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갑자기
한물 박정순
보이는 지상만이 삶의 무대가 아니고
바로 그 위의 투명한 공간이
땀과 더위를 열심히 비벼서 비빔밥이 되게 하고
한줄기 바람만으로도 행복을 노래하는
여름의 무대가 됨을 알게 되었다
살면서 이렇게 더워 본 적이 있었던가 궁금하지만
지난 해도 그랬고 지지난해도 무척 더웠을 것!
RAM처럼 순식간에 지나기 때문인가 봐
폭염을 이겨냈다는 자찬하고픈 추억만 남고
내년에도 여름을 사귀고 폭염을 이기리라
다짐을 하며 여름의 언어를 찾는 것을
그 힘을 얻는 계기로 삼기로 저장기록하리
여름 더위는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한해의
개인적으로 정신적인 기초를 다져서
수많은 단계와 계단 중에 한 층계만 더 올라 서서
인생을 바라볼 수 있다는 마치 산길 중턱에
호젓한 바위에 앉아 도시를 조감하는
의미로운 시간을 마련해 주려는 애정 어린
여름의 깊은 배려에서 나온 뜨건 정성으로
보여지고 점점 그렇게 인상 지위지면
여름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일만 남고
스마트폰에 나오는 여러가지 주의 사항들
좀더 오래 기억되도록 여름과 사귀어야 하리
영어를 듣을 때도 단어를 몇개 찾고 들으면
맨 몸으로 맨 귀로 듣는 것보다 나으리
변명 같지만 혹은 생활이 바쁘다고
몇 해 동안 여름엔 글을 거의 못 썼었는데
결과는 단풍으로 찬란한 가을이 와도
오색의 잎새처럼 깊은 정을 표현할 수 없었네
이번 여름엔 느낀 바 있어 어렵게 써보니
이제 가을이 와도 성숙한 시각으로 만날 것
같지만 마음 뿐 끝없는 연습과 사랑에
스스로 어느정도 만족할 수 있을까 염려도 되네
세상에 시처럼 어려운 장르도 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며 시의 창문 가에
마치 뜨거운 여름을 노래하는 매미처럼
부르네! 내 사랑하는 메기의 노래를...
첫댓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