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 1:28)
여기 창세기 1장의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축복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자연과 환경을 다룰 수 있다는 말씀인가?
과연 오늘의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 것은 창세기 1장을 믿는 정통 기독교인들의 책임인가?
화이트(Lynn White Jr.)는 과학지에 우리의 생태학적 위기의 역사적 근거(The historical roots of our ecological crisis)란 논문에서 그렇게 주장하였다.
서구의 과학적이며 기술적인 주도권은 일반적으로 성경적인 창조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대 기독교 유산이 17세기에 과학적 혁명과 18세기에 산업 혁명과 같은 과학적 진보의 가능성을 배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독교의 신앙이 이교의 나라들에서 믿었던 나무나 시내, 산 그리고 언덕 등도 영혼이 있다는 물활론(Animism)을 타파시킴으로서 나루를 자르고 시내를 막고 금광을 만드는 등 자연을 파괴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본문 창세기 1:28이 기독교인들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한 허가장과도 같았다는 것이다.⑴
그러면 과연 위의 본문은 사람이 자연을 그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말씀인가?
먼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말씀부터 살펴보자. 이 말씀이 축복인 것은 27절이 밝히고 있듯이 남녀가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아 번창하게 되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오늘날도 무조건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이 축복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신 때는 세상에 사람이라고는 아담과 하와 두 사람뿐이었다. 물론 땅을 채우라는 말씀이 이곳에 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노아의 홍수로 모든 사람이 다 죽고 세상에는 노아의 여덟 식구만이 남았을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 하라는 명령을 하셨다(창 9:2).
따라서 위의 명령은 세상에 사람이 없고 땅을 정복하기가 어려울 때 주신 말씀이다. 그들이 생태계를 파괴시키면서까지 사람으로 세상을 가득 채우라는 말씀은 아니다.
다음으로 땅을 정복하고 생물을 다스리란 말씀을 생각해 보자.
이 말씀은 화이트(Lynn White)의 주장대로 자연과 생물을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인가?
화이트의 주장대로 창세기 1장을 하나님의 명령으로 확신하고 땅을 정복한 것이 기독교인들이요 그런 과정에서 과학과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지나친 개발과 공해로 생태계를 파괴시킨 데 대해 기독교가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화이트(White Law)는 이 구절이 식민지의 법으로 간주되었다고 생각했는데⑵ 그 의미는 미국 식민지의 초기 개척 정신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본문 말씀이 제한 없이 땅을 정복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란 말씀인가? 그렇지 않다. 여기서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은 네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청지기직인 사명을 가리킨다.
청지기는 주인이 아니므로 그가 한 일에 대해 주인에게 책임이 있다. 하나님께서 세상과 모든 생물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다고 하셨다. 하나님께서 만물의 주인이시며(시 24:1) 삼림에 짐승과 언덕에 가축이 다 그의 것이다(시 50:10-12).
여기서 정복하고 다스린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선정을 베푼다는 뜻이다. 먹이고 입히고 보호하며 지켜주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만물을 다스리되 대리자로서의 권위요, 종속적인 다스림의 권리를 가진 것뿐이다.⑶
그러므로 땅을 정복하되 생태계의 균형을 깨면서까지 무분별하게 파괴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생물을 다스리되 멸종을 시켜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이 말씀을 하신 때는 동물을 죽이는 것을 허용한 것이 아니며 그것들의 고기를 음식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하시지도 않았다. 짐승의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신 것은 노아 홍수 후였다(창 9:3).
역시 여기 땅을 정복하라는 말씀도 정착과 농사와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⑷ 그것들을 필요에 의해 사용할 수 있으나 남용해서 창조의 질서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 본보기를 홍수 때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방주를 지은 의인 노아(창 6:9)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⑸ 따라서 창세기 1:28은 2:15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에덴동산에서 아담에게 일하게 하셨고 그것을 지키게 하셨다.⑹ 지구와 그 모든 자원(동, 식물, 바다의 고기, 공중의 새 그리고 땅)의 소유주는 하나님이시다(시 24:1; 50:10-12).
우리는 그 청지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 크리스챤들은 창조주 하나님의 본래의 계획과 뜻에 따라 지구와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물들의 생명을 지켜 보호하며 그것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한 자연 환경을 만들어 줄 막중한 책임이 있다.
주
1. Walter C. Kaiser, Jr., Hard Sayings of the Old Testament(Downers Grove: IVP,1988), pp.16-17
2. H.C.L. Leupold, Genesis, Vol.1(Grand Rapids: Baker, 1987), p.96
3. Beacon Bible Commentary, Vol.1(Kansas City: Beacon, 1969), p.36
4. Victor C. Hamilton, Genesis(Grand Rapids: Eerdmans, 1990), pp.139-140
5. Gordon J. Wenham, Genesis(Waco: Word, 1987), p.33
6. Walter C. Kaiser, Jr., Op, cit.,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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