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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조선왕조 실록(177편)
반성문을 누가 쓸 것이냐(1)
(삼전도비 비하인드 스토리)인조 14년, 1636년 12월 2일.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조선과 청의 평화가 깨졌다.
있어서는 안 될 쿠데타,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은 작은 마음의 왕 인조가 드디어 청과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뭐, 그 전에 정묘호란이라고 한바탕 전쟁을 치뤘던 기억이 있기에 색다를 것이야 없었지만.
이번에는 왕이 직접 청 황제에게 나아가 삼배구고두를. 만주풍습 으로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이때 인조가 머리를 땅에 찧어 피를 흘렸다는 소문이 퍼졌다)하면서 형제간의 국가 외교 형태가, 군신간의 형태로 뒤바뀌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삼전도의 치욕’이었던 것이다.자, 문제는 말이다.이 삼전도의 치욕’ 이후에 있었던 또 다른 치욕이 있었으니.
오늘의 주제는 삼전도의 치욕 3년 뒤에 있었던 삼전도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저.전하! 크.큰일이 났사옵니다.이런 된장, 왜 엽기 조선왕조 실록에 나오는 왕들은 맨날 큰일만 당하냐.가끔은 작은 일도 당하고, 대충 넘어가고.그런 건 왜 없는 거야!
그.그것이 작가가 워낙 성질이 더러워서 미담이나, 좋은 이야기는 쏙 빼버리고 온갖 추잡한 이야기만 골라서 하는 거라서.
아 거기까지! 이번엔 도대체 무슨 큰일인데? 일단 들어나 보자.
그것이.삼전도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하라는.거시기 ,좋게 포장하지 말고,공문 날아온 거 그대로 말해봐.대청황제공덕비 라는 걸 만들어 달랍니다.
대청황제공덕비 지랄을 랜덤으로 떨어라! 아직 대가리 찧느라 까진 내 이마에 딱지도 안떨어졌다.
그럼 어쩔까요 거절할까요.인조 15년 3월, 삼전도에서의 치욕을 겪은 지 체 2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난데없이 터져 나온 대청황제공덕비 공사 명령서,
이 팩스 한 장에 조선 조정은 발칵 뒤집혀 지는데.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보나.
전하! 저번에는 우리가 가드 올리는 걸 깜박해서 진 겁니다.이번에 붙으면 한번 해볼만 합니다!
이참에 엉겨보죠.워~워~지난 겨울에 그렇게 당하고도 몰라.저번에는 우리 전하가 머리 찧는 걸로 끝났지만, 이번에 개기면 아예 발바닥을 핥으라고 할지도 몰라.
청나라 황제 그 시키 발 잘 안씻어서 무좀 있다고 하던데.전하 괜찮으시겠습니까.
너 이색희, 뭐 무좀 걸린 발 저걸 그냥! 확! 저런게 신하라고.
전하! 결단을 내려주십시오.결단은 무슨 결단.까라면 까야지.이번에 잘못 엉겼다가는 아예 기둥뿌리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공덕비든 공덕역이든, 만들어 달라는 거 다 만들어 줘!
전하! 그런데 재원이…난리 두 번 겪으니까 아예 나라가 절딴이 난지라 이색희! 까라면 깔 것이지 뭔 말이 그리 많어.
이리하여 인조는 대청황제공덕비 건설을 위한 테스크 포스팀’을 짜게 되는데 그 면면을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공사 주체는 공조에서 관장하기로 하고, 공조를 지원해 주기 위해 병조와 호조가 붙게 되었다.
육조의 반…한마디로 행정부의 절반이 이 공덕비 제작에 달라붙었던 것이다.
야야, 청나라 놈들 삐져서 또 쳐들어온다 소리 듣기 싫거든? 하려면 제대로 해 알았어.
어이 공조판서, 괜히 비자금 만들겠다고 날림공사 했다가 몽땅 독박 쓰지 말고 이번에는 네가 직접 관장해라 알았지.
괜히 하청에 재하청 주고 그랬다간 봐라.인조의 특별한 관심과 지도편달(?) 덕분에 대청황제공덕비 비단은 공덕비 세우라는 말 나온 지 7개월 만인 그해 11월 3일 완공되기에 이른다.
쉬파, 이제 청나라 애들한테 검수만 받으면 되지? 이거 하나 만드는데 뭐가 이렇게 힘드냐.
그랬다. 이 당시 조선의 상황은 이런 비단 하나 만드는데에도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피폐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체 임진왜란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난리를 두 번이나 겪었으니.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게 이상한 것이었다.
비단이 완성된 얼마 뒤…청나라에서 비단의 부실검사 여부를 검수하기위해 사신이 파견되었으니 바로 청나라 사신 마푸타의 등장이었다.
비단 맘에 든다해.거봐라해 시키면 제깍제깍 잘하는 놈들이 뭐 먹을 게 있다고 개겼나해.너네 개기지 않았으면,
우리 안쳐들어 왔다해,앞으로 네들 정신 차리고, 말 잘들어야 한다해.
마푸타는 비단의 모습에 크게 만족하게 된다.조선 정부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는 순간이었는데.
이 안도의 한숨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에 그런데 말이다 해. 원래 비문은 우리가 지어서 내려 보내야 하는데 말이다. 해일정상 좀 번거로울 거 같다 해
걍 네들이 지어서 올리라 해청나라 사신이 던진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 한마디!
비문의 내용을 조선 측에서 만들어 올리라니.이 한마디에 조선의 조정은 발칵 뒤집혀졌는데.
어째서 조선 정부는 발칵 뒤집혀 졌을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작문 사극 ‘반성문을 누가 쓸 것이냐’는.오늘도 이렇게 뭐 싸다만 느낌으로 끝을 내는데…
엽기 조선왕조 실록(178편)
반성문을 누가 쓸 것이냐(2)
(삼전도비 비하인드 스토리)난데없이 터져 나온 비문 논쟁.청나라 쪽에서는 일의 신속성을 핑계로 조선쪽에서 비문의 내용을 지어 올리라고 했지만 실상은 조선을 완전히 엿 먹이겠다는 의지’가 노골적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이거 참, 아니 왜 지들이 지어서 보내면 될 것을 뭐 그렇게 복잡 하게.복잡한 게 아니라, 완전히 우릴 엿 먹이겠다는 거죠 뭐.
어차피 머리 피나게 찧어 된게 네들 아니냐 이참에 충성맹세 한번 하고,박박기어라. 그래서 네가 비문 짓겠다고.아니, 거시기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작문에 약해서리.
야야, 네들 왜 그래 지금 당장 비문 지어 내라잖아!.인조의 말에 대신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춘추대의 이 한마디를 내세워 광해군을 몰아냈고.이 춘추대의 덕분에 청나라와 두 번의 전쟁을 치루지 않았던가.
삼학사처럼 절개를 지킬 순 없다 해도 최소한 흉내는 내야 하는 것이 당시 상황이었는데. 만약 이 상황에서 청나라를 칭송하는 비문을 짓는다면, 그야말로 두고두고 욕을 먹을 일이었던 것이다.
아니, 살아생전에 욕먹는 걸로 끝난다면 다행일 것이다.조선이 끝나는 날까지, 아니 역사가 계속되는 한 그 이름은 계속 전해질 것이 아니던가.
후세의 평가에 누구보다 민감했던 유학자들·사대부 들에게는 그야말로 사형선고와 다름이 없었다.
거시기, 청나라 황제를 위한 공덕비인데, 적어도 급은 좀 되야죠.그렇죠.
급도 급이지만…급에 걸 맞는 작문실력도 있어야 하고.학식도 있어야 겠죠.
그래서 어쩌라고? 대안을 놓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두루뭉실 넘어갈 생각 말고 대안을 말해 대안을!
거시기, 이정도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예문관 칙령과 교명을 기록하고, 실록편찬을 위한 사초를 작성하는 기관) 대제학(종2품)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요.
이색희가 그걸 누가 모르는줄 알아 지금 대제학 자리가 공석 이잖아.그럼 뭐.대제학을 임명하면 되지 않겠슴까.내가 미친척하고 한번 물어볼게.
야, 네들 중에 예문관 대제학 자리 지금 앉고싶은 놈 있냐.있음 그냥 그 자리에 앉혀줄게.
인사청문회 같은 거 없거덩? 앉으면 내가 그 자리에서 특별 보너스 500% 질러줄께!
야, 누구 예문관 대제학 할 사람.아무도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어떤 미친놈이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그 자리에 앉으려 할까.이색희들! 이럴 때만 잔머리 굴려요. 어휴.이것들을 그냥.그 누구도 비문을 짓겠다고 나서는 놈들이 없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이런 것일까.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다급해 진건 인조였다. 잘못하다간 자기가 직접 비문을 지어야 할 판.이대로 가다간 머리를 9번 찧은 것도 모자라 ‘청나라 황제폐하 만세’라고 비문까지
써바친 임금이 될 판이었다.
이색희들.야! 거기 이경석.그래 너 말야 새꺄!
그리고 그 앞에 옆에.그래 장유, 그리고 그 옆에 같이 앉아 있는 이경전, 조희일.네들 당장 비문 적어와!
예.그러는 게.뭘 그러는 게야.왕이 까라면 깔 것이지.네들 모여서 같이 써올 생각하지 말고, 각자 알아서 써와! 알았어. 이것들이.왜 대답이 없어.예.알겠습니다.
이리하여 인조는 4명에게 비문을 떠넘기고, 한숨을 돌리는데.문제는 이들 조차도 떨떠름해 비문을 쓰기 싫어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경전 같은 경우엔 뭉기적 거리며 끝까지 비문을 내지 않았을까.어쨌든 임금의 독촉을 받던 4명 중 3명은 다 나흘 안에 완성된 비문을 만들어가지고 오는데.
이경석이.자식 귀여운데.이틀 만에 만들어 오고 말야.자유 자식도 사흘 만에 만들어 오고…조희일 이눔 자식은 이런 거도 지각해야 하냐.
어쨌든 인조는 3장의 비문을 얻게 되는데.휴.어쨌든 3배수는 확보한 거 아냐.일단 이것들 중에서 대충 괜찮은 걸로 두 개 정도 추렴해서 보내자.
이리하여 인조는 조희일의 글을 떨어뜨리고.이경석과 장유의 글을 뽑아 사신단에게 보내준다. 사신단이 오케이 사인을 하자,
인조는 이 글을 심양으로 보내는데.떼놈들의 시키가 뭘 알겠어.일단은 아는 시늉이나 하다가, 대충 만드는 거 흉내나 내지 뭐.이런 안일한 생각의 인조.
그러나 뜻밖의 다크호스가 심양에게 기다리고 있었으니.초특급 대하 울트라 작문 사극 ‘반성문을 누가 쓸 것이냐
엽기 조선왕조 실록(179편)
반성문을 누가 쓸 것이냐.(3)
(삼전도비 비하인드 스토리)청나라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경석과 장유의 비문을 심양으로 보낸 인조.그러나 당시 조선과 청의 분위기는 싸아 하기만 했으니,
이경석이든 장유든…채택되면 그걸로 인생 쫑 쳤다고 봐야지.당근이지. 청나라 황제의 공덕을 칭송한다고?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이야.걸리면 그걸로 두고두고 욕 먹을 거야.아니 가문 전체가 역사에 기록돼서 개 쓰레기 취급 받을 거야.
이거 참,인생 고달프게 됐어.그러게 뭐 먹을 게 있다고, 비문 같은 걸 써주나.왕이 옆구리 쑤셨대.아님 지가 써야 할 판이니.옆구리 안 쑤시게 생겼어.
어쨌든 불쌍한 놈들이네.지들 잘못도 아닌데 그러게 튀면 안 된다니까.적당히, 적당히 눈치 보면서 착 엎드려 있어야지.괜히 튀었다간 이런 꼴 당한다니까.
이경전이 봐봐.비문 써내라니까,창작의 고통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글 안 나온다고 삐댔잖아.
걔가 원래 잔머리 하나는 타고 났잖아.
그러게.지금 덜컥 청나라 황제 공덕비 같은 거 써줬다가는 인생 종 친다니까.쯧쯧.당시 조선 조정의 분위기는 이랬다.
아무리 임금의 명령이라 하지만 춘추대의를 말하는 유학자로서, 사대부로서 청나라 오랑캐의 황제를 위한 공덕비를 쓴다는 것.그건 유학자로서의 인생을 포기하는 짓이었던 것이다.
조선이 비문 작성 문제 때문에 폭풍전야의 스산함을 연출하고 있을 그때, 청나라 조정에서는 조선에서 보내온 두 개의 비문 중 어느걸 택해야할지 격론이 오가고 있었으니,
이 참에 조선애들 기를 팍 죽여야 한다 해!맞다 해!그런데, 너네 한자 아나 해.천자문은 대충 뗐다 해.그걸로 어케 문자를 안다 할 수 있나 해 더구나 이건 우리 황제폐하를 위한 공덕비 비문이라 해!
그랬다 당시 청나라 조정에서는 조선의 비문 두 개 중 어느 걸 택해야 할지 그걸 고를 수 있는 ‘눈’이 없었던 것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범문정 이었다.
명나라 학사 출신인 범문정은 곧 비문 심사 위원회.위원장으로 위촉되어 면밀히 이경석과 장유의 글을 비교하게 되는데.음.장유의 글은 비문으로 쓰기 어렵다 해!
오탈자도 많고, 주어와 술어 구분이 모호하다 해.이놈시키는 쓰기 싫은 거 억지로 쓴 거 같다 해.이경석의 글은 어떤가 해.장유보다는 낫다 해.그런데 이놈도 글을 너무 짧게 썼다 해.짧은글이 좋은 글이긴 해도 생략한 게 너무 많다 해.이경석의 글을 좀 더 수정해서 비문으로 쓰는 게 나을거 같다 해.
범문정의 심사가 나오자. 청나라에서는 이 심사평을 그대로 조선에게 보내게 되는데.
너 네들이 보낸 비문 중에서 이경석의 글이 뽑혔다 해.그렇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라 해!
이경석의 글이 장유 글 보다 쫌 더 좋기는 하지만, 너무 짧다 해! 대청제국의 황제폐하의 공덕을 그리기엔 너무 짧다 해!
그러니까 이경석이 보고, 글을 좀 더 잡아 늘려서 대청황제폐하의 위업을 빛낼 수 있게 자세히 쓰라고 시켜라 해!장유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말이었지만,이경석으로서는 인생 쫑 치는 말이었다.
야야, 경석아.어쩌냐.네 팔자가 드러운 걸…차라리 사표 내고 낙향하는게 낫지 않겠냐.
야, 어차피 누가 쓰긴 써야 할 건데, 어쩌냐? 네가 총대 메야지.이런 위로와 충고가 오가는 사이 이경석은 묵묵히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타고난 글재주를 원망해야 하는 것일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다급해진 것은 인조였다. 만약 지금 이경석이 글을 못쓴다 그랬다간, 병자호란 시즌2가 다시 일어날 상황.경석아, 거시기.네가 좀 거시기 해야겄다.
내가 나중에 힘 키워서 저 빌어먹을 떼놈 오랑캐 놈들을 쓸어버려야 겠는데.그때까지 대충 시간을 끌어야 하지 않겠냐.
그럴라면 네가 지금 저놈들 비위를 살살 맞춰줄 글을 써야 하지 않겠냐고.안 그래.내 가오를 봐서 함 써 줘라.응.그게.또 네 맘 다 알거든, 분명 뒤에서 뒷담화 깔 놈들이 있을텐데.
그런 호로새끼들은 내가 찾아서 다
쪼사버릴테니까. 너는 아무 걱정 말고…솔직히 뭐 지금은 방법이 없잖냐 내 체면 한번만 살려줘라.
인조의 애원에 이경석은 흔들리게 되고, 결국 비문 수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고쳐진 비문은 청나라의 OK사인을 받고, 그대로 비문제작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과연 삼전도비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일까.초특급 대하 울트라 작문사극 ‘반성문을 누가 쓸 것이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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