행과 미래가 구분됩니다.
하지만 영어는 모호하죠.
현재 진행으로 미래도 쓰니까요. I am coming. 오고 있다는 걸까요? 올 거라는 얘기일까요?
He picked a date. 날짜를 정했다는 건지, 데이츠 (중동지방에서 많이 먹는 달콤한 대추)를
땄다는 건지,
약속을 정했는 지, 알 수 있나요? 한국말은 다 구분이 되죠. --> 이 예는 인터넷에서
3. 주어의 생략
주어의 생략은 영어 문장에서도 많이 보입니다.
일기나 페이스북 페이지 글 보면 주어 없이 동사가 바로 나오는 문장이 다수인데, 동사로 시작하는 문장은 명령문도 됩니다.
모호하죠
4. 조동사
조동사의 미묘한 뉘앙스는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직장에서 “You
might be interested to consider…. “이라고 상사가 말을 합니다. 나에게 뭔가를 권해 주는 것 같은, 정보를 주는 뉘앙스지만 실상은 ‘이 일을 당신이 했으면 좋겠다’는 거의 명령에 가까운 어조를 이렇게 완곡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눈치 빠르게 알아듣고 잘 해야죠.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must, had better’ 같은 조동사를 너무 쉽게 써서 외국인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지요.
5. 책
technical writer들을 위해, 모호한 문장을 어떻게 줄이는 지에 대한 문장 쓰기에 관한 책들이 수없이 많을 정도로 영어 표현의 모호함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Avoid ambiguity' 로 검색해 보세요.
6. ESL 학생들
전 세계 ESL 학생들이 외국어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영어가 얼마나 애매한 언어인지를 토로하는 많은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 자신의 모국어를 기준으로 타 언어를 분석하면서 언어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7. 결론
기술 번역을 하시는 분들이 다루는 영어 문장들은 거의 문장의 구조와 패턴이 많이 정해져 있고
반복되는 표현으로 이루어진 글이 많아 영어가 ‘명료’한 언어라 생각을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영어권 대학생 에세이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영어 문장이 얼마나 비문이 많으며 명료하지 않은 문장 구조와 표현이 많은 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다루는 번역 자료로 혹은 알고 있는 몇 가지 예로 영어는 한국어보다 논리적이고 명료하다고 단언하는 것은 결국 지식의 바닥을 보이는 행위일 뿐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이고 명료한 사고를 하면서 언어 능력이 되는 사람은 영어로든 한국어로든 명확하게 글을 쓸 것이고 비 논리적이며 감정이 앞서는 사람은 언어에 상관없이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글을 쓸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기술 문서에만 파묻혀 있지 말고 코믹 매카시의 <The Road>를 원서로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우리가 외운 영문법의 허망함을 느끼게 됩니다.
영문학자들 사이에서도 스타일 연구가 많이 되고 있는 작가입니다. 언어는 정보 전달 이외에도 많은 기능이 있습니다.
첫댓글 이에 대해 말하려면 끝이 없고 영어의 생래적인 모호성에 대해서는 일 끝나고 한 번 나열해 보지요.
제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이 용법 저 용법 다 필요없다. 그냥 적당하게 해석하는 거야. 앞 뒤에 맞게... 그게 영어의 특성 중에 하나거든요.
밑에 틴맨님처럼 자기가 왜 무식한지도 모른 채 영어 조금 아는 거로 번역하면서 돈푼 좀 번답시고 같잖게 으스대는 사람을 보면 참 안쓰러워요
게다가 밑에다가는 완전히 쓰레기 글을 싸질러 놨던데 그냥 대꾸 안 하는 게 상책 같습니다
심경을 어지럽혀 죄송합니다.
저는 영어번역을 업으로 삼지는 않지만 어쨌든 영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이런 논쟁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틴맨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뜻하지 않게(?) 이런 화두룰 던져주셔서 많은 분들의 고견 듣고가네요. 일거리를 주고받거나 단편적인 단어뜻만 묻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논쟁이 이뤄지는 것이 본래 번역사모임의 의의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ㅎㅎ
<The Road>는 읽어보려다가 제 전자책 카피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그게 작가 스타일이라고 해서..역시 문학은(ㅠㅠ)하고 던져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구조나 문법은 잘 모릅니다.그저 소설을 좋아하는데요. 이성과 감성을 보면 엄마 큰딸 작은딸이 나오는데 죄다 she라고 하더군요.
두세번은 꼼꼼히 읽어야 이she가 그she구나 합니다. 대명사로 대상을 지칭하는 걸 참 좋아하더군요.
그냥 비가 오면 비가 오는거지 it이라는 주어를 따로 만들고 왠만한 것은 다 it으로 생략하더군요. 무지한 제가 보기에 그리 명료한 언어같지는 않네요. 아무래도 한국어가 정말 편한 진짜 한국인이어서 그렇겠죠.
앞서 어떤 분이 "영어 문장에서는 주어와 술어가 항상 밀착해 있다" 그래서 명료하다는데 영어 문장들을 많이 보지 않은 듯 합니다.
주어 다음 관계 대명사를 써서 수식하는 내용이 길게 들어가고 정작 글쓴이가 말하는 핵심 본동사는 한참 뒤에 떨어져 있는 문장이
수두룩하죠. 간단한 예로 Couples who sucessfully weather the inevitable conflict in relationships/ show tolerance and acceptace for individual differences. 여기서 주어는 Couples 본동사는 show입니다. 이렇게 떨어져있죠. 이 문장은 아주 간단한 예이고요, 주절이 한참 길어서 쭉 읽어 본동사까지 가야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문장들이 수두룩하게 많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하지만 '단순한'이라는 형용사는 썩 보기 좋지 않군요. 토론을 위해서는 웬만하면 가치판단이 담긴 단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만약 예시문을 한국어 문장으로 만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본동사는 induvidual differences 뒤에 놓이게 됩니다. 주어와 술어의 밀착성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영어의 기본구조가 '주어-술어-목적어(보어)'이고 한국어는 '주어-목적어-술어'라는 건 모르는 바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의 이 주장을 이해하려면 직접 두 언어의 사용실태를 보면 됩니다. 영어의 경우, 저는 지금까지 주어와 술어가 정확하게 호응하지 않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반면, 한국어의 경우, 그런 일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원하신다면 곧 여러 예를 올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