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한 재난현장에서의 1분 1초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데 결정적인 시간이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멈춰버린 심장을 되살릴 수도 있고, 화마 속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도 있다.
헬기를 조종하는 소방관이 되어, 나 역시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을 여러차례 만났다.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진 50대 여성, 백혈병으로 건강이 악화된 70대 할머니, 복어회를 먹고 손발 마비증세를 보인 30대 남성 등 긴급한 병원 이송이 없었더라면 생명을 잃을 뻔했던 많은 출동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소방관으로서 보람되고 뿌듯함이 드는 구조 순간들이었다.
소방헬기는 산악도서지역 재난현장 및 대형 화재현장 등에 최대한 빨리 투입되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유용한 이동수단이다. 선진국에서는 ‘골든타임 사수 도구’로 헬기를 널리 사용한다. 헬기는 KTX에 맞먹는 속도(시속 300㎞ 안팎)로 하늘을 날고 긴 활주로 없이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이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우리는 헬기 이착륙시 소음이나 먼지, 진동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수시로 접하곤 한다.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외상센터 인근 주민의 소음 민원도 있고, 심지어는 산악 구조시 헬기가 등산객들 위로 날아갈 때 도시락에 모래바람이 들어갔다고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나와 우리나라 구조헬기 운용 환경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주택가 바로 옆에 헬기가 내리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헬기소음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헬기 착륙조차 쉽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님비 현상(NIMBY Syndrome)이란 ‘Not In My Back Yard’의 약어로, ‘우리 뒷마당에는 안 된다’라는 뜻의 지역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말로,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는 핵 폐기처리장, 쓰레기매립장, 정신병원 등 혐오시설이 들어오기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기적인 생각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이와 유사하게, 소방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시끄럽다고 구조헬기 착륙을 못 하게 하는 사회적 인식을 노이즈 님비(NOISE NIMBY)라 할 수 있다.
물론 헬기 고유 특성상 소리의 원천은 없애거나 줄일 수가 없다. 특히, 야간의 경우 소리공명의 파장으로 더욱 시끄럽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헬기 소음 민원 때문에 생명의 기로에선 응급환자를 이송하지 않을 수도 없다. 소방헬기는 아무리 주택가라도 환자이송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착륙해야 할 수밖엔 없다.
선진국일수록 생명을 살리는 응급헬기의 역할에 대해 많은 이해와 동참을 해주고 있다. 소방헬기는 사람을 살리는 일에는 밤과 낮 그리고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출동한다.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 내 가족, 친지가 응급 환자로서 소방 응급헬기를 요청할 수도 있다. 그 상황에도 소음으로 인해 착륙하지 말라고 민원을 제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한다는 맘으로 헬기소음으로 인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해를 해 주었으면 정말 감사하겠다. 또한 국민들의 응원은 소방대원들에게는 가장 큰 힘의 원동력이다.(이승열 인천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 항공대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