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해 겁나”… 배드민턴 女단체, 최강 中 꺾고 29년만에 金
[항저우 아시안게임]
5년전 세대교체로 ‘노메달’ 수모
고강도 훈련으로 파워-정확도 높여
7개 종목 전부서 메달 확보 노려
배드민턴 첫 母女 금메달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모녀가 된 어머니 정소영 전북체육회 이사(왼쪽)와 딸 김혜정. 전북체육회 제공
“올해 들어 여러 기록을 깨고 있어 나도 겁이 날 정도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사령탑 김학균 감독은 1일 ‘만리장성’ 중국을 꺾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에서 29년 만의 금메달을 차지한 뒤 이렇게 말하면서 “여기서 따는 메달만큼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딸 것”이라고 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아시안게임 세부 종목 7개 전부에서 메달 획득을 목표로 삼았다.
한국은 이날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개최국 중국을 3-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이다. 중국은 1998년 방콕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여자 단체전 5연패를 달성한 배드민턴 강국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이날 결승전 결과를 전하면서 “한국이 중국에 충격을 안겼다. 중국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7개 종목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이용대와 김사랑 등 남녀 대표팀에서 약 10년간 활약하던 선수들의 은퇴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어린 선수들 위주로 팀이 꾸려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로 우뚝 선 안세영도 당시 개인전 여자 단식 첫판에서 탈락했다. 안세영은 당시 16세 고교생이었다. 아시안게임 노메달의 수모를 겪은 한국 배드민턴은 이후 엄청난 훈련량으로 스매싱 파워와 스트로크 정확도를 높여 왔다. 대표팀은 스트로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이드와 엔드 라인 위에 셔틀콕 통을 세워놓고 맞히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제1단식 첫 주자로 나선 안세영은 고향인 항저우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천위페이(세계 3위)를 51분 만에 2-0으로 꺾었다. 천위페이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안세영에게 첫판 탈락의 아픔을 안겼던 선수다. 안세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천위페이에게 1승 8패로 크게 밀렸지만 올 들어 5승 2패로 우위에 올랐다. 안세영은 “이제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두 번째 경기 복식에서도 이소희-백하나 조(세계 2위)가 세계 1위인 천칭천-자이판 조를 2-0으로 눌렀고, 세 번째 경기 단식에서 김가은(18위)이 허빙자오(5위)를 2-0으로 물리치면서 승부를 끝냈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대표팀이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3-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이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한 뒤 코칭스태프와 한데 모여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김재명 기자
이번 아시안게임 남녀 단체전에서 각각 동메달과 금메달을 수확한 배드민턴 대표팀은 2일부터 이어지는 개인전 5개 종목(남녀 단식, 남녀 복식, 혼합 복식)에서 다시 메달 사냥에 나선다. 남녀 대표팀 전체 20명 중 개인전에 출전하는 9명은 모두 5년 전 아시안게임을 경험했던 선수들이다.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한국 배드민턴은 21년 만의 전 종목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한국은 2002년 부산 대회 때 7개 종목에서 전부 메달을 따내며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여자 단체전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모녀 금메달 리스트도 탄생했다. 여자 대표팀 김혜정은 1980, 90년대 한국 배드민턴 간판이었던 정소영 전북체육회 이사의 딸이다. 29년 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금메달 멤버 중 한 명이 바로 정 이사다. 정 이사는 당시 혼합 복식까지 2관왕을 차지했고 앞서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선 여자 복식 금메달을 땄다.
항저우=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