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수도서 7년만에 쿠르드족 폭탄테러
쿠르드계 무장단체 “우리가 했다”
튀르키예 “보복 공습… 다수 사살”
1일 튀르키예의 행정수도 앙카라에서 2016년 이후 7년여 만에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계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집권 내내 쿠르드족을 탄압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반(反)쿠르드 정책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또한 “테러범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고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오전 내무부 청사 입구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와 관련해 “용의자 2명 중 1명을 PKK 조직원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1명의 신원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2명 중 1명은 자폭으로 숨졌고 나머지 1명은 경찰이 사살했다. 경찰관 2명이 부상을 당했으나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
PKK는 쿠르드계 매체 ANF 통신을 통해 “우리 ‘불멸 여단’ 소속 팀이 희생 작전을 벌였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PKK는 2016년 3월 앙카라 도심에서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하면서 37명이 숨졌을 때도 배후로 지목받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 개원이 예정됐던 이날 수도 한복판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그는 의회를 찾아 “시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범은 결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원 연설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일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약 35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으로 불린다. 이 중 튀르키예에 가장 많은 14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이는 튀르키예 인구의 약 16%를 차지한다.
1978년 결성된 PKK는 쿠르드족의 주요 단체 중 급진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 튀르키예 남동부, 시리아 북부 등에서 무장투쟁 중심의 독립활동을 벌여 왔다. 중립국이던 스웨덴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신청하자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막고 있는 배경에도 PKK가 있다.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여기는 PKK에 스웨덴 정부의 조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