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길
낙엽에게는 마지막 바람이 야속하다
뭇사람들의 찬사도 오색 아름다움도
길 잃은 낙엽에게는 허울일 뿐
가지를 움켜쥐고 버림이란 두려움에 떨었던
마지막 그날 밤이 낙엽은 슬프다
한때는 영원할 거라고 부는 바람에
이파리 조심하고 내리쬐는 뙤약볕에
녹색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견뎌왔건만
내가 만든 그늘 아래서 낮잠 즐기던 그 많은 새도,
토끼도, 사슴도 지워진 칠판처럼 지금은 하나도 없다
삶이란 그네 타기처럼 앞으로 가면 미래가 아프고
뒤로 가면 추억이 아픈 것인가
낙엽은 처음이나 나중이나 아프다
움틀 때는 불어오는 꽃샘바람이 싸해 아프고
가지를 떠날 때는 이별이 무서워 아팠다
낙엽은 새벽 별이 부럽다
뒤엉킨 실타래도 풀 수 있다던데
앞이 캄캄한 나에게도 별처럼 새벽을 만날 수 있을까
시작은 끝을 향하고 끝은 다시 시작을 만드는 것이
돌고 도는 생의 이치라면
끝에 다다른 나에게도 시작을 만질 수 있을까?
그래 걸어가야지 구정물도 샘물이 될 수 있음을 믿고
걸어가야지 새로운 내 길을 찾아 걸어가야지
봄꽃을 아름답게 피울 거름으로
새 길을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낙엽의 길을......
-문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