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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 덕유산(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백련사)
1. 향적봉에서 조망, 멀리는 지리주릉, 오른쪽은 덕유주릉 무룡산
멀리서 바라보면 선산의 냉산과 금오산, 삼가의 황산, 거창의 감악산이 그 동쪽을 둘렀고, 지례의 수도산은 가야산
안에 있다. 사천의 와룡산, 진주의 지리산, 구례의 반야봉은 그 남쪽에 뻗어 있고 함양의 백운산은 반야봉 안에 있으
며, 입괘산은 지리산 안에 있다. 순천의 대광산, 진안의 중대산, 금구의 내장산, 부안의 변산, 전주의 어이산, 임피의
오성산, 함열의 함열산, 용담의 주줄산(지금의 운장산), 임천의 보광산, 청홍의 성지산이 그 서쪽을 둘렀고, 용담의
기산은 주줄산 안에 있다. 고산의 대둔산과 용계산, 옥천의 서대산, 보은의 속리산, 상주의 보문산, 금산의 직지산과
갑장산은 북쪽에 비껴 있고, 금산의 진악산은 계룡산 안에 있으며, 옥천의 지륵산은 서대산 안에 있고, 황간의 아산
은 속리산 안에 있으며, 지례의 대덕산은 직지산 안에 있다.
나는 이처럼 혜웅(惠雄) 스님과 함께 산들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조카 이칭에게 붓으로 적게 했다.
산의 바깥과 안에 있는 것은 이것뿐만 아니다. 겹겹이 모여 있고 첩첩이 비껴 있어서 조금치의 틈새도 없을 정도였
으나 혜옹 스님이 구별해본 것은 이 정도에 그쳤을 뿐이고, 글로 나타낸 것도 겨우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먼 산
의 바깥에는 또 산이 있다.
―― 갈천 임훈(葛川 林薰, 1500~1584), 「등덕유산향적봉기」(登德裕山香積峯記), 유몽인 최익현 외 지음, 전송열,
허경진 엮고 옮김, 『조선선비의 산수기행』(돌베개, 2016)
▶ 산행일시 : 2025년 1월 19일(일), 맑음
▶ 산행코스 : 통안교,안성탐방지원센터,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백련사 계단, 백련사,구천동
▶ 산행거리 : 도상 18.0km
▶ 산행시간 : 6시간 38분(09 : 42 ~ 16 : 20)
▶ 교 통 편 : 반더룽산악회(24명) 버스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양재역 12번 출구 100m 앞 마을버스정류장
08 : 10 – 옥산휴게소( ~ 08 : 30)
09 : 42 – 통안교, 산행시작
09 : 54 – 안성탐방지원센터
10 : 07 – 문덕소
10 : 13 – 칠연폭포 갈림길, 안성탐방지원센터 1.2km, 동엽령 3.0km
11 : 24 – 동엽령(冬葉嶺, 1,290m), 향적봉 4.3km
12 : 14 – 백암봉(1,503m), 동엽령 2.2km, 향적봉 2.3km, 휴식( ~ 12 : 25)
12 : 51 – 중봉(1,593.7m)
13 : 17 – 향적봉(香積峰, 1,614.2m)
13 : 25 – 향적봉대피소, 점심( ~ 13 : 45)
14 : 37 – 백련사 계단(白蓮寺 戒壇)
14 : 44 – 백련사
15 : 44 – 비파담
16 : 03 – 월하탄
16 : 20 – 구천동 상가지역, 산행종료, 휴식( ~ 17 : 00)
18 : 00 – 신탄진휴게소( ~ 18 : 10)
19 : 30 – 양재역
2. 동엽령에서 조망, 왼쪽 뒤 뾰족한 봉우리는 망봉(1,047m)
3. 왼쪽 멀리는 가야산, 그 앞은 단지봉
4.1. 뒤는 기백산, 그 앞은 금원산
4. 2. 멀리 가운데는 황매산, 맨 왼쪽 뒤는 화왕산(?)
5.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황매산, 왼쪽은 화왕산(?)
6. 멀리 가운데는 오도산, 그 왼쪽은 두무산, 오도산 앞은 금귀산
7. 오른쪽 맨 뒤는 화왕산
▶ 동엽령(冬葉嶺, 1,290m)
어제 오지산행이 덕유산의 지봉과 흥덕산, 못봉, 귀봉을 무박으로 가서 찍은 사진 수십 장을 단톡방에 올렸다. 눈이
깊은 산길 그들만의 발걸음이 부러웠지만 그보다는 그 산정에서 바라보는 눈부신 조망에 내가 그 자리에 끼지 않았
음이 몹시도 안타까웠다. 나도 오늘 덕유산에 간다. 나는 반더룽산악회가 자유산행으로 가는 통상의 당일 코스인
덕유주릉 동엽령 향적봉 구간을 간다. 어제 그들이 본 조망을 나도 볼 수 있을까. 설렌다.
4주전에 덕유산을 갔다가 폭설과 궂은 날씨로 모든 등산로가 통제되는 바람에 겨우 곤도라 타고 향적봉만 갔다 온
터라 날씨를 좀 더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앱을 휴대폰에 깔았다. ‘등산날씨 실시간 영상’ 앱이다. 이 앱은 무료인데
나도 모르게 유료 부가서비스인 앱이 따라왔다. 몇 달 전에 내가 모르는(알고 깔지 않은) 여러가지 유료의 부가서비
스 앱이 깔려 수 만원의 통신비를 지출한 적이 있어 각별히 주의하고 있는 판이다.
즉시 해지신청을 했다. 내 전화번호과 보안번호를 입력하고 해지 버튼을 눌렀다. 해지가 안 된다는 오류메시지가 떴
다.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9시가 되어야 영업이 시작될 것이라 9시가 되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음성메시
지는 상담자가 많아서 기다리시라고 했다. 그 기다리는 중에도 폭언은 처벌받을 수 있으니 유의하시라는 메시지가
들렸다. 그게 더 약이 올랐지만 꾹 참고 기다렸다. 어렵사리 통화가 되었다. 무사히 해지하였다. 당일 해지는 일할
요금이 붙지 않는다고 한다.
덕유산 오늘 날씨는 오전 맑음, 오후에는 구름 많고 흐림이다. 일요일인데 양재역이등산객들로 무척 붐빈다. 반더룽
산악회만 해도 덕유산 가는 버스가 3대다. 차창은 성애로 흐려 밖을 구경하기 어려우니 잠이나 잔다. 옥산휴게소에
들린다. 지난번에 점검중이라던 커피자판기는 아직도 점검중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다시 졸다보니 통안교
앞이다. 버스는 안성탐방지원센터 주차장까지 갈 수 없고 여기까지다. 통안교에서부터 걸어가야 한다. 통안교에서
안성탐방지원센터까지는 0.7km 정도 된다.
어느 해 눈 깊은 겨울에 통안교에서 곧바로 왼쪽 지능선을 올라 가세봉(1,368.9m)을 넘고 덕유주릉 백암봉과 중봉
의 중간쯤인 1,483m봉에 올랐다. 도상거리 5.2km이다. 그때도 날은 맑았고 설경은 눈부셨다. 동엽령을 경유하면
더 먼 7.5km이다. 그러나 아무도 가지 않은 산길에 눈이 깊어 나 혼자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 다만 한 번
힐끔 쳐다볼 뿐이다. 안성탐방지원센터 가는 차도는 눈이 없지만 인도는 눈이 수북하다. 누구나 차도로 간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이곳을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라 하여 모든 재앙이 들어올 수 없는 곳으로 ‘만사가
평안하고 형통하다’는 뜻으로 ‘통안(通安)’이라 했다고 한다.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아이젠 맨다. 너른 임도는 눈길
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 반질반질하다. 이런 눈길을 가자해도 신경림 시인의 시 「눈길」이 생각난다. 계간 ‘창작과
비평’ 1970년 가을호에 실린 시다. 그 쓸쓸한(?) 정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편을 사러 밤길을 걷는다
진눈깨비 치는 백 리 산길
낮이면 주막 뒷방에 숨어 잠을 잔다
지치면 아낙을 불러 육백을 친다
억울하고 어리석게 죽은
빛 바랜 주인의 사진 아래서
음탕한 농짓거리로 아낙을 웃기면
바람은 뒷산 나뭇가지에 와 엉겨
굶어 죽은 소년들의 원귀처럼 우는데
이제 남은 것은 힘없는 두 주먹뿐
아낙은 신세 타령을 늘어놓고
우리는 미친놈처럼 자꾸 웃음이 나온다
8. 멀리 가운데는 오도산, 그 왼쪽은 두무산, 그 왼쪽 앞은 비계산, 오도산 앞은 금귀산
9. 오른쪽 맨 뒤는 기백산, 그 앞은 금원산, 그 오른쪽 뒤는 황석산
10. 멀리 가운데는 가야산, 그 앞은 단지봉, 그 앞 왼쪽은 수도산
11. 왼쪽 뒤는 통안교에서 지리주릉으로 오르는 중간의 가세봉(1,368.9m)
12. 앞은 백암봉, 왼쪽 뒤는 중봉
13. 백암봉에서 횡경재 가기 전의 귀봉(1,365m)
14. 말리 가운데 오른쪽은 화왕산(?)
15. 통안교에서 지리주릉으로 오르는 중간의 가세봉
16. 백암봉 가는 길, 등로 벗어나면 눈은 무릎까지 빠진다.
문덕소와 폭포는 동면중이다. 그 위 임도가 끝나는 Y자 갈림길 오른쪽의 칠연폭포(0.3km) 가는 길은 막았고 아무
도 가지 않은 눈길이 조용하다. 계류가 동면이라 그 중소대폭과 와폭을 볼 일이 없고 하늘 가린 숲속 길이니 자연히
발걸음이 빨라진다. 바람이 없고 푹한 날이다. 상고대는 없다. 윗옷을 벗어 홑 남방셔츠차림 한다. 그래도 땀난다.
앞서가는 일단의 등산객들을 추월하고 또 추월한다. 그들이 쉴 때 얼른 지나간다.
산길 등로는 이제야 사면을 오르는가 싶다가도 계곡으로 떨어지고 다시 사면을 돌아 오르기 반복한다. 동엽령
0.8km 이정표를 지나고 100m쯤 더 가서 데크로드 오르막이 시작된다. 걷기 따분한 오르막이다. 어느덧 하늘이 트
이고 곧 동엽령이다. 가슴 졸이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선다. 아, 어제 오지산행이 본 바로 그 광경이다. 한낮인 지금
이 마치 매직아우어인양 찬란하다. 수도산, 단지봉, 그 너머 가야산,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 보해산, 금귀봉, 박유
산, 화왕산, 황매산, 웅석봉, 가깝게는 기백산, 금원산이 적조했던 터라 더욱 반갑다.
동엽령은 만원이다. 대피소도 데크쉼터도 등산로도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동업령(同業嶺, 또는 冬業嶺, 1,290m)은 『한국지명유래집』에서는 ‘같을 동(同)’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일제 강점기
에 발간된 조선 총독부의 지형도에서는 ‘겨울 동(冬)’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는
‘동엽령’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고개의 지명 유래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려진 바 없다.”(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편, 디지털무주문화대전은 고개를 지나는 길이 높고 멀어서 혼자 넘기 힘들어 여럿이 모여야만 올라갈 수 있다는
데서 동업령(冬業嶺)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한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冬葉嶺’으로 표기하고 있다.
▶ 향적봉(香積峰, 1,614.2m)
곧장 백암봉을 향한다. 이곳 날씨가 오후에는 구름이 많고 흐릴 거라고 했다. 이처럼 시야가 거침없이 트일 때 더
높이 올라가 더 멀리 더 많은 산들을 바라보고 싶어서다. 봉봉을 왼쪽 사면 돌아 넘는다. 눈길이 좁게 뚫렸다. 등로
벗어나면 눈은 무릎까지 빠진다. 오는 등산객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한 쪽이 걸음 멈추고 조심스레 비켜서 서야 하
고, 앞서가는 등산객들을 추월할 때에는 부디 걸음 좀 멈추고 비켜주시도록 양해를 구해야 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가경이다. 뒤를 돌아보면 두고 가는 경치가 아깝고, 앞을 보면 또 어떤 경치가 펼쳐질까 궁금하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1,378.2m봉을 넘고부터는 걸음걸음이 전후좌우 경점이다. 백암봉 가는
길 군데군데 양지바른 바위에 모여 휴식하는 등산객들의 웃음과 말소리에 즐거움이 담뿍 묻어난다. 덩달아 그 옆을
지나는 내 발걸음도 가볍다. 왼쪽 동안교로 뻗어 내리는 가세봉(1,368.9m)은 날렵하고 준험한 모습인데 반하여 오
른쪽 백두대간 귀봉(1,365m)은 푸짐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이 좌우를 연신 번갈라 바라보노라니 도리도리 고개
병신 되겠다. 그럴 때쯤 발걸음 멈추고 뒤돌아서 멀리 지리주릉을 굽어본다.
17. 덕유주릉
19. 멀리는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 앞쪽은 백두대간 귀봉
20. 오른쪽 맨 뒤는 황매산
21. 덕유주릉, 맨 뒤는 남덕유산 동봉과 서봉
22. 중간 가운데는 백두대간 못봉, 멀리 오른쪽은 가야산
23. 백두대간 귀봉 바로 아래(횡경재 가기 전)
24. 멀리 가운데는 가야산
25. 중봉, 맨 왼쪽 뒤는 향적봉
26. 앞은 백두대간 귀봉
백암봉. 많은 등산객들이 몰렸다. 나도 한쪽에 자리 비집고 휴식한다. 첫 휴식이다. 바위 듬성듬성한 너른 백암봉
정상 역시 사방이 트이는 일대 경점이다. 이 가경을 어찌 맨입 맨눈으로 볼 것인가. 30년 발렌타인 버금가게 잘 익은
마가목주를 입안에 굴리며 바라본다. 오른쪽 백두대간 깊은 눈길은 두서너 사람이 갔다. 귀봉, 못봉, 대봉의 연봉이
나지막하다. 그 끄트머리 빼재는 아득하다. 빼재는 덕유산국립공원의 동쪽 경계다.
나는 빼재를 주변의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빼재라 하고 이를 한자로 빼어날 ‘수(秀)’자를 써서 ‘수령(秀嶺)’이라
하나 보다고 잘못 알았다. 언젠가 대전의 산꾼인 문필봉 님이 황당한 지명표시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 ‘수령(秀嶺)’을
들었다. 사람의 뼈가 많이 묻힌 고개라고 해서 ‘뼈재’ 곧 이 고장 방언인 ‘빼재’로 불린다고 했다.
디지털거창문화대전의 설명은 어정쩡한 입장이다. 사실 빼재 주변의 경관이 그다지 수려하지도 않다.
“빼재가 있는 지역은 과거 신라와 백제의 접경 지역으로 수많은 전투에서 많은 이들의 뼈를 묻어야 했던 것에서
유래하여 경상도 사투리로 ‘뼈’가 ‘빼’ 소리가 되어 빼재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빼재의 다른 이름은 수령(秀嶺)이다.
경관이 빼어나다는 의미로 빼재라고 불렸으며 이를 한자로 표기할 때 ‘빼어날 수(秀)’를 써서 ‘수령(秀嶺)’이 되었다
고 전한다. 신풍령(新風嶺)은 빼재에 포장도로가 놓이고 ‘신풍령’이라는 휴게소가 생기면서 불리게 되었는데, ‘신풍
령’은 추풍령에서 모티프를 얻어 지은 이름으로 전해진다.”
중봉을 향한다. 덕유평전이 황량한 설원이다. 여느 때는 바람이 심하여 잔뜩 수그리고 지나는 평원인데 오늘은 바람
한 점 없는 따뜻한 날이다. 통안교로 뻗어 내리는 지능선의 정점은 1,483m봉이다. 혹시 누군가 오갔을까 금줄 너머
로 기웃거려본다. 아무도 오가지 않았다. 적이 마음이 놓인다. 돌길이 눈으로 매끈하게 포장되어 걷기 좋다. 잰걸음
한다. 아이젠 발톱이 또각또각 눈에 박히는 소리에 박자 맞춘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고 긴 데크계단이다. 계단
마다 경점이다. 뒤돌아보면 덕유주릉의 장쾌한 설릉과 연봉이 볼 때마다 가경이다.
중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제2덕유산(1,593.7m)이라고 한다. 오른쪽 오수자굴을 경유하여 백련사와 구천
동으로 가는 눈길도 길이 잘 났다. 중봉 벗어나 향적봉 가는 길은 평탄하거니와 하늘 가린 울창한 숲길이다. 살아
천년 노거수인 주목이 많다. 등로 벗어난 주목 근처 설원은 주목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울창
한 숲속 벗어나면 바로 건너편에 향적봉이 보인다. 그 정상은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향적봉 대피소 지나고 가파른 눈길 0.2km를 줄을 이어 천천히 오른다. 내 걸음이 아닌 앞사람의 걸음으로 간다.
추월할 수도 없다. 오는 사람 역시 줄을 이었다. 1급 슬로프로 손색이 없는 눈길이다.
향적봉. 이 너른 공터에 명절 대목 장터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산정에서 이처럼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든 것을 처음 본다. 간신히 사람 헤치고 바위 정상에 오른다. 명재 윤증(明齋 尹拯, 1629~1714)이 수백 년 전에 본
경치가 이와 같았다.
27. 적상산
28. 멀리 오른쪽 맨 뒤는 웅석봉, 그 앞은 기백산, 멀리 가운데 왼쪽은 황매산
29. 덕유주릉 무룡산과 삿갓봉, 남덕유산 동봉과 서봉
31. 앞은 백두대간 못봉, 그 왼쪽은 대봉
32. 맨 뒤쪽은 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 연릉, 그 앞은 거칠봉
33. 맨 뒤는 지리주릉 천왕봉과 반야봉, 중간은 월봉산
34. 덕유주릉 무룡산과 삿갓봉, 남덕유산 동봉과 서봉, 맨 왼쪽 뒤는 반야봉
35. 향적봉
36. 맨 뒤는 지리주릉 천왕봉과 반야봉, 중간은 월봉산
명재 윤증은 1652년 4월 하순에 덕유산을 3일 동안 유람하고 돌아와서 장시인 「유려산행기(遊廬山行記)」를 남겼
다. 아래는 그 일부다. 여산(廬山)은 중국에 있는 산이지만, 조선중기에 금산 안성현(安城縣, 지금의 무주군 안성면)
의 덕유산(德裕山, 1614m)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香爈峰上日將午 향로봉 위의 해가 한낮을 가리키자
劃然前臨眼界濶 눈앞이 확 트이고 시야가 넓어지네
左揖伽倻右芚岳 왼쪽에는 가야산 바른편에는 대둔산
頭流橫亘天南末 저 하늘 남쪽 끝에 가로놓인 두류산이
蒼然盡入一望中 모두가 푸르르게 한눈에 들어오니
無數峰巒似蟻垤 무수한 봉우리가 개미집과 유사하네
韓公或若極費力 한유(韓愈) 같은 대문장이 힘을 다해 쓴다 해도
猶恐形容未能悉 아마도 이 모두를 형용하진 못하리
▶ 구천동(九千洞)
향적봉 사방 경치를 눈에 가득 담고 내린다. 향적봉대피소도 만원이다. 내가 덕유산을 각별히 사랑하게 된 것은 산
악인이자 이 향적봉 산장지기였던 허의준 씨(지금쯤 85세 정도 되셨으리라)의 덕유산 상고대 사진을 보고나서였다.
그는 1994년 1월에 열린 제1회 국립공원사진공모전에서 덕유산 상고대 사진으로 대상을 받았다. 나는 그가 무척 부
러웠다. 사시사철 아침저녁으로 그와 같은 덕유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때는 덕유산이 퍽 한가했
으리라. 지금 산장지기는 대피소 주변을 돌면서 등산객들에게 제발 술 좀 드시지 마시라고 당부하기 바쁘다.
나는 화장실 가는 길 건물 뒤편 벽에 기대어 점심밥 먹는다. 간편식인 샌드위치다. 식후 커피에는 마가목주를 얹었
다. 백련사를 향한다. 굳이 중봉으로 다시 가서 오수자굴을 경유하지 않으련다. 그리로 간들 별다른 경치를 보는 것
이 아니다. 백련사 가는 길은 줄곧 가파른 내리막이다. 그리로 가는 사람보다 오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교행하도록
눈길이 넓다. 엉덩이로 눈썰매를 타고 내리는 사람은 없다. 사면 도는 길의 연속이라서 자칫하며 코너링을 못하여
골로 가기 쉬워서다.
조망 가린 숲속길이라서 머뭇거림이 없이 쭉쭉 내린다. 가파른 내리막이 잠깐 주춤한 데는 백련사 계단(白蓮寺 戒
壇)이다. 계단 통통 내리고 오른쪽 사면 돌면 백련사 절집이다. 대웅전, 범종각, 우화루, 사천왕문을 지나 구천동계
곡 대로다. 구천동주차장 6.4km. 눈길이다. 그 옆 계류는 동면중이다. 연화폭, 백련담, 구천폭, 명경담 신양담, 안심
대 들여다보면 졸졸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눈요기 거리가 없으니 심심하다.
구천동 제1의 대폭인 월하탄은 어떨까? 관폭대로 내려가서 바라본다. 잔다. 빙폭이다. 아이젠 벗는다. 구천동상가지
역에 들어선다. 산행마감시간이 17시다. 40분 여유가 있다. 음식점에 들른다. 전에 들렀던 음식점이다. 해물파전과
구천동막걸리를 주문한다. 구천동막걸리(750ml)가 7,000원이나 하기에 주인에게 물었다. 무슨 특별한 막걸리여서
서울보다 훨씬 더 비싼가요? 글쎄요 하며, 5,000원으로 해드리리다 한다.
서울 가는 길. 눈 감고 덕유산의 그 눈부셨던 경치를 떠올리며 행복한 고민한다. 수백 장 사진 중 수 십장 고를 일을.
37. 남덕유산 동봉과 서봉
38. 멀리는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
39. 멀리 가운데는 가야산, 그 앞 왼쪽은 수도산
40. 멀리 왼쪽은 백두대간 대덕산, 그 앞 오른쪽은 삼봉산
41. 오른쪽 맨 뒤는 황매산, 가운데는 화왕산(?)
42. 앞은 설천봉 상제루, 뒤쪽은 적상산
43. 앞은 칠봉, 그 뒤 왼쪽은 거칠봉, 그 뒤는 민주지산 연릉
44. 향적봉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행렬
45. 멀리 왼쪽은 지리주릉
46. 멀리는 지리주릉 천왕봉과 반야봉
첫댓글 올겨울에도 가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덕분에 덕유설경 반갑게 잘 보았네요. 감사합니다!
올겨울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다만 택일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쩌다 저는 한 경치 건졌습니다,ㅎㅎ
조망이 시원시원합니다...설경도 만끽하셨겠네요,,,한 달전의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려보냈습니다...^^
모처럼 안복을 한껏 누렸습니다.
운입니다.^^
그날 강풍으로, 사실은 강풍도 없었지만 등로를 막고 곤돌라로 하산하라고 강권한 날 저도 아랫쪽에 있었지요
곤돌라만 돈 벌었던 ,,,, 거참
백련사 내리막 길은 은근히 재미나는 구간인것 같아요
그날 그랬습니다.
얼마나 억울했던지 밤에 잠을 뒤척거렸습니다.
저 무지막지한 풍경들을 그저 공짜로 봅니다. 대단합니다...
순전히 운입니다.
아니면 투망식으로 어쩌다 걸려들었습니다.ㅎㅎ