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기타노의 작품은 정말 뜨악할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무표정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것이 "어떻게 저럴수가...!"라며 미간을 모으게 하기보다는 왠지 너무나 스피드한 잔혹액션이 순식간에 뇌를 지나가면서 "허허허..."라는 허무한 웃음을 연발하게 한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임을 연신 확인하는 객이지만 석석 베어져나가는 사람의 몸뚱아리나 짜내듯 쏟아지는 핏물은 리 태연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칭찬할만한 일은 아니라 본다.(그래도 난 배틀로얄 볼 때 태연히 케첩을 듬뿍 얹은 핫도그를 먹었던 것
같긴하다...)
(=_=) 하긴, 이런 말을 하는 나도 한때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에서
우쿄의 사과베기 기술이 우유짜내기로 바뀐 것에 분노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2D와 실사가 같냔 말이닷!
기타노의 영화중 가장 오락적이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는 이 영화는 일본의
유명한 TV시리즈 '자토이치'에서 모티프를 따왔지만 분명 옛날 자토이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금발과 푸른 색깔렌즈를 보라! 누가 그 옛날
떠돌이 장님무사 자토이치를 떠올리겠는가.(안그래도 누구씨가 왜 그런거냐고
물어보던데, 기타노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분명 예전 자티이치와의 차별성과 더불어 자신이 만든 시대극과 일반 시대극
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기타노의 썰렁 개그가 마지막을 장식하고 음악을 적절히 화면과 배합해서 소소한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결국 개그적 캐릭터 신키치를 통해 기타노는 자신의
코미디언적 재능을 드러내 보이며 영화 내내 지루하지 않고 무겁지 않게 유도한다.
분명 소재는 그리 가벼운 것은 아닌데도 보는 사람마다 이 영화에서 '복수 활극'의
장르적 특성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각 인물을 조명할 때 사용하는(그 인물의 과거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회상이 아니라 관객이 그들의 과거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방식은 엄청나게 신선했다..는 아니지만 분명 효과적이었다.(생각해보면
배틀로얄에서 낫을 사용하는 여인네의 과거를 그렇게 보여주었던 기억이 나는데
기타노는 관객들에게 인물을 향한 동정심 요구하는 것이었을까?)
나는 아는 사람(다들 아시리라 누구랑 봤는지는 -ㅇ-ㄱ)과 같이 봤는데 기타노의
개그가 먹히는지 연신 재밌어하며 웃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어땠냐고? 알아서 상상하시라...(후후후)
의외로 관객이 적어서 좀 섭섭했다. 괜찮은 영화임은 분명했으니까.
시간이 나시면 게다를 신고 발아프게 탭댄스를 춰댔던 배우들의 노고를 참작해서
영화관에서 한 번쯤 봐주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뮤지컬과 영화, 동양적 소재와 서양적 장르의 퓨전은 외국 영화제 심사위원
들을 즐겁게 하기는 충분했을 듯 하다.(한국 관객에게는 황당함으로 자리할진
몰라도)내 생각에는 외국 영화제에서 화제를 끌어보려는 기타노의 영악함과
언제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실험해보려는 기타노의 배짱이 만들어낸
유화로 그린 우키요에(일본 전통 회화)라고나 할까.
다음엔 무슨 영화를 볼까...말죽거리 잔혹사? 아니면, 팀 버튼의 상상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빅피쉬?
아아..고민된다...
돈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첫댓글 ^^이 여자는 왜 이렇게 똑똑한 거야.
2월 말에는 꼭 스쿨 오브 락을 봐야겠어요.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