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7. 흙날.
[과천시청 대강당에서 하는 열여섯 번째 졸업잔치]
언제부터인지 해마다 하는 졸업잔치라지만 할 때마다 마음이 비슷하며 다르다. 어느새 열여섯 번째 졸업잔치다. 졸업잔치 때면 1기부터 지금까지 어린이들과 학부모님들이 스르륵 영화장면처럼 떠오른다. 함께 교육공동체학교를 살찌우고 가꿔왔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12시 20분에 학교에서 짐을 싣고 떠나기로 했지만 11시 넘어 학교에 들어서니 졸업잔치 음식을 채비하는 우리 재학생 부모님들이 계시다. 고소하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잔치집 같다. 졸업잔치 여는 말을 출력해서 챙기고, 과천시청대강당에 걸 학교 걸개들을 챙겼다. 큰 펼침막은 영상웹자보라 졸업생 희주와 민주가 졸업작품으로 만들어준 맑은샘학교 졸업잔치 펼침막이다. 다른 졸업작품 꾸미기 재료와 졸업작품은 교사들이 미리 다 채비를 해놨다.
12시 30분 과천시청대강당에 들어서니 감회가 새롭다. 예전 배움잔치를 이곳에서 하던 때가 생각나서다. 아마 2008년 12월 두 번째 배움잔치였던 것 같다. 1기 졸업생 성혁이와 금서가 Rainbow Fish로 영어발표를 하고, 전교생이 멋진 택견을 뽐내던 때였다. 그리고 16기 졸업잔치를 다시 큰 시청대강당에서 한다. 본디 계획한 청소년수련관과 과천문화원 쪽 대관이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 특별하게 졸업잔치 사정을 알아봐주시고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다. 이런 도움 또한 마을 속 작은 학교와 민관협치로 꾸준히 협력해온 과정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교사들이 졸업작품을 설치하고 무대를 꾸미고 무대조명과 음향을 확인하는 중에 학부모님들과 어린이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졸업하는 6학년 학부모님들이 먼저 오셔서 일손을 돕는다. 재학생 부모님들이 음식 채비를 하고 있는 틈이라 어쩔 수 없는데, 언제나 먼저 와서 여러 잔치 채비를 도와주는 분들이 이제 졸업한다니 마음이 울컥한다. 졸업편지 쓰다 울컥, 읽어보다 울컥, 얼굴 보며 또 울컥... 함께 한 세월이 부르는 감정이다. 고맙고 미안하고 함께 해서 좋은 분들은 떠나보내는 순간까지 눈물이 나게 한다.
언제나 반가운 졸업생들이 욌다. 11기 민주, 13기, 14기, 15기 졸업생들이 많이 왔다. 20년차 작은 학교의 16기 졸업생들의 멋진 졸업작품 들을 보니 스스로 선택해 줄곧 애쓴 정성이 가득해서 또 뭉클하다. 작품마다 뜻과 사연도 많아서 더 애틋하다.
2시 드디어 5학년 누리샘 강이석, 김채원, 손지수, 김도윤 어린이들의 사회로 20년차 작은 학교의 열여섯 번째 졸업잔치가 시작됐다. 졸업여행 영상을 보고 교장의 여는 말을 위해 무대에 올라가서 보니 과천시청대강당이 꽉 찼다. 기쁨의 눈물과 감동스러운 축하 잔치가 그대로 교육공동체학교 맑은샘의 역사다. 채비한 졸업잔치 축하 편지를 읽을 자신이 없다. 눈물 때문에 중단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해째 몇 마디 하고 마치곤 한다. 이번에도 맑은샘 졸업잔치 역사와 졸업생과 학부모님들에게 축하와 부탁 말씀을 짧게 드렸다. 준비한 말을 다 하지 못해도 괜찮은 잔치 자리다. 축사를 해주신 이소영 국회의원님, 신계용 과천시장님, 김진웅 과천시의회 의장님께 고맙다. 황선희 시의원님, 박주리 시의원님, 우윤화 시의원님, 이주연 시의원님, 오선경 교육청소년과 과장님이 참석하셔서 축하를 해주셨다.
선배 졸업생들과 졸업동문 부모님들 소개를 깜박했는데 학부모님들이 해주었다. 가장 절정인 때는 언제나 아이마다 졸업영상을 보고 졸업작품을 발표할 때다. 아이들 졸업영상을 만들 때도 그렇지만 다시 볼 때마다 열한 어린이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난다. 쑥 자란 모습이 감동이라 고맙고 미안하고 또 고맙다. 졸업장을 준 뒤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한참 울다 우리 졸업학부모님들의 놀라운 공연에 입이 딱 벌어졌다. 대학응원단들이 추던 춤을 멋지게 소화해서 보여주실 줄은 몰랐다. 얼마나 연습을 했을지, 연습할 시간이 없었을텐데 대단한 감각을 지닌 분들이다. 덕분에 우리 교사회가 정성껏 채비한 악기와 노래 공연이 소박했다. 화려함과 소박함이 어울리는 졸업잔치라고 생각했다.
다 함께 안아주며 또 울고, 웃다가 다같이 사진을 찍도 식구마다 졸업사진을 남기고 마무리를 했다. 졸업하는 선율아버지는 졸업할 때까지 사진을 찍어주신다.
학교로 돌아와 2부 행사로 졸업부모 환송회를 했다. 간단한 저녁을 먹고 졸업생부모님들의 졸업 말씀을 듣고, 3부 동네호프집으로 갔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3부 졸업잔치답게 자리가 비좁을 정도였다.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다지만 아쉬움에 오랜만에 밤늦게까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