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밤 김복희 오늘 밤은 마지막 밤이 아니네 당신은 한밤중 몰래 노래하러 나갔지 밤에 몸을 숨기고 노래에 노래를 숨기고 모과나무 아래로 높이 매달린 모과 아래 수북이 쌓인 모과잎 헤쳐 모과를 숨기듯 노래하는 마음은 노래의 멎음 이해하지 나도 노래 듣고 싶은 마음 가득 당신이 부른 노래가 당신을 떠나가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올 때 어때? 밤 속의 그 노래 바깥의 노래 처음 노래와 다른 게 들리나? 강도와 강간범 살인자 최악의 독재자 남에게 모욕을 주고 영혼을 더럽힌 자 에게도 닿는 노래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노래야 너 뭐가 변했니 물어볼 거야?
노래 속에 노래 남을 죽이며 자신을 죽이는 사람들에게도 가네 끔찍하네 기도처럼 이상하네 그러나 당신 노래하지 않을 수 없네 모과 향기가 신을 죽일 수 없듯이 밤이 밤을 더 풍성하게 하듯이 나도 노래할 텐데 나는 모래 잘 못해 마음만 넘쳐 당신의 노래를 망칠지도 몰라 그래도 말릴 수 없을걸 당신의 노래가 내 노래를 부르기에 소리 없는 목소리 멎은 채 울리는 노래도 노래에 있기에
—계간 《시와 비평》 2026 여름호 --------------------- 김복희 /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인간』『희망은 사랑을 한다』『스미기에 좋지』『보조 영혼』『생 마음』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시 창작 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