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6. 쇠날.
[하루하루가 휙 간다]
엊그제 개학하고 줄곧 미안하고 고마워 울컥하고 있다. 졸업하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 때문이다. 졸업잔치를 채비하며 만나는 그이들의 글과 사진이 자꾸 눈물샘을 자극한다. 졸업하는 6학년 학부모님들이 에어컨에 이어 오늘은 노트북 두 대를 교사실에 가져다 놓았다. 고마운데 자꾸 미안하고 안타까운 대안교육기관 재정 현실이 떠오른다. 어쨌든 덕분에 글모음 연수에 잘 쓰이겠다. 졸업하는 6학년이 마지막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날이다. 아침나절 맡은 졸업영상을 마무리하며 또 뭉클하다. 졸업 채비하느라 다들 바쁘다. 6학년은 학교생활하며 정리한 짐을 싸고, 졸업작품 발표와 졸업잔치 공연 채비, 6학년끼리 특별한 동네 나들이까지 다녀왔다. 그틈에 저마다 모든 선생님들에게 편지를 쓰고 안아준다. 자꾸 눈물이 나게 한다. 편지를 읽다가 또 울컥. 걱정이다. 내일 졸업잔치 때 여는 말을 하다가 또 울 듯싶어 오늘 밤에 마음 채비 잘 해야지 하는데 채비한다고 감정이 다스려지지는 않을 터. 어제부터 졸업 잔치 여는 글 쓰다가 자꾸 눈을 훔쳤는데 아무래도 내일 졸업잔치 날 또 울다 웃다 하겠다.
점심시간에 졸업하는 6학년 아이들이 밥 먹자고 나를 챙긴다. 미리 일찍 내려가서 밥 채비를 도와야 하는데 교사들이 많아 보통은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는 나를 불러주는 게다. 애틋한 얼굴 표정이 모두 읽힌다. 참 잘 자랐다. 아이들과 밥상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는 언제가 기쁘다. 한비와 윤슬이가 선생님 밥그릇을 서로 씻어준다고 한다. 사실은 설거지 해주려고 했는데 6학년 모두가 선생님들 밥 그릇 설거지를 하기로 약속했는지 자기 설거지를 다 한 뒤에 모두 기다리고 있다. 일찍 밥을 먹는 교사들에게 달려와 설거지 해준다고 하는 그 모습이 참 귀엽다. 한비는 자람여행 셋째 날 중식당으로 저녁 먹으러 갈 때 나 한테 업어달라고 한 게 생각나서 졸업하기 전에 몇 번 업어달라고 졸랐는데 오늘도 졸랐다. 시내 칸지고고 중식당까지 업어달라고 말이다. 맛있는 탕수육 사준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유화, 소윤이랑 시화도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었는데 두 아이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 시화 이 뺐나요? 이틀째 이 흔들리는 거 봐달라고 찾아왔는데 아버지랑 뺀다고 해서 놔뒀잖아요.
시화: 아뇨. 오늘 밤에 아버지랑 빼기로 했어요.
나: 시화는 좋아하는 노학섭 선생님과 2학년을 하니 어떤가요?
시화: 진짜 좋아요.
나: 2학년 때 뭘 하고 싶어요?
시화: 학교 살이랑 2층 버스 타기랑 또...
나: 소윤이는 노학섭 선생님이랑 헤어져서 섭섭하겠고, 박경실 선생님이랑 뭐 하고 싶어요?
소윤: 다요. 노학섭 선생님은 잔소리를 많이 해요.
낮에는 최명희 선생과 마을공동체 주민제안 사업 설명회에 다녀왔다. 공모사업을 활용해 마을을 가꾸는 작은 학교 처지에서 잘 쓰면 좋을 듯해서 서류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마음먹었다. 담담 주무관들이 모두 바뀐 모양이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마을공동체 기본 강의를 해서 다시 새겨보았다. 왜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하고 마을활동가를 자처하는지 되돌아보는 자리가 됐다.
다 함께 마침회 자리, 엊그제 6학년이 함께 한 아침열기와 자연스레 견주게 된다. 아이들의 빈자리가 한 동안 느껴지겠지만 따로 교육과정을 운영해온 세월이 있어 마음을 뚜 추스르는데 도움이 된다. 엊그제 맑은샘학교 학생으로 살기 시작한 준호를 친절하게 도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애쓰는 어린이들을 보니 고맙다. 새 친구를 맞이할 때마다 작은 학교 어린이들은 친절하게 적응기를 돕는다.
교사마침회는 교사대표가 맡고, 대안교육연대 운영위원회 회의를 줌으로 참석했다. 총회 뒤 한 해 사업 계획을 살피고 새 운영위원을 만나는 첫 회의라 무척 반갑다. 긴급하게 다음 주에 잡힌 교육부와 간담회가 있어 당장 시급하게 전해야 할 내용들을 다시 살폈다. 세종시까지 내려가야 해서 일정을 또 살펴야 한다. 지난해에도 세종시를 두 차례 다녀왔는데 올해는 과장과 사무관이 모두 바뀌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하루하루가 휙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