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ハリネズミ 107-108

[꽃초]

  이라부가 빗으로 머리를 다듬으며 말했다. 이 남자에게는 긴장감이 전혀 없다.

  에르메스 양복에 샤넬 선글라스. 이라부는 꽤 세련되게 차려입고 나왔다. 실제로 사람이 거리를 두며 걸었다.

  “선생님. 미간에 주름 좀 지어요.”

  “이렇게?”

  아무래도 아니다. 어려운 산수 문제에 인상 쓰는 초등학생으로 보였다.

  “그럼 바로 눈앞에서 간식을 빼앗겼다고 상상해봐요.”

  “이렇게?” 겨우 박력이 나왔다.

  “맞아요. 제발 입을 꼭 다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다짐시켰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층계를 내려갔다. 문을 여니 예상했던 대로 일반 손님은 한 명도 없고, 요시야스와 젊은이 둘이 안쪽 테이블에 몸을 젖히고 앉아 있었다.

  “왜 혹을 달고 와?” 요시야스가 둔탁한 목소리로 외쳤다.

  “말조심해. 여기 이분은 우리가 여러모로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정신과의, 아니 정신회 이라부 선생님이야.”

  “정신회? 어느 단체야?” 턱을 삐죽 내밀었다.

  “여봐! 요시야스. 창피한 줄 알아. 작은 세력권에 눌어붙어 사는 인간은 세상이 좁군.”

  세이지가 기세등등하게 몰아세우고는, 이내 “선생님, 누추한 곳으로 모셔서 죄송합니다.” 이라부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라부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위용에 요시야스는 할 말을 잃었다. 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에 앉기 전에 몸수색을 당했다. 젊은이들이 겨드랑이와 허리 주변을 조사했는데 이라부 윗옷 주머니에서 주사기가 나왔다. 세이지가 눈을 부릅떴다. 저런 건 왜 가지고 다니는 거야.

  “야, 더러운 손으로 선생님 만지지 마.” 선수를 치며 말했다. “이라부 선생님은 단체를 돌며 젊은 조직원들에게 약의 피해를 설파하고 다니시는 분이야. 그때 쓰는 교재야.” 변명했지만 누가 봐도 옹색했다. 이라부는 태연했다.

  “뭐, 좋아. 선생, 잠시 맡아두겠소.” 요시야스가 가져갔다.

  “이봐, 나도 몸을 조사해야겠어.” 세이지가 요구하자 요시야스가 험악한 표정으로 소리높여 말했다.

  “이노,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몰라? 싸움을 걸어온 건 네놈이야.”

  “웃기지 마. 네가 생트집을 잡았잖아. 피장파장이야.”

  앞으로 걸어가, 요시야스의 허리 부근을 더듬었다. 예상대로 단도가 바지에 껴 있었다. 칼집에 꽂혀 있었지만, 강철로 된 칼날을 상상하니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만약 칼을 뺀다면 제정신을 잃을 게 틀림없다.

  “야, 이거 뭐야? 대화 안 할 거면 돌아가겠어.”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