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들에게는 한 해 한 해가 '서바이벌 게임'이다. 한 시즌 성적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호성적을 낸 감독들은 주가를 올리며 자리보전에 성공한다. 반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감독들은 재계약을 보장받지 못하는 냉엄한 현실속에 살고 있다. 심지어는 시즌 중간에 중도하차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살벌한 정글세계에 살고 있는 프로야구 감독들이 2007시즌에도 어김없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07시즌은 묘하게도 4-4 대결구도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8개 구단 중 4명의 감독이 새로 계약을 맺고 호성적을 다짐하고 있고 나머지 4명의 감독들은 계약 2년차 이상으로 한 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4명의 '신계약파'와 4명의 '구계약파'간 한 치 양보없는 일전이 예고되고 있다. 신계약파에는 4년만에 컴백한 김성근 SK 감독을 비롯해 한화와 재계약한 김인식 감독, 현대에서 LG로 옮긴 김재박 감독, 그리고 현대 신임 사령탑에 오른 김시진 감독 등이 있다. 구계약파에는 강병철 롯데 감독, 서정환 KIA 감독, 김경문 두산 감독, 선동렬 삼성 감독 등이다.
이들 신계약파 감독들은 계약 첫 해 호성적으로 팬들과 구단에 깊은 인상을 심어줄 태세이다. 2002년 LG 감독에서 물러난 후 일본야구를 거쳐 한국무대로 복귀한 '야신' 김성근 감독은 SK의 창단 첫 우승과 자신의 첫 우승을 위해 2007시즌을 벼르고 있다. 신계약파 감독 4명 중에서 유일하게 2년 계약으로 2007시즌이 중요하다.
지난 2년간 한화를 맡아 첫 해 포스트시즌 진출, 2년째 한국시리즈 진출로 한단계씩 성적을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아 3년 재계약에 성공한 김인식 감독은 내친김에 한화의 2번째 챔피언 등극을 위해 심혈을 기울일 태세이다. 지난 3월 WBC에서 보여준 '국민감독'의 저력을 다시 발휘할 전망이다.
사상 최고의 대우(3년 계약에 총 15억5000만 원)로 친정팀 LG 트윈스로 15년만에 복귀한 김재박 감독은 근년들어 부진에 빠진 LG호를 살려내야 하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다. 올 스토브리그서 100억 원 가까이 쏟아부으며 전력보강에 힘을 기울인 LG를 13년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어야 한다.
최고의 투수코치에서 사령탑으로 데뷔하게 된 김시진 감독은 현대호를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가꾼다는 다짐이다. 데뷔 첫 해부터 호성적을 내서 2007시즌 돌풍을 일으킬 태세이다.
'구계약파' 감독 중에서는 강병철 롯데 감독이 가장 절박한 2007시즌을 맞을 전망이다. 강 감독은 구계약파 감독중 유일하게 2년 계약으로 2007시즌이 계약 만료해로 무조건 호성적을 내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롯데에서만 2번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맛본 강 감독으로선 2007시즌을 배수의 진을 치고 맞아야 한다.
서정환 KIA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계약 2년차인 2007시즌은 그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작년 한국시리즈 진출로 3년 재계약을 이끌어낸 김경문 두산 감독도 2007시즌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올해 아깝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2007 시즌을 별러야 한다.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선동렬 삼성 감독은 8개 구단 감독중에서 가장 여유가 있다. 감독 데뷔부터 2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해 5년 계약기간 중 3년차인 2007시즌은 부담이 적다. 그래도 선 감독은 3연패를 향해 달려나갈 태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구계약파' 감독들중에서도 그야말로 2007시즌 사생결단을 벌여야 하는 감독은 노장들인 김성근 감독과 강병철 감독이다. 김 감독은 2년 계약의 첫 해부터 호성적을 내야하는 부담이 있고 강 감독은 계약만료해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재계약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2007시즌 감독대결은 우승 경력, 감독 경력, 현역 포지션, 출신 지역 등에서 4명씩 편이 갈라져 눈길을 끈다. 우승 경험에서는 김재박(4회)·김인식·강병철·선동열(이상 2회) 감독은 우승을 맛본 반면 나머지 4명의 사령탑은 아직 챔피언의 감격을 느껴보지 못했다. 감독 경력에서는 4명이 10년차 이상의 베테랑인 반면 나머지 4명은 이제 감독 1∼4년차의 신예들이다. 강병철 감독이 내년 시즌 17년차로 가장 연차가 높고 김성근·김인식·김재박 순으로 10년 이상 프로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또 현역시절 포지션에서도 4명은 투수, 4명은 야수 출신으로 갈린다. 김성근·김인식·김시진·선동열 감독은 투수, 강병철·김재박·서정환 감독은 내야수, 김경문 감독은 포수로 활약했다. 여기에 출신 지역으로는 대구 출신 4명 대 타지역 출신으로 구분된다. 서정환·김시진 감독은 각각 경북고·대구상고를 나왔고 김경문 감독은 대구 옥산초등학교, 김재박 감독은 경북중과 영남대를 졸업했다.
이렇듯 4명씩 파가 갈리는 2007 시즌은 감독들의 지략대결도 팬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호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