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로 잡혀 있던 가수 이승환씨의 구미시문화예술회관 공연을 구미시가 취소했다.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에 날인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목적의 행사 금지 조치는 설명은 들어본 적 있지만, '정치적 언행' 자체를 막는 행사 금지 조치는 금시초문이다.
이승환씨는 1년반 전에 이 장소를 대관했는데, 구미시는 공연 닷새 전에 서약서를 보내 모든 출연자가 작성한 뒤 이틀 전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제출하지 않자 바로 시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대관 취소를 발표했다. 구미시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명목상의 이유를 댔다.
구미시의 조치는 계엄사 포고령 1호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12월 3일 밤 발표됐던 ’계엄사 포고령 제 1호’에는 다음 두 개의 조항이 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정치적 결사와 집회 자체의 금지, 그리고 '사회혼란'(구미시 버전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음')이 예상되는 집회의 원천 금지를 뜻한다. 구미시장은 구미시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여전히 12.3 계엄 치하에 있음을 선언한 셈이다.
당시 계엄사령관은 박안수였지만, 지금 그들의 계엄사령관은 윤석열이다. 윤석열은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자마자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더니, 현재는 헌법재판소와 수사기관들의 문서 수취를 거절하며 대한민국의 헌정을 교란하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공화국을 건설해 자신만의 국민들에게 연이어 지령을 내리고 있다. 지령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윤석열의 변호사임을 주장하는 석동현씨는 외신까지 모아 놓고 내란이 아니라 소란이었다고 강변했다. 윤석열의 국민은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계엄지지 집회를 열고 있다. 지령을 받은 그들은 댓글부대가 되어 온갖 언론사의 댓글창을 계엄지지 댓글로 더럽히고 있다. 구미시장의 결정은 그들의 작은 승리다.
구미의 계엄은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옮아갈 수 있다. 지방의회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코트가 이어지고 있다. 계엄의 밤에 시청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국민의힘 소속 대구시장과 대전시장은 여전히 의심의 대상이다. 이들 중 누구라도 언제라도 윤석열의 편에 설 수 있다.
그 세력의 중심에 있는 국민의힘은 전두환 시절 민정당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중이다. 국민의힘의 탄핵 부결 당론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최근의 행태로 보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기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지지자 결집 노력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의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보다는 두 배나 된다.
구미는 여전히 계엄의 밤, 자정이다. 그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에는 점령하려는 사람들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군인들이 국회에 들이닥쳤고 의원들은 모이고 있었다. 아직 해제의결은 되지 않았다. 비겁한 일부 국회의원들과 군인들은 눈치를 살폈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 목숨을 건 선택을 해야 했다.
구미시장에게는 아직도 누가 이길지 모르는 판으로 보일 것이다. 천생 공무원인 김장호 구미시장에게 윤석열은 다시 권력자로 돌아올 수 있는 두려운 존재다. 계엄사 포고령은 언제 철퇴로 되돌아올지 모르는 실존하는 법령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윤석열을 선택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미치광이의 망상이었고 헛것이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지 모른다. 트랙터 50대가 한남동으로 돌진하면 속이 시원할지 모른다. 응원봉으로 내란을 진압했다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견고함을 찬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아직 실존하는 위험, 윤석열을 완벽하게 막지 못한다.
윤석열은 술주정뱅이가 아니다. 술주정뱅이는 술이 깨면 지난 밤의 잘못을 참회한다. 윤석열은 괴물도 아니다. 괴물은 파괴하는 행위를 할 뿐 파괴하려는 목적이 없다. 윤석열은 악마다. 잘못을 참회하기는커녕 반격을 꿈꾸며 행동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겠다는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그는 구미의 작은 승리에 축배를 들고 있을 것이다. 더 큰 승리를 꿈꾸며 다음 잔을 또 따르고 있을 것이다. 본인의 세력을 되살려 더 큰 파괴를 감행할 결심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윤석열에 대한 가장 빠른 체포, 가장 완벽한 탄핵 심판, 가장 완전한 격리가 없이는, 단 1분도 안심할 수 없다.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의 콘서트를 취소한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행위다. “안전상의 이유”라는 명분은 실상 정치적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 사태는 155분 만에 국회 의결에 의해 엄연히 해제됐다. 그럼에도 김장호 구미시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는 줄 착각하고 있나 보다.
가수 이승환씨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서 무보수 공연을 펼친 데 대해 일부 극우단체가 그의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아 콘서트 취소를 요구했고 구미시는 이를 수용했다.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이유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왔던 독재시대의 망령을 부활 시킨 것이다.
예술가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할 자유다. 정치적 압력이나 사유가 공연 취소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구미시가 스스로를 “문화도시”로 칭하며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콘서트를 탄압한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형용모순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이 강조하는 “낭만도시”라는 비전 역시 이번 결정으로 철저히 짓밟혔다.
구미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예술과 문화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승환 콘서트 취소는 철회돼야 하며 예정된 공연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압력에 휘둘리는 행정은 결코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발상 자체는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독재통치의 원리가 작동하는 가상세계에서나 존재한다. 국민의 위대한 힘으로 내란계획이 좌초된 과정 자체가 명백한 증거이다. 2024년 대한민국 현실은 표현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는 사회여야 하며 그 누구라도 헌법적 기본권을 제한하려 한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